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고룹 이호진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현금은 넘쳐난다는데, 굳이 자사주를 판다?“
3186억 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자사주로 발행한 태광산업을 향해 자본시장이 보내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재무제표상 1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태광이 ‘왜’, ‘지금’, ‘이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는지 시장의 시선은 의심에 가깝다.
◇“현금 있지만 못 쓴다?”… 태광의 유동성 역설
태광산업은 연결 기준으로 약 1.2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회계상 수치일 뿐, 실제 가용 가능한 유동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전환지원, 세무·소송 리스크 대비 등으로 묶인 자금이 많다"며 "당장 쓸 수 없는 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실탄은 충분하지만, 지금 총알로 꺼낼 수 있는 ‘유동성’은 부족한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사주, 왜 교환사채로?”… 지배구조 시나리오 '의심'
자사주 24.4%를 EB 형태로 외부에 넘기는 이번 구조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교환사채 전환을 통해 외부인이 보유하게 되면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부활한다.
이는 ▲우호지분 확보 ▲경영권 분산 ▲지배력 재편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상속세나 경영권 방어 등 민감한 지배구조 이슈가 전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 EB는 덜 욕먹는다… 회계상 부채로 ‘위장된 주식 거래’
자사주를 곧바로 시장에 매각했다면 어땠을까. 시장 충격은 훨씬 컸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가 희석"이라며 반발했을 것이다. 반면 EB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고, 실질 전환은 수년 뒤 가능하다.
일단 겉보기에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는 거래'다. 이는 태광산업이 "비판을 덜 받으면서 자사주를 시장에 풀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러스톤의 경고… “주주 권리 침해, 위법 논란까지”
5.95%의 지분을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EB 발행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김우진 교수가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트러스톤은 “이 구조는 사실상 3자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주주들의 권리를 우회하는 수단”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자사주를 교환수단으로 활용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피할 수 없다. 이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입장이다.
◇ 투명성 잃은 EB, 자본시장이 주시한다
태광산업은 지금 ‘현금 많은 회사가 자사주를 파는’ 모순적 구조를 시장에 던졌다. 인수자는 누구인지, 그에게 왜 자사주가 넘어가는지, 시세 차익은 누구 몫인지 설명은 없다.
지금 태광이 얻은 것은 자금이지만, 잃은 것은 시장 신뢰다. 투명성 없이 권한을 행사하려는 상장사의 ‘교묘한 꼼수’는, 결국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경고로 되돌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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