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설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심각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 전체 건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조원이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과 민간, 토목과 건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상반기 건설지표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기성(진행 중인 공사 실적)은 총 26조8,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조2,172억원이 줄어든 수치로, 감소율은 무려 21.2%에 달했다. 건설기성의 두 자릿수 감소는 이례적인 일로, 1998년 3분기 외환위기 당시 24.2% 급감 이후 27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건설기성은 공사 진척도를 나타내는 현행 지표로, 일반적으로 분기별 변동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2023년 들어 감소세는 분기마다 가팔라졌다. 지난해 1분기 –4.0%, 2분기 –3.1%였던 감소율은 3분기 –9.1%, 4분기 –9.7%로 커졌고, 올해 들어서는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며 사실상 '건설 빙하기'에 돌입한 셈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공공 물량의 조기 집행 기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실적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중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 경기 회복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선행지표들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건축허가는 연면적 기준으로 21.4% 감소했고, 건축착공 역시 같은 기준으로 22.5% 줄었다. 이는 향후 건설기성이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규 공사 수주도 위축되며, 같은 기간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전방위 지표 악화는 향후 건설사 실적 하락뿐 아니라, 건설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지역경제 침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 산업은 전체 산업 고용의 약 6%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으로, 침체가 장기화되면 중소 건설사의 도산 위험도 현실화될 수 있다.
건설투자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는 –11.3%, 하반기 역시 –1.1%로 연간 총 –6.1%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3.2%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건설경기 침체가 단기간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금리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회복이 V자 반등보다는 L자형 장기침체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박 실장은 “건설시장에 당장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 차원의 추경 편성과 공공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된 정책에서 벗어나, 지방과 중소건설업체를 우선 지원하는 방식의 추경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