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 추격·노사 갈등·중동 리스크 과제...“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지분 확대와 경영진 세대교체로 오너 경영체제를 굳혔다.
조선·건설기계 계열사 통합,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고리로 한 미국 시장 공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에도 속도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 조선업계의 기술 추격, 주력 계열사의 노사 갈등, 중동 정세 불안 등은 정 회장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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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17일 HD현대 사장단 인사에서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1982년생인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16년 만에 그룹 수장에 올랐다.
이로써 HD현대는 1988년 정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37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로 돌아왔다.
◇ 지분 확대·세대교체로 ‘정기선 체제’ 공고화
지난 1년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 재편이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정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주식 280만주를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높아졌다.
지난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권오갑 회장은 올해 3월 HD현대 대표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현재 정 회장은 조영철 부회장과 함께 HD현대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7일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을 그룹 조선사업 총괄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조민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켜 안전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조선사업 통합 관리와 현장 안전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 조선·건설기계 통합...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
HD현대는 정 회장 체제에서 조선·건설기계·에너지를 3각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조선 부문에서는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해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했다.
대형부터 중형 선박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스가에 대비해 함정 건조 역량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2035년 매출 37조원, 이 가운데 방산 부문 매출은 10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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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지난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국 기업과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는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키윗과는 현지 선박 건조와 블록·모듈 생산 협력을 진행 중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올해 1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HD건설기계가 출범했다. 현대(HYUNDAI)와 디벨론(DEVELON) 두 브랜드 체제로 2030년 매출 14조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HD건설기계는 지난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를 기록했다. 일본 히타치와 영국 JCB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칠레에서는 광산 밀집 지역에 거점을 새로 열고 광산장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엔진 사업은 이달 말 준공하는 군산 엔진 신공장을 거점으로 2030년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 AI 전력·SMR에 1조722억 투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HD현대는 지난 9월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기지와 SMR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약 8336억원을 들여 힘센엔진 생산기지를 짓고, 2386억원으로 SMR 핵심 기자재 생산 역량을 키운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등 육상 발전시장과 차세대 원자력 분야로 사업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지난 5월 미국 테라파워, 현대건설과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8월에는 정 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 등과 만나 상용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기반 스마트조선소 구축과 선박 자율운항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가 기회가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맺었다.
수주 확대에 힘입어 올해 수주 목표는 42억2200만달러에서 51억8500만달러로 22.8% 상향했다. 울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 준공에 이어 지난 3월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에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늘릴 계획이다. 청주 배전캠퍼스의 중저압차단기 연간 생산능력은 500만대에서 850만대로 70%가량 확대했다.
◇ 中 추격·노사 갈등·중동 리스크는 숙제
과제도 적지 않다. 중국은 글로벌 조선 점유율을 잠식한 데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특히 조선업은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노사 관계도 숙제다. 노조는 올해 교섭 과정에서 7차례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지난 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2.14%의 반대로 부결됐다.
정유·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중동 전쟁으로 정제마진이 뛰면서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 8월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우리는 눈앞의 실적에 집착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20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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