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로 관망보다는 육성해야…스테이블코인·기본법 등 토론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대한민국 산업 발전사는 성장 엔진의 세대교체 역사”라며 “이제는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열었다.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변화의 주인공’으로 규정하고, 한국 경제의 다음 챕터를 이끌 산업으로 디지털자산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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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콘퍼런스 ‘D-CON 2025(디콘 2025)’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오경석 두나무 대표의 모습/사진=두나무 제공 |
블록체인·핀테크 기업 두나무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디지털자산 정책 콘퍼런스 ‘D-CON 2025(디콘 2025)’를 열고 ‘Next 대한민국, K-디지털자산’을 주제로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방향성과 국가 전략을 논의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여야 정치권과 산·학·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규제 중심 패러다임에서 인프라·생태계 중심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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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콘퍼런스 ‘D-CON 2025(디콘 2025)’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두나무 제공 |
성장 엔진의 세대교체…다음 무대는 디지털자산
오경석 대표는 환영사에서 한국 산업 발전사를 ‘성장 엔진의 세대교체’로 정의했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IT·콘텐츠 산업으로 성장 축이 끊임없이 이동했고, 그때마다 산업 구조 전환에 성공한 국가만이 경제 강국으로 살아남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온 지급결제 혁신, 자산 토큰화를 통한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자산 기반 투자 전략 변화를 보면 ‘디지털자산 혁명’이 이미 금융의 작동 방식을 새로 정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싱가포르·홍콩 등 주요 금융 허브들이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을 국가 어젠더로 올려놓은 만큼, 한국도 더 이상 ‘관망 모드’에 머물 수 없다는 메시지다.
오 대표는 “과거 산업 구조 전환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씩 끌어올린 성공 방정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공식을 디지털자산 산업에 다시 적용해야 할 때”라며 “업비트는 단순 거래소를 넘어 미래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포문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축사가 열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이정문 의원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디지털자산을 ‘위험’보다 ‘기회’에 가깝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승 의원은 “미국의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유럽의 ‘MiCA(미카)’ 도입, 일본·싱가포르의 선제적인 규제 정비를 보면 세계 디지털 금융 질서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제도 기반 혁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한국도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담보하는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가 경쟁력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점에서 국회·정부·업계 모두가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오늘 논의가 ‘디지털자산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둘러싼 실질적 해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정문 의원은 “K-컬처·K-푸드·K-콘텐츠는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디지털자산 분야에서는 그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을 금융 리스크가 아닌 국가 성장의 기회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 대담] “새로운 정치 세대, K-디지털자산의 길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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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두 번째부터)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무대에 올라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소민영 기자 |
첫 번째 세션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함께 자리했다.
질문1. 왜 2030은 코인에 열광하나?
첫 질문은 2030 세대의 디지털자산 투자 열풍이었다.
황정아 의원은 “2030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가장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라며 “부동산처럼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한 자산보다 소액으로도 시작이 가능한 디지털자산에 더 큰 흡인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은 기술 수용성이 높고, 변화에 대한 즉시성을 중시한다”며 “이 특성이 디지털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자연스럽게 편입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의원은 “젊은 세대가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결국 ‘미래를 더 밝게 본다’는 뜻”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디지털자산을 자산 격차를 줄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가 후견주의로 과도하게 막기보다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문2. 글로벌 디지털자산 패권 경쟁, 왜 이렇게 치열한가?
두 번째 화두는 ‘글로벌 패권 경쟁’이었다.
김재섭 의원은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에서 보듯 미국은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금융 헤게모니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달러 기반인 상황에서 디지털자산 질서가 곧 통화 패권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자산은 투자 수단을 넘어 결제·송금·저장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각국이 ‘화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자산 정책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김형년 부회장은 “남미에서는 초인플레이션 탓에 ‘빨간 벽돌’을 쌓아두며 가치 저장을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테더(USDT)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국 화폐를 바로 바꾸는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보면 디지털자산을 단순 투기로만 보는 시각은 이미 세계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질문3. 한국 제도화, 어디까지 왔나?…그림자 규제부터 걷어내야
천하람 의원은 “한국은 한때 거래량·기술력 모두 글로벌 최상단이었지만, 2018~2020년 만들어진 그림자 규제와 정치적 낙인으로 스스로 성장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 제한, 법인의 거래 참여 제한, 1거래소·1은행 제도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장치”라며 “이제는 ‘위험하니까 막는다’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며 키울 것인가’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아 의원도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체계는 특정금융정보법(자금세탁 방지)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투자자 보호)에 국한돼 있어, 산업을 총괄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부재한 상태”라며 “현 제도만으로는 선물·파생·토큰증권 등 확장 영역을 체계적으로 포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 통합법안’을 언급하며 “혁신과 소비자 보호는 긴장관계에 있지만,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파생상품 제도화와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동시에 자기자본 요건 강화 등을 통해 ‘혁신은 열어주되, 신뢰는 담보하는’ 균형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질문4.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에 대해서는?
김재섭 의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구독 서비스에서 본격 활용되면, 매달 한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달러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통화 주권과 금융 경쟁력을 고려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적으로 준비해 두는 것은 필수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사용처와 수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천하람 의원은 “정치권이 민감한 규제 이슈는 피한 채, 모든 논의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만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국 디지털자산 전략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정아 의원은 오히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정착에 최적화된 시장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간편결제 이용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고, 하루 평균 7조 원이 넘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있어 잠재 수요가 크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결제 수수료·정산 기간 등 카드 결제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논의를 ‘실제 활용’ 관점에서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형년 부회장은 “한국은행과 당국의 우려, 특히 외환·금융 안정성에 대한 트라우마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나쁜 길로 갈까 두려워 낳지 말자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어 “국가가 안전한 울타리를 쳐 주면, 그 안에서 스타트업과 거래소가 책임 있게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자유로운 투자 환경이 한국 내에서도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를 통해 디지털자산에 대한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디지털자산은 이미 글로벌 금융·산업 구조 변화의 한복판에 있으며, 한국은 더 이상 ‘관망할 시간’이 없다는 것 △투기적 과열과 리스크를 이유로 성장을 봉쇄하기보다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며 키우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규제의 목표도 ‘차단’이 아니라 ‘신뢰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원화 스테이블코인, 현물 ETF 도입, 파생상품 제도화 등을 두고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놨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더 늦기 전에 제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업계는 “외국인·법인 참여 제한, 과도한 사전 규제 등 한국 시장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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