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전기까지 판다?” 현대건설, 미국서 ‘에너지 회사’로 변신 중

건설·교통 / 최성호 기자 / 2025-07-10 13:12:13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현대건설이 7,500억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 태양광 발전사업 ‘루시(LUCY)’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북미 에너지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팀 코리아’로 불리는 민관 연합군과 함께 추진되는 이 사업은 국내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해외 확장 전략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중부발전, KIND(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 콘초 카운티에 350MWac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 사업비는 약 7,500억 원으로, 발전소는 2027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926GWh의 전력을 생산해 스타벅스·워크데이 등 글로벌 기업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규제가 본격 적용되기 전 허가를 완료해, 향후 추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점이 특징이다. 현대건설은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지분 투자, 기술 검토, 태양광 모듈 공급을 담당하고, 시공은 현지 업체가, 운영은 한국중부발전이 맡는다.

◇ 시공 안 하고 ‘투자·조달’만…실질적 기술이전·현장경험 부족 우려

현대건설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지분 투자 및 설계·기술 자문 역할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시공은 미국 건설사 프리모리스가 맡았다. 이로 인해 국내 EPC(설계·조달·시공) 기술력 축적과 인프라 현장 경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정책 공백기를 활용한 ‘틈새 진출’ 성격이 짙어, 이후 본격적인 규제가 적용되는 시점에서 추가 프로젝트 확보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전력판매 계약(VPPA)의 경우도 스타벅스 등 고객 확보에 성공하긴 했으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확보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선진국 사업 진출’ 포장됐지만…실제 수익과 기술 내재화는 불투명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의 미국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입이라는 상징성이 강조됐지만, 실제 이익 구조에서 현대건설이 얼마나 수익을 가져가는지, 자체 기술이나 모듈 생산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불명확하다.

‘기술 검토’와 ‘모듈 공급’이라는 표현은 실제 핵심 엔지니어링이나 시공을 하지 않는 우회 진출 방식일 수 있으며,시공을 외국 업체에 맡기는 구조는 향후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한국 건설사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도 있다.

◇GS건설·포스코이앤씨는 시공형 모델 확대…현대건설은 '개발형 중심'

현대건설은 개발 주도형 사업에서 민관 펀드와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 분산에는 성공했지만, EPC 통합 경쟁력 확보 면에서는 직접 시공 경험을 늘리고 있는 경쟁사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현재 루시 프로젝트 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해상풍력, 송변전 분야까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그러나 향후 북미시장 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각종 산업·세제 규제가 강화되면, 지금과 같은 투자 중심의 진출 방식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기술 내재화와 운영 역량을 강화해 단순 투자개발형 구조에서 EPC+운영 통합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 시장처럼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이 강한 지역에서는 현지화를 넘어선 실질적 가치 창출 역량 확보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제는 기술력과 운영 주도권으로 승부해야

현대건설의 텍사스 태양광 진출은 분명 국내 건설사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확대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진출은 단순한 '개발 파트너'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

국내 건설사가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시공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통합형 모델’로의 진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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