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로 상징되는 원유 증산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맞물리며, 원유시장에는 불안감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그러나 긴장의 그늘 속에서, 가장 조용히 미소 짓는 주체는 미국 셰일오일 업계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대비 10% 가까이 상승하며 배럴당 77달러 선까지 올랐고, WTI도 74달러를 넘겼다. 시장에서는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美 셰일, ‘리스크 프리미엄’ 속 웃는다
이같은 지정학적 긴장은 미국 셰일업계엔 기회다. 통상 셰일오일은 생산단가가 높아 유가가 50~60달러를 밑돌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유가 수준은 셰일 증산을 정당화할 만한 가격이다.
특히 셰일오일은 ‘단기간 내 생산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동 원유의 공급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미국 셰일업체들은 고효율 드릴링 기술과 비용절감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설 경우 셰일 생산은 월 기준 30만 배럴 이상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선제적 유가 헤징에 나섰다.
◇ OPEC도 긴장… 수급 주도권 美로 넘어가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는 미국 셰일의 증산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지탱해도, 셰일오일이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수급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8~19년 OPEC의 감산 정책은 미국 셰일의 생산 증대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OPEC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을 낳았다.
이번 호르무즈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단기 유가 급등은 셰일업계에 자금과 생산 동기를 제공하고, 그 결과는 ‘미국발 공급 확대’로 이어진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 셰일을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 에너지 패권 전환 신호탄 될 수도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이동을 시사한다. 사우디·이란 등 중동산 원유가 ‘리스크 자산’으로 인식되는 반면, 미국 셰일오일은 ‘지정학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주요 석유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고, 아시아·유럽 시장에서 셰일오일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환경규제와 ESG 이슈가 여전히 부담이지만, 유가가 90~10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업계 전반의 투자 여력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 한국도 전략적 대응 필요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 물류비 증가·물가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 확대, 비축유 전략 재조정, 에너지 다변화 등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번 유가 상승은 단기 위기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 질서가 다시 쓰이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의 전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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