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봄의 공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다]는 이다희 작가가 대학원 시절과 회사생활, 제주에서 머물렀던 날들을 거쳐 새로운 출발을 하기까지, 7년의 시간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하루하루 미끄러지고 있다는 불안감, 나의 시간과 건성으로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고단함. 그 속에서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얼마나 어려운 주문일까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삶이 보여주는 눈부신 풍경 앞에서 이토록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걸까요. 아름답고 추하고 신비롭고 거대한 삶을 통과하며 무엇보다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 시절의 기록을 내놓습니다. 부디 당신의 시간들도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이다희 작가의 에세이 [봄의 공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다]는 독자들 개개인의 눈부셨던 삶의 순간을 아름답게 상기시켜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다희
서늘한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계속 앞으로 걷고 섶어하는 사람,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목차
총 260페이지
본문
바람을 따라 걷게 하는 피는 아버지의 피다. 아버지는 촌부였다. 젊은 날 상경한 후 줄곧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했지만 아무리 화이트칼라의 옷을 입어도 아버지의 밑바닥에는 촌부의 피가 흘렀다. 특히 당신의 고향에 가는 날이면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촌부의 얼굴을 하고 담배를 태웠다. 언젠가 숙부가 선산에 지어놓은 오두막에서 냄비에 밥을 끓여먹고 돌무더기에 앉아 있던 밤에 나는 이런 얼굴을 한 아버지를 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길을 걸으며 촌부들을 자주 본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얼굴, 단단한 팔뚝, 거친 눈빛, 허름한 옷. 스치면 흙냄새가 날 것 같은 이들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났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바닷가에서 술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남자를 꿈꾸게 된 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 촌부, 168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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