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멀리 닿길 바라는 간절함도 함께다. 선풍기라는 오랜 여름의 벗을 시인들의 감성은 어떻게 이야기할까. 그리고 그들의 감성을 캘리에 담아 영원한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멈추지 않는 날것의 감성으로 채워진 시는 떠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 계절이 되어서는 더 높고 먼 곳에서 불고 있으리라. 하늘 사이 유영하는 구름을 타고서.

선풍기
그리움에 두리번두리번
회전하며 갈팡질팡한 마음
돌고 돌다 그 어느 계절에
한 번은 네 생각 날갯짓한다
우리 인연이라면 꼭 한번
바람이 불겠지
미풍이 됐던 강풍이 됐던
사물에 관한 관찰력이 힘겨웠을테다. 그래서 예리하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 분다. 그저 평범히 돌아가는 회전을 두고 그리움이라 했으니 그 순간 평범할수 없이 돌아간다. 생각에 잠겨 마음이 이리저리 빙빙 돌다 한번은 네 생각에 날개를 펼쳐든다. 그리곤 되내인다. 우리 인연이라면 꼭한번 바람이 불것이라고. 그게 미풍이 됐던 강품이 됐던.

선풍기
선풍기를 보고 있자면
나와 당신 생각이 들었다
불쑥 식어버렸던 당신,
멈추기엔 아직 뜨거웠던 나의 바람
어느날인가 그토록 돌고 돌아야 했던 명분이 옅어진 그 무렵. 한사람은 식어버린 그사람 주변을 멤돌아야 했다. 살피고 살펴보아도 열기는 떠나가고 온기마저 기척없다. 멈출수 없어 또다시 배회한다. 가슴에 휑한 바람이 분다. 어디론가 닿지 못한 뜨거운 바람이.

선풍기
고개 돌아가는 순간
우린 끝이야
짤막한 이야기에 공감은 꽤나 깊다. 한 사람을 향해야 했던 마음 풍향이 어디론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면. 아 고개가 절레절레 돌아간다. 보지 말아야 할 곳을 보고 있다면 바람은 분명 더 세차게 불겠지. 바람은 어느 영화처럼 극복하는 것이라 했거늘, 하필 그 바람이 구멍 난 가슴에서 세어 나오는 것이라면 막을 수 없이 지나쳐야 겠지. 그래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일테니

선풍기
모질게 밀어냈지만
떠날 수 없었다
그땐,
너무 뜨거웠기에
아 서로의 입장은 다를 수 있구나.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다. 밀어내려는 쪽의 바람은 더 세찼을 텐데 식지 않으려는 열기는 마음 어땠을까. 그 일 막의 뒷 이야기를 묻지 않는 것이 이 짧은 글이 주는 여운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아쉬움 간직해 본다

선풍기
전원을 뽑을 땐
그대 곁에 머물 수 있어서 좋고
전원을 꼽을 땐
우리 마음 달랠 수 있어서 좋다
착한 마음이 선선하게 맴돈다. 아쉬워하지 않고 늘 함께한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읽는 이도 기분이 선해지는 느낌이랄까. 두 사람의 진짜 전원은 교감이겠지. 언제나 이어진 두 사람의 짜릿함. 서로의 품에 머무는 동안 언제나 매일을 달래주는 나날이 불어서 좋을 순간이다. 작은 미소가 오래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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