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의 글로 쓴 사진관] 2회

문학 / 문정 / 2020-03-20 00:26:00
영감의 원천

기자라는 직업상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왔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Q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워낙 유명인들인지라, 뻔한 질문을 한다며 한숨을 쉬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다. 물론 ‘여행이요, 전시 보기요, 책 읽기요’ 같은 뻔한 답변이 돌아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당신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영감이란 인생에 있어 참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이로운 것이던 해로운 것이던, 혹은 무의미한 것이든 간에 사람을 움직여 무언가를 창조하게 만드는 것이 영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인생을 참 재미있게 한다. 나는 아쉽게도 영감의 원천에 대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딱히 유명한 사람이 아닌지라 나의 답변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프로 답변해볼까 한다.
그것은 바로 심심해지는 것이다. 나는 영감이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핸드폰도 하지 않고 그냥 쳐박혀 있는다. 잠이나 푹 자면서 멍하니 시간을 죽인다. 그러다보면 우울함이 엄습하기도 하고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말 많이 심심해진다. 그러면 영감이 떠오른다. 체력도 보충했겠다, 결국 또 무언가 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 나는 너무 바빴다. 하루 24시간에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일정을 눌러 담았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프로젝트가 끝났고, 결국 나는 또 심심해졌다. 심심하니 정말 많은 것들이 하고 싶어졌다. 일단, 벌써 넷플렉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시즌 2까지 정주행했으며, 궁금했던 서촌 팀블룸과 온지음 백반 팝업 레스토랑에 다녀왔다. 조그마한 텃밭에 각종 허브를 잔뜩 심었고 얼마 전에는 칵테일 도구를 추가로 샀다. 어느날 밤에는 직접 키운 호박을 따서 채소 만두도 빚었다. 최근에는 창녀의 파스타라 불리는 푸타네스카 만들기에 푹 빠져 매일같이 만들었는데, 같이 사는 사람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엔초비와 토마토 파스타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매력 덩어리 파스타이니 기회되면 시도해보시기를. 이렇게 하나씩 무언가를 일정에 추가하다보면, 언젠가 나는 또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럴 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련다. 그렇게 비워내야 또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삶에 지쳐 의욕을 잃은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심심해지시길. 꽤 효과적이랍니다.


[뮤즈: 문정]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