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돈을 욕망합니다] 3회

문학 / 조나단 / 2019-10-09 20:38:43
맛없는 음식 사 먹고 돈 낼 때 드는 생각


맛있게 드셨어요?


서울식 따로국밥’이라는 음식을 먹고 계산을 하려 할 때, 식당 직원이 내 신용카드를 건네 받으며 물었다. 특별히 내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물었다.







아뇨. 너무 맛 없어요. 간이 하나도 안 맞는데, 신경 좀 쓰셔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진심을 담아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차피 내 조언을 받아들여 그 식당 음식 맛이 훌륭하게 바뀐다 하더라도 나는 그곳을 다시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기때문이다. 맛없는 음식을 먹은 식당은 생각보다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생기지 않는다.










사실 나는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날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니기에밖에서 음식을 사 먹을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오래된 절약과 저축 습관으로 외식을 즐기지 않는생활이 길어진 탓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그렇고 그런 자잘한 외식 대신 축하할 만한 핑계가 있는 근사한파티가 더 좋다. 그런 내가 이사를 전후해 집 근처 밥집에서 참 많이도 사 먹어 봤다. 떠날 동네에서는 마지막 추억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새로 간 동네에서는탐방을 핑계로 말이다. 그런데 그 외식에서 나는 70% 정도의실패율을 기록했다. 내가 돈을 주고 사 먹은 음식은 그다지 맛이 있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 맛있게 먹었던 중국집 탕수육은 왜 갑자기 오래된 고기 냄새가 나는가?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단 나을 것 같은 떡볶이는 또 어떻고? 맛있는음식의 기본 중 기본은 적절한 ‘간’인데 내가 조절하는 것만으로는뭔가 부족한 칼국수와 콩국수도 있었다. 맛으로 보답하겠다던 불족발은 뻣뻣하고 밍밍했다. 그중에서도 따로국밥은 최악이었다. 2~3천 원대 인스턴트 육개장이훨씬 나을 듯한 따로국밥을 먹고 2인분에 2만 원 이상을지불하며 기분이 영 불쾌했다.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불렸다는 게 기분이 나빴고, 무엇보다 돈도 아까웠다.





이미 쓴 돈이다. 맛 없는 음식을 사 먹을 때마다 내가 하는 생각은딱 하나다. “그래도 먹어 봤으니까 아는 거지.” 결국 돈으로음식을 사는 게 아니라 돈으로 경험을 사는 셈이다. 돈이 충분히 많다면야 경험에 돈 쓰는 게 뭐 그리아까울까. 맛없는 것도, 맛있는 것도 기꺼이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나는 맛없는 음식 경험을 위해 돈을 쓸 만큼 통장 잔고가 충분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맛없는 음식으로 위를 채워도 될 만큼 충분한 날씬하지도 않다. 이런내가 맛없는 음식을 사 먹고 돈을 낼 때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저의 경험이 실패로 돌아가지 않도록 저보다 음식 솜씨가 훨씬 더좋은 분들만 장사해주시면 좋겠어요!’





연이어 드는 또 다른 생각 하나.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는매일 외식을 하는데, 어째서 사 먹는 음식마다 맛있다고 칭찬만 하는가?어째서 모든 음식을 감동과 감탄만 곁들이면서 먹는가? 아무리 만화적 설정이라지만, 나의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의 외식이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매번 성공만 하는 그가 떠오른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감동만 하면서 먹고 싶다! 맛없는 음식 경험에 대한 돈은 제발 그만 쓰고 싶다.




[뮤즈: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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