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D램 왕좌’ 삼성 꺾은 SK하이닉스…차세대 격전지는 HBM4

전자·IT / 최성호 기자 / 2025-06-05 09:03:55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부스 제품에 남긴 사인/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시장 주도권도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인 HBM4가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36.9%로 삼성전자(34.4%)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 이후 삼성전자가 33년간 지켜온 세계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가 탈환한 첫 사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매출은 97억1천900만 달러로 삼성전자(90억5천700만 달러)보다 약 7억 달러 앞섰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삼성전자는 4.2%포인트 하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0.9%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이번 점유율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HBM3E 등 고수익 AI용 메모리 판매 확대를 꼽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최신 HBM3E를 공급하며 2025년 생산 물량을 조기 완판했으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42%를 기록했다.

D램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포함된 HBM 확대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전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SK하이닉스와 삼성보다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매출 역시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성장해 65억7천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옴디아는 “HBM 비중 확대로 인해 실적 희비가 갈렸으며, 이는 전체 D램 경쟁 구도 변화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비중을 2분기에 전체 HBM 출하의 절반 이상, 하반기에는 8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HBM3E 12단 제품은 기존 8단 대비 50~60% 높은 가격으로 알려졌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HBM4로 쏠린다. 옴디아와 트렌드포스는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HBM4가 시장 주류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3월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공급했으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직접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 지원을 잘 해달라”고 언급하며 협력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이크론 역시 HBM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TSMC 전 회장 류더인을 이사회에 영입하는 등 HBM4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전개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12단의 품질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HBM4 양산에 돌입해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HBM4와 커스텀 HBM 시장에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차질 없는 개발·양산을 예고했다.

D램 시장은 이제 단순한 양적 경쟁을 넘어 AI·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의 질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HBM4 주도권’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승패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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