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애경 검증없이 '인체 무해', 공정위 뒤늦게 고발...피해자들 "'위헌' 결정, 항소심 반영해야" 호소

사회 / 이호영 기자 / 2022-10-28 16:00:52
/사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제공.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27일 CMIT·MIT 제품 관련 항소심이  열린 서울 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검증없이 CMIT·MIT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 판매한 SK케미칼과 유통 판매한 애경산업 등 유죄 판결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 12개 단체 등 피해자들은 서울 고법 제5형사부가 헌재 위헌 결정을 감안, 판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를 열고 애경산업과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3개사가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이라고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억1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또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헌재 위헌 확인 결정에 따라 재조사, 제품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안전·무해하다고 광고한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공정위 결정은 앞서 2016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SK케미칼·애경 표시 광고법 사건 처리(가습기살균제 관련 인터넷 신문 기사 3건 제외)가 올 9월 29일 헌법재판소 위헌(평등권·재판절차진술권 침해) 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공정위 사건 처리에 대해 피해자들은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서울 고법 앞 회견에서 헌법소원 청구자인 이은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너나 우리 대표는 대독 발언을 통해 "애경과 SK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주장해왔지만 그 근거는 단 한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번엔 SK와 애경이 인체 무해, 안전하다고 주장해온 실체 없는 증거를 법원이 판단해야만 하고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아달라"고 했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 노출 확인 피해자 연합 대표도 "공소시효를 며칠 앞둔 지난 24일 과징금이 부과돼 SK, 애경의 2021년 1월 무죄 선고는 원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입증됐다"며 "지난 11년간 피해자들은 악몽 속에 살아왔다. 부디 항소심 재판부가 공정히 판단해달라"고 했다. 

 

김미란 가습기살균제 간질성 폐 질환 피해 유족과 피해자 공동대표는 "헌재는 공정위가 기사 부분에 대해 심사 절차를 진행해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다면 거짓·과장 광고 행위로 인한 표시광고법 위반 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공정위의 고발, 이에 따른 형사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공정위는 SK, 애경에 인체 무해 광고의 근거를 어떤 조사도 없이 심의 종결해 면죄부를 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을 속여 죽고 죽어가도록 유인한 책임을 이들 기업에 물어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상호 긴밀한 협의 속 CMIT·MIT 성분의 제품을 개발해 각자 상표를 제품명에 반영했다.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 건강을 돕는다' 등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02년 10월 솔잎향과 2005년 9월 라벤더향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이런 광고에서 주장하는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 표시광고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자 등은 자기가 한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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