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유안나 작가의 [내게 기꺼울 행복]은 돌아올 날도, 머무는 일정도 기약 없이 훌쩍 세계여행을 떠난 서른다섯 동갑내기 부부의 여행 에세이다.
두 사람은 185일 동안 26개 나라, 66개의 도시에 머물며 나른한 일상을 살았다. 마음 느슨한 여행자의 시간을 거닐며 느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행복을 마주하는 마음을 나지막한 글로 담았다.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찍은 사진으로 에세이가 만들어졌다.
독자들은 유안나 작가의 [내게 기꺼울 행복]을 통해 여행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유안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진행자 작가 기획자를 거쳐 사람과 사랑, 삶과 일상에 관해 끄적이는 마음 쓰는 사람이 되었다.
1,000일 연애한 남자와 1,001일이 되는 날 결혼하고, 결혼한 지 921일이 되는 날 함께 여행길에 올라 185일 동안 낯선 길 위에 머물렀다.
여행지에서 느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행복을 마주하는 마음을 글로 담았다.
쓸데없이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고 쓸모없이 감정적이며 가끔 출처를 알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장래희망을 가지고 종종 나르시시즘에 빠져 지내는 철없는 감성주의자.
목차
총 224페이지
본문
긴 시간을 머물다 가는 자로 살다 보면 여행이 남기는 감동의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너무 평범한 찰나들이라 꽤 놀라곤 한다. 지나가다 문득 고개 들어 본 구름이라던가 해가 뉘엿 넘어가는 무렵의 퇴근길 풍경이라든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후끈한 늦여름 바람 같은. 일살의 배경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나를 멈춰 서게 만든다. 그 사실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렇게 찰나에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감정은 꽤 깊고 진하다. 여행지가 여행지 같지 않아서,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든 런던이든 베를린이든 아무 상관없이 나는 이 찰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그게 그저 좋아서. 평범하지만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마음을 붙들어 두는 여행지의 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언제 떠나도 괜찮을 여행자의 일상을 살고 있다.
- 사랑하게 되었어 나의 오늘을, 65페이지 중에서 -
정해 둔 기간의 이분의 일, 딱 절반이 지나는 지점에 와서야 나는 이 여행이 주는 편안함에 정확히 안치됐다. 꼭 가야 할 곳 꼭 보아야 할 곳은 사라졌고 발길 닿는 길바닥과 마음 노닥거리는 노천카페 하나면 충분해졌다. 마음 바쁠 일이 없으니 하루가 이틀이 삼 일이 모두 있는 그대로 충만했다. 낯설 법한 여행지가 서울 같고 고향 같고 내 집 앞 같아졌고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애를 쓰지 않는 시간들은 무척 곱고 예뻤다. 물 흐르듯 편히 살아가는 일상이 내게 허락되었다는 사실이 기적 같았다. 그 좋아 보이는 것들을 등지고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와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아차린다. 남은 절반의 날들을 보낸 후에 넘치게 마지막을 맞이하면 좋겠다.
- 충만하고 고운 우리의 날, 85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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