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때의 윤정, 지금의 윤정]은 정윤정 작가의 에세이다.
지나보면 누구나 겪을 이야기지만, 그때는 나만 그런 줄 알았던 이야기. 그렇게 고민이 많던 그때, 작가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마음을 공감해주고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작가는 사회 속에서 여러 경험들을 겪으며 변한 '나'를 통해 지금의 그에게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책은 과거의 시점은 그때의 기준이 나타나는 에피소드로 나타냈으며, 현재는 그때 과거의 나처럼 고민하는 그에게 쓰는 편지로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닌 '과거의 윤정'과 '현재의 윤정'을 비교하며 읽어도 좋다.
작가는 말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시대는 우리가 개척하고 만들어 가야 하기에 그의 인생길에 잠시나마 동행이 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

저자 소개
저자: 정윤정
아이 엄마, 일하는 여성. 현재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한 인간으로서 매순간 느끼는 것을 말하고, 글 쓰고,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목차
프롤로그 5
그때의 윤정,
쓸데없이 돈 쓰지마 15 / 정말 하고 싶은 일이야? 그럼 다 견뎌야지! 17 /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답답한 사람들! 19 /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쉬는 날이 필요해? 21 /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패스할래! 23 / 남자보다 하나라도 더하는 행동을 보여 25 / 겸손은 미덕이야 27 / 완벽한 내가 되어야 해 29 / 진짜 운명의 직업이 딱! 존재해! 31 / 결혼해도 난 내가 1순위! 33 / 아이가 생기는 순간, 모성애는 생기는 거야! 35
지금의 윤정,
자신의 기준을 맞게 사용하면 제대로 돈을 쓴거야 41 / 포기한다고 끝이 아니니, 실망하지 마 45 / 그들보다 너에게 집중해 49 / 가치 있는 쉼표를 느껴봐 53 / 네가 쌓은 그 무엇이 어떤 보석이 될지는 아직 몰라 57 / 다양한 여성들이 존재하는 사회를 위하여 61 / 어필의 시대, 어필은 노력의 수확 과정 65 / 지금의 나를 응원하고, 사랑해 71 / 나의 사명에 대하여 75 / 함께 행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83 / 나도 엄마야. 이런 엄마도 엄마야 87
에필로그 91
본문
사람이란 동물은 참으로 변하기 어렵나 봅니다. 이성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내 생각과 다르다 싶으면 무슨 방어심리인지, 야생초원에서 만난 적처럼 경계하고 또 경계하기 바쁩니다. 예전에 비해서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저의 마음속에 과거의 '맞음'들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발전한 것이 있다면 과거보다는 조금 유연하게, 과거의 맞음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 생각을 가지고 세상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굳건했던 나의 틀이 하나씩 무너지고, 새롭게 하나씩 다른 틀이 생길 때의 나는. 혼돈 속에서 끊임없이 답을 찾길 원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틀도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제가 이야기하는 현재의 틀이 아직 저에게 다 소화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맞고, 틀린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혹시 지금 확신하는 기준, 틀, 신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달라질지 모릅니다. 개개인의 성향, 경험, 환경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라짐으로 인해 어제의 기준이 오늘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옳은 방향의 끝은 결국 나를 향해있으며, 그것은 곧 본질로 나를 찾고, 알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예전의 나의 기준과 지금의 나의 기준이 다른 것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때의 윤정'과 '지금의 윤정'으로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그때의 윤정'은 과거의 '나'로서 내가 이러한 기준, 틀을 가지게 되었던, 혹은 가지고 살았던 그때 모습을 에피소드로 담았습니다. 반면, '지금의 윤정'은 제가 생각하는 기준, 틀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나타내려 하였습니다. 그 속에 제가 겪은 경험과 시기를 비슷하게 겪어내고 있을 동생들에게 위로, 공감 그리고 바람을 담은 편지입니다.
지금에 제가 이야기한 기준과 틀이 또 어느 시기에 다른 기준으로 변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세상과 저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조금이나마 저의 경험과 생각들을 먼저 정리해 보았고, 그 내용을 이렇게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보고자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나는 지금 혼나고 있다. 이 일이 그렇게 혼이 날 일인가? 억울하고 짜증이 나고 분노가 차오른다. 툭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눈물을 머금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을 하게 되면 폭포수같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입술만 터질 듯 깨물고 있다.
며칠 전까지 신나는 명절이었다. 명절 때 시골에 가면 내 주머니는 늘 두둑해져서, 내려오는 차 안의 풍경은 돈을 세기 위해 명절이 있는 것처럼 들떠서 확인하는 모습이다. 여느 때와 같이 내 주머니는 두둑했고, 어김없이 돈을 세고 난 뒤에는 부모님께 내 통장에 돈을 넣을 수 있도록 드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가지가 달랐다. 받은 돈 전부 드리지 않고, 오천원권 지폐 한 장을 빼돌렸다. 초등학생인 나는 그 돈 하나에도 심장이 터질듯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도, 이건 내가 받은 돈이라고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합리화시켰다.
그렇다. 들킨 것이다. 내가 얼마 받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늘 정확하게 파악하는 아빠에게 걸려서 난 혼나는 중이다. 무엇에 그 돈을 쓴 것인지, 왜 그런 낭비를 하는지 닦달하는 아빠에게 난 아무 말도 없이 혼자 생각하며 억울해했다. 난 그냥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내 돈이니 내 마음대로 쓰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산 물건들을 보니 필요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군, 하나도 필요가 없었네.
- '쓸데없이 돈 쓰지 마' 중에서 -
(사회초년생 3개월 차)
꽃이 낭창낭창하게 피던 때,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에 떨어지는 벚꽃보다 내 마음이 서러워 꺼이꺼이 몇 시간을 울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울면 또 괜찮아지겠지. 울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리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오늘도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서 하고 싶은 그 일을 하러 간다.
(사회초년생 8개월 차)
늘 나에게 이야기했다. 난 연습생과 같은 거라고. 나의 데뷔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 시간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갈고 닦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아. 무얼 잘못한 거지? 늘 미안하다. 이렇게 일 못 하는 나랑 일하는 사람들에게.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띵동! 60만원. 드디어 돈이 들어왔다. 매번 정확하지 않은 시기. 그래도 이번 주는 엄마가 오시기 전에 냉장고를 채워 넣어야지.
(사회초년생 12개월 차)
"엄마… 지금 부산으로 올 수 있어?"
드디어 알리려고 엄마를 불렀다. 아니,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어서 불렀다.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일을 포기하는 날이다. 난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보잘 것 없었다. 이렇게 끈기가 없었나,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아이였던가. 대학교 내내 하고 싶다고 쫓아다녔던 일을 내가 내 손으로 내려놓으려고 한다. 이제 난. 아무것도 못 하겠지. 칼날 같은 바람만큼 씁쓸하다.
- '정말 하고 싶은 일이야? 그럼 다 견뎌야지!' 중에서 -
'타닥. 타다닥. 탁탁탁'
"공지사항입니다. 여기 내용 잘 숙지하셔서 꼭 지켜주세요. 기간 지나면 알아서 처리하세요!"
얼음보다 차가운 A4용지를 휘날리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이건 직위 막론하고 내가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른다. 나는 늘 회계팀에게 죄인이다. 또 늦었다. 매달 날짜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증빙서류가 늘 미흡해서 매번 난 대표해서 궂은소리를 듣는다.
고민했다. 어찌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답답한 사람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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