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노조는 ‘교섭→합의→성과’ 선순환 구조 유지
![]() |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l/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 수가 3만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총파업 당시 사측과의 정면 충돌을 통해 급격히 세를 불렸지만, 올해 상반기 임단협 과정에서 불거진 이면합의 논란과 집행부 전원 사퇴가 겹치며 조합의 신뢰도에 타격이 이어진 결과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현재 2만9천944명으로, 작년 7월 총파업 직후 3만명을 돌파한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3만명 선이 무너졌다. 한때 3만6천명을 넘기며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의 약 29% 수준까지 확대됐던 조합원이 4개월 만에 6천명 이상 이탈한 셈이다.
◇이면합의 논란, 조합 신뢰에 치명타
전삼노의 내부 분열은 올해 3월 체결된 2025년 임금·단체협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노사는 평균 5.1% 인상(기본 3.0% + 성과 2.1%)에 합의했지만, 이후 집행부가 사측과 별도로 상임 간부진의 성과인상률을 높게 받기로 이면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긴 집행부”라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탈퇴자가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3기 집행부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집단 사퇴했고, 현재 전삼노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급팽창 후 조직 역량 부족
노조 내부에서는 “갑작스런 세 확장에 비해 조직 내부 관리 역량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총파업을 계기로 조합원 수가 빠르게 늘었지만, 조합원들과의 소통 구조, 의사결정 투명성, 교섭 전략 등에서 성숙한 조직 운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전삼노 관계자는 “조합이 커진 만큼 조직 운영의 책임도 커졌는데, 그것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태를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체제를 새롭게 다지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체제 정비가 관건
전삼노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이며, 공석인 4기 집행부 선거는 7~8월 중 조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9월 이후로 예정된 2026년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노조가 재정비되지 않으면 사측과의 협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3만명 붕괴가 노조의 대표 교섭권 유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내부 분열이 장기화될 경우 중복노조 확대나 사내 갈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쟁사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삼성전자 노조와는 달리, LG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교섭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 6% 인상, 복지 개선을 이끌어내며 무분규 합의를 이어가고 있다. LG는 노조와 공동 성과 배분 구조를 통해 내부 신뢰 기반을 다졌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올해 HBM 관련 실적 반영 성과급 기준을 협의하면서 사측과의 대화 창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실리’에 초점을 둔 협상 노선으로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파업 이후 조합의 정당성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내부 운영의 투명성과 일관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강한 노조는 숫자가 아닌 신뢰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의 노조는 더 이상 ‘무노조 경영’ 시대의 그림자가 아니다. 그러나 조직의 신뢰와 투명한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숫자의 힘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조합원 수 하락이 보여주고 있다.
하반기 조기 선거와 체제 정비가 성공한다면 전삼노는 다시금 조직적 역량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이면합의 논란이 남긴 불신의 상처는 결코 작지 않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