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충당금 불구, 리스크관리, 글로벌사업 성과 기여
증권 계열사에 쏠린 수익구조 탈피 위해 M&A 행보 보여줄 듯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성장 역량을 보여줬다. 대부분 증권사가 투자금융(Investment Bank)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상황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강자의 위엄을 입증했고 리스크관리, 글로벌사업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한국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5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7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2198억원으로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30% 이상 웃돌았다. 상반기 전체로 놓고 보면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9% 늘어난 431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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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제공 |
2분기 금융투자업계는 브로커리지(Brokerage) 측면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1분기 대규모 채권평가이익의 기저로 트레이딩 손익의 큰 폭 감소,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및 손실 인식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이익의 절대 규모 측면에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위탁매매, 기업금융 등 사업 부문에서 견조한 성과를 달성해 냈다. 특히 연결 대상 해외펀드 평가이익 590억원과 카카오뱅크 지분법이익 230억원 등 약 900억원의 이익이 반영된 것이 효자노릇을 했다.
2분기 실적에는 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과 평가손실,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 등 약 1500억원의 비용도 별도 손익에 반영됐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홍콩, 베트남 등 해외 현지법인 실적 증가와 연결 대상 해외펀드 평가이익 발생으로 양호한 연결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과 고객 예탁금 증가 영향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보다 11.7% 증가한 982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은 120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8.3% 증가했다. 기업공개(IPO) 등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이 개선된 효과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신규 딜 부족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반면 자산관리 부문은 497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4.2% 줄었다. 운용 부문도 27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국내외 부동산과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 반영 등으로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도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기존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 또한 PF 관련 충당금 전입 규모 축소와 국내 주식·채권발행시장 개선으로 수익이 전분기 대비 58.3% 증가한 점 또한 양호한 실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우려 요인이었던 PF 부문 충당금 적립 속도가 둔화하고,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부진을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등 전통 IB 부문에서 만회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PF 영업 기조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경쟁사 대비 주가 하락 폭이 컸지만 현 시점에서는 턴어라운드를 모색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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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사진=한국금융지주 제공 |
한국금융지주는 국내 최초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사로 중소형 증권사였던 동원증권으로 시작해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투자경영으로 현재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배경에는 김남구 회장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회장은 1991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이후 30년간 금융업계에 몸담으며 한국금융지주를 업계 최고로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2011년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2020년 3월,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그룹의 수익구조가 증권 계열사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한다.
한국금융지주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대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자산 규모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다면 M&A에 항상 관심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에서 비즈니스 확대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뉴욕 등에 마련한 핵심 거점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정비, 보완해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금금융지주는 올해 미국 인수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스티펠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과 손잡고 설립하기로 한 합작사 SF 크레딧파트너스(SF Credit Partners)가 올해 초 문을 열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 중이다.
SF 크레딧파트너스는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Private Debt) 비즈니스에 주력한다.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대출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미국 내 기업금융(IB) 역량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그룹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는 복안이다.
리스크 관리 기조도 꾸준히 유지한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사외이사로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전문가 등을 새롭게 영입하며 이사회 다양성을 확대했다. 사외이사 규모를 줄이는 추세인 타 금융회사들과 달리 꾸준히 숫자를 늘리고 있는 점은 눈에 띄는 행보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이성규 사외이사는 은행권 NPL 전문회사인 유암코에서 10년 이상 대표를 역임해 그룹 NPL 채권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 해도 한국금융지주는 이자이익 비중이 높고 저축은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일정 부분 수익 확보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불황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한국금융지주의 다각화된 수익구조와 이익관리능력을 감안하면 올해도 1조원 수준의 이익 시현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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