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김민관 작가
다음날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의 안색은 더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는 말을 하기도 힘들어 보였고
간신히 입을 열더니 나에게 한마디를 했다.
‘마라톤 나가줘요’
나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몇 등을 하고 싶습니까’
그녀가 웃으면서 손가락 하나를 폈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이주일 남았다.
현재 내 체력으로는 마라톤을 뛰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마라톤을 하는 지구인들의 체력은 강한편이다.
그 사이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나는 마도미양에게 지구인의 약속을 했고
매일마다 마라톤 연습을 했다.
폐가 타 들어간다.
그리고 힘에 부치는 연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자
이주일 후에는 꽤 빠른 속도로
하프 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당일이 됐다.
나는 마도미양을 찾아가 오늘 마라톤에 출전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녀가 응원을 하겠다고 한다.
마라톤 대회에는 굉장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오늘도 그때처럼
서울시 동구 마라톤 대회라는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얼마 후 심판의 공포탄 소리가 울리고
나는 쨍쨍한 햇빛을 뒤로한채 선두를 쫓아
재빨리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한발 두발.
숨이 가빠지고
정신을 모아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반환점이 나왔다.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린다.
‘유에프오다’
알 것 같다.
이곳은 내가 사라진 지점이다.
분명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동료들이 나를 찾으러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손을 흔들수는 없다.
그랬다간 지구인들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나에게는 아직 중요한 숙제가 남아있다.
다리에 힘을준다.
그리고 마침내 선두를 돌파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고
끝까지 앞만보고 달렸다.
그러자 한 번도 끊기지 않았던 결승선이 보인다.
선을 단숨에 지나쳤다.
1등.
트로피가 주어진다.
해설자들은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한 경력이 없는 선수라며 놀라워했다.
시상대 위에서 트로피를 받고 있으니
멀리서 유에프오가 반짝인다.
내일 다시 오겠으니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신호다.
나는 알겠다는 표시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관중들이 커다란 함성을 내지른다.
난 트로피를 들고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크게 상해있는 상태다.
그녀는 나를 잘 쳐다보지 못했고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물병을 내민다.
‘고맙습니다 마도미양’
물병을 들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물병에 물을 넣어
그녀에게 조심스레 가져다주었다.
다행히 지켜보는 눈이 없다.
그녀가 물을 마시기 시작하자
기계에 작게 미동하던 심장박동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잠시 후 그녀가 의식을 되찾았다.
‘김동구’
‘네 마도미양’
‘이게 무슨일이죠’
‘이 물병에는 생명체를 치유하는 힘이 깃들어 있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물병의 소유권은 이것을 가진사람에게 있어서
제가 함부로 뺏을수는 없습니다.
이제 마도미양이 제게 다시 주었으니
물병의 힘을 사용해도 되는 것이지요
물론 물병의 힘은 저만 사용할수 있습니다’
그녀는 몸에 힘이 생긴 듯 다리를 움직여
침대 바깥으로 나왔다.
‘퇴원해도 되겠어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허락하지 않을겁니다’
‘됐어요. 전 나갈거에요’
그녀는 병실을 걸어나와 전화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더니
곧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들이 막는다.
하지만 마도미양은 그것을 뿌리치고 병원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달렸다.
괜찮은 호흡이다.
그녀의 호흡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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