"대형마트 근로자 기계 아냐...가족·친구와 일요일엔 쉬고 싶다"

사회 / 이호영 기자 / 2023-01-17 15:54:05
/사진=이호영 기자.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 전환하며 "평일 쉬는 것도 쉬는 것 아니냐"는 식의 논리에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쉬도록 하는 것은 요식적인 건강권·휴식권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마트·서비스 근로자가 바라는 건 '제대로 쉴 권리'다. 가족 포함 모두가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일하면서 심신 모두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단 것이다. 

 

최근 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인 월요일 전환을 행정 예고한 대구시 결정과 관련, 서울 시청 앞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전국 동시 다발 기자 회견에서 마트 근로자들은 "이해 당사자인 근로자들 합의 없는 평일 전환 추진은 마트 근로자 건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마트 근로자도 가족과 친구가 있는 사회적 존재"라며 "가족과 동떨어져 혼자 쉬는 게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마트 근로자들은 물리적으로 쉬는 시간만 채우면 되는 기계가 아니라 교제가 필요한 사회적인 존재,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2항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 시간의 제한 등'에서는 근로자 건강권, 중소유통업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영업 시간 제한, 의무 휴업을 명할 수 있다. 이때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근로자들과 합의한 게 아니니 이번 대구시 평일 전환은 마트 근로자 건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강우철 마트노조 서울본부장은 "일요일 의무 휴업은 가족이 다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중한 날이자 유일한 날이었다"며 "휴일이 하루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일요일 휴무를 보장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근로자, 상인 다 죽이는 살생 협약"이라며 "이번 평일 전환을 추진하며 법적 의무 사항인 마트 근로자 동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12년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캐셔직으로 일해온 진희자 여의도지회장은 "유통법 의무 휴업 제도는 주말에 동료나 관리자 눈치 보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알게 해줬다"며 "한달 두 번 쉬면서 가족, 친구와 만나 함께 행복할 수 있었다. 주말 의무 휴업은 건강·휴식권을 넘어 행복권까지 지켜줬던 것"이라고 했다. 

 

김성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사무처장도 연대 발언을 통해 "대형마트 근로자에게 일요일이 있다는 것은 12년 동안 일요일 휴업을 위해 투쟁 중인 백화점, 면세점 판매 서비스 근로자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됐다"며 "지금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 하나의 불빛마저 꺼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의무 휴업 평일 변경에 대해선 대형마트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강진명 서비스연맹 동원F&B노조 위원장은 "저희 마트 입점사는 소위 '을'로 불리는 곳이다. 이런 '을'사도 당연히 마트 근로자"라며 "마트 근로자가 한 달에 두 번 쉴 때 저희 하청 근로자도 쉴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정 경조사부터 일·가정을 챙길 수 있는 일요일의 존재는 대부분 중노년 여성 근로자인 마트 하청 근로자 입장에서는 너무 귀하다. 일요일엔 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뺏지 말아달라"고 했다. 

 

또 "근로자가 쉬어야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일하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말려 죽이는 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고도 했다. 

 

마트노조는 전국 의무 휴업을 시행 중인 173개(총 229개) 가운데 70%가 일요일 휴업을 시행 중으로 향후 지자체 여파를 감안해 법적 대응을 불사, 지속적인 권리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주 금요일(13일) 의무 휴업일 월요일 전환을 행정 예고하고 내달(2월) 13일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이에 대해 마트노조는 대구시에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한 문제 제기와 함께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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