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날 갑자기 '잠깐 멈춰봐'라고 들었습니다]는 유성미 작가의 에세이다.
27살. 아직 너무나도 걸어갈 길이 많이 남은 나이에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의 길을 잠깐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멈추어 있는 동안 생각한 것들,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 놓은 작가의 일기를 바탕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는 시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작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는 희망한다. 그저 병을 앓고 있는 한 환자의 일기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잠깐 멈추고 다시 걸을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글이 되기를.

저자 소개
저자: 유성미
목차
총 84페이지
본문
선고 받은 후 멈춤을 준비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되뇌이던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은 지금까지도 나를 타이르는 주문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보던 만화책, 도대체 언제 완결이 나는 걸까 하며 무미건조하게 보던 만화책에서 어느날 나는 가슴에 새겨질 인생의 명대사를 마주치게 되었다.
"없는 것은 없는 것.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만화속 주인공이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 자신의 동료이자 스승에게 들었던 그 대사를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 시켜 가슴 속에 품었다. 없는 것은 없는 것.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잃어버린 것만 세면 안된다. 이 커다란 시련 앞에서도 내가 여전히 쥐고있는 것, 쥘 수 있는 것만을 보고 그것들에 안도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 2018년9월28일, 16페이지 중에서 -
오랜만에 혼자 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치료 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몸이 약해져있는 상태라 좋지 않다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약 반년 만에 버스를 타고 그리운 풍경들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행복하다. 이렇게 걷고 느끼며, 내 몸에 대한 걱정없이 다니는 것.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모든 감각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각자의 이유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건물과 사람들로 둘러 쌓인 서울 공기의 냄새, 몇 번 버스가 도착한다는 버스정류장의 안내 소리.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감각이 어색하며 익숙하다.
- 2019년02월27일, 50페이지 중에서 -
오늘은 예전부터 도움을 많이 받은 선생님을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에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런 어려운 병을 갖고 있는 아이를 가족으로 맞아줄까요."
"'이런 어려운 병을 갖고 있는 아이'가 아니라 '이런 어려운 병도 이겨낸 아이'야."
순간 멍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라고 말만 했지 마음 깊은 곳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웠고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사실 무의식적으로 이 문제는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 나에게 해주신 이 말은 너무나도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괜찮구나.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구나. 되새기며 살아야지.
이런 어려운 병도 이겨낸 아이.
- 2019년03월11일, 52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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