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4일만에 사직서]는 하니니 작가의 에세이다.
운명적으로 발견한 모집 공고, 지원-면접-합격-출근까지 꼬박 2주도 채 안 걸리는 빠른 속도감 속에 정신을 차려보니 작가는 4일 만에 사표를 내밀고 있었다고 한다.
들어가기만 하면 안정적인 생활은 따놓은 당상임에도, 작가는 공공기관이라는 메리트를 뒤로한 채 자기 발로 회사를 나왔다.
책은 작가를 며칠 안 겪어본 선배의 무례한 농담까지 100% 착즙하여, 출근 1일차부터 5일차까지의 오롯한 감정을 생생히 담아냈다.
하니니 작가의 에세이 [4일만에 사직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살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하니니
하고 싶은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많지만, 자격증은 별로 없습니다.
매일 고민 내려놓기를 연습 중이지만 일상의 아름다움까지 내려놓지는 않습니다.
목차
오늘의 나 8
합격 10
입사 준비물 12
1일 차
통근버스 14 / 설명은 귀를 스쳐갈 뿐 15 / 첫 점심시간 17 / 갈라지고 메마른 19 / 퇴근 소요시간 20 / 하향 평준화 21 / 오늘은 이만 잘게 22
2일 차
내 몫 24 / 아는 사이 아닌 데요 26 / 청소 27 / 체공시간 28 / 유령 29 / 미안해 33 / 그런 건 왜 물어 35 / 회피의 달리기 36 / 버틸 거야 38 / 보고싶어 39 / 회피보다는 선택 40 / 쓰임 받고 싶어 41 / 수납 42 / 방울기정떡 44 / 남편의 걱정 45 / 상대적으로 모자란 나 46
3일 차
아빠 48 / 문자메시지 50 / 벗어난 경로 51 / 외로울 걸 알면서도 52 / 행복 53 / 영속성 54 / 아직은 무쓸모 55 / 마음을 나누는 일 56 / 떠나는 편지 57 / 다른 둘 59 / 내가 나한테 서운해 60 / 솔직히 말해주세요 61 / 비와 눈물 62 / 편견 63 / 8460번 버스 64 / 남편의 위로 66 / 나의 70% 67 / 크리스마스 선물 68 / 감(感) 69 / 핑계 70
4일 차
엄마의 연락 74 / 안아줘 75 / 굳히기 76 / 토스터 78 / 패배감에서 비롯된 힘 79 / 내 답은 내가 아니까 80 / 용두사미 82 / 어색한 공기 83 / 뼈와 가시 84 / 애가 없어서 그래 85 / 일그러진 영웅 86 / 무언의 위로 87 / 대학원 다니는 선배 88 / 4개월 치 스케줄 90
5일 차
컴플렉스 92 / 지구력 94 / 지구력을 가지지 못한 아이 96 / 꾸준한 사람 98 / 사명 100 / 붙잡는 이유 103 / 내 몫은 없다 104 / 거북한 대화 1 106 / 가방끈 107 / 거북한 대화 2 109 / 거북한 대화 3 110 / 혹시 물어보신 분 있나요 111 / 뒷담화 112 / 난 아직 초입이에요 113 / 행복해 114 / 마음을 덮는 일 116 / 시어머니와의 통화 118 / 정리정돈 120
마치며
입꼬리의 값 124 / 나의 운명 126 / 나는 나를 못 믿어 128 / 변화도 지쳐요 129 / 가타부타 130 / 힘들어 싸울 필요 없어 131 / 이모 132 / 나에게 134 / 썩지 않고 곪지 않게 136
본문
일하는 게 마냥 행복한 사람
혹은
행복해지고 싶어서 일하는 사람은
기왕 일을 해야 하는 거라면
부디 우리가 많이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올지 모르는
내가 겪을지 말지도 모르는 혜택 때문에
현재의 기쁨이 말살되어서는 안 된다.
인내의 과정을 견뎌야만
십 년을 버텨야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거라면
그사이의 행복 같은 건 당연히 무시되어져도 괜찮을까.
꾹 참아 모은 돈으로 근사한 그림을 구입할 생각보다는
내가 직접 한 점 한 점 그려보는 편이 낫겠다.
지금 가진 한 조각의 퍼즐을 그냥 포기해버린다면
영원히 이가 빠진 그림인 채로 완결을 못 지을 수도 있다.
내내 행복해본 적 없이 견디기만 하다가
거짓말처럼 15부-16부 엔딩에 말끔해진다는 결말도
너무 개연성 없이 우습잖아. 무슨 드라마 속 주인공도 아니고.
하루의 알갱이들이 썩지 않고 건강하게 모여들어야
비로소 단단하게 뭉쳐 행복이란 것을 우뚝 세워낼 수 있는 거라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다.
만나보지 못한 내일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중요해.
- 오늘의 나, 8페이지 중에서 -
아침에 말썽이었던 배차간격은 퇴근할 때도 나를 약 올렸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더니 울고 싶어졌다.
'안 돼... 나 오늘 무지 힘들었단 말야.
눈치 보느라 온 기를 다 썼다고...'
내 집이 그렇게 멀었나. 상상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우리 집.
물리적인 거리감을 떠나 나를 데려다줄 수단이 묶여버린 것이라면
코앞의 육지를 두고도 작은 통통배 하나 없는 섬 안의 유배객 신세가 되어버린다.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하라는데 어떻게 저만 가요...(+30분)
정류장까지 걸어갔지만 놓쳤고(+15분)
노선 계산을 다시 하느라 망설였고(+5분)
별수 없다. 모든 정류장마다 가다 서는 시내 시내버스를 타고(+30분)
도시와 도시의 경계에 도착해서 대기(+20분)
집까지 다시(+20분)
정류장에서 집까지(+10분)
나, 이대로 괜찮을까?
- 퇴근 소요시간, 20페이지 중에서 -
딱 한 선배, K가 문제였다.
"몇 살이에요?"
-서른둘이요.
"내 조카네. 젊어서 좋겠다?"
말 속에 딱딱하게 뼈가 씹히는 건 오랜만이었다.
밥이 자꾸 안 넘어갔다.
대외적으로 친절한 단체 안에서 은연중에 무시의 기운을 느낀다.
아이가 없어서,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겪어보질 않았겠네, 잘 모르겠네 하는 투의 말이
뼈다귀 같고 가시 같아서 입안부터 목구멍까지
얕게 생채기를 내며 긁어 내려갔다.
동등한 직원으로 선발되었고
당신의 직책과 직급이 나와 같음에도
열 몇 살 많다고 나를 눌러버리면
나는 입이 꾹 눌려 으므 믈드 믓 흐긋즈느.
- 뼈와 가시, 84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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