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받고 발 빼는 ‘기만의 기술’… 애머릿지, 무엇이 문제인가(1부)

금융·증권 / 최성호 기자 / 2025-07-02 08:57:10
상장사의 ‘계약 파기 쇼’, 자본시장 신뢰 뿌리째 흔든다
▲여 모빌리티 오퍼튜니티 펀드 원에서 애머릿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 원본/자료=법무법인 민후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전환사채 30억 원 납입 완료. ‘합의서’, 법적 구속력 있는 ‘MOU’, 회사 명의 공식 이메일까지 확보. 그런데 회사는 ‘진행된 게 없다’며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코스닥 상장사 애머릿지코퍼레이션(Ameridge Corporation)의 최근 행보를 두고, 자본시장에서는 ‘기만’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투자자와의 명시적 계약을 뒤로한 채, 또 다른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식은 상장사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내팽개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회사는 투자자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실제 접수됐는지 조차 확인하지 않은 애먼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 운운하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은 달랐다. 총 30억 원의 전환사채 납입 증거, ‘합의서’, ‘양해각서(Binding MOU)’, ‘본계약 초안’ 그리고 회사가 공식적으로 발송한 관련 이메일들까지 제출된 상태다.

◇ 계약 맺고 돈 받았는데…‘없던 일’로 돌린 애머릿지

2024년 12월 10일, 미국 사모펀드 여 모빌리티 오퍼튜니티 펀드 원(Yeo Mobility Opportunity Fund I)는 애머릿지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전환사채 납입 및 유상증자 이행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전환사채 인수가 계약금을 갈음하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구조가 명시돼 있었다. 투자자 지명권에 따라 제3자가 실제로 30억 원을 납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머릿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MOU와 잔고증명서를 수령했음에도, 2025년 4월 1일 여모빌리티를 배제한 채 전혀 무관한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이사회 결의로 강행했다. 

 

이후 자금 미납 등의 이유로 정정공시를 수차례 반복했고, 여모빌리티를 또다시 배제한 채 6월 23일 다른 투자자(엘비코퍼레이션)와의 유상증자를 재공시했다.

관련 공시에 따르면, 해당 법인(엘비코퍼레이션)은 자본금 1,000만 원에 불과한 신설회사로, 과거 동일 건과 관련해 전환사채 인수를 목적으로 수차례 정정공시가 있었으며, 자금 조달 능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지난해 12월까지 전환사채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 “투자자의 신뢰와 시장의 질서, 동시에 무너졌다”

상장사의 자금조달은 자유롭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받고,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보장한 상태에서 이를 무시하는 행위는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회사는 이메일등을 통해 기존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본계약으로 바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즉, 회사 스스로 계약 이행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제3자와의 유상증자 계약을 병행 추진했고, 결국 투자자 측은 권리 보전과 신주 발행 금지를 위한 가처분을 신청하게 됐다.

이중계약, 기망적 행위, 투자자 기만, 신뢰 파기… 어떤 단어를 붙여도 가볍지 않다. 기업의 계약은 장사꾼의 흥정이 아니다. 법과 계약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에서 자본은 흘러가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말만 믿고 돈 내면 나중에 바뀔 수 있다”는 전례를 다시 학습하고 있는 셈이다.

◇ 애머릿지 “전략적 판단”…그러나 법적 책임은 남는다

애머릿지는 7월 1일자로 언론사에 항의서를 보내 “투자자와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으며, 유상증자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된 서류 어디에도 ‘진전이 없었다’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합의서, 납입내역, 법적 구속력을 갖춘 ‘양해각서(Binding MOU)’, 그리고 ‘본계약 초안’과 관련된 이메일들은 ‘상당한 진행’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언론 보도에 “사실 확인이 없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본말전도다. 회사의 대응이 과잉 법무이자, 자기 책임 회피로 읽히는 이유다.

◇ 자본시장의 기본은 ‘약속을 지키는 것’

한국의 코스닥은 이미 수많은 루머와 ‘먹튀’로 얼룩졌다. 애머릿지 사태는 그런 불신을 다시 한번 증폭시키는 신호탄이다.

대금 납입, 명시적 합의서가 체결된 상태에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한마디로 이를 무시하고 제3자와 계약을 맺는다면,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계약은 정치가 아니다.” 계약 상대를 표 바꾸듯 바꾸는 행위는, 자본시장 신뢰 질서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며, 그에 따르는 책임도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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