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는 늘었는데 데이터는 따로따로...낙농 스마트팜, 이제 ‘연결’이 경쟁력

K-Biz. / 이국열 기자 / 2026-10-14 11:17:23
스마트축산 보급률 낙농 47.5%로 축종 중 최고...제조사별 규격 달라 데이터 연계는 한계
와이즈빅 '와이즈 데어리' 출시, 이기종 장비 통합서 AI 의사결정·현장 제어까지 단계적 고도화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착유기 데이터는 착유기 프로그램에, 발정탐지기 데이터는 발정탐지기 프로그램에 쌓인다. 사료 급여 기록과 경영 장부는 또 다른 곳에 있다.

 

낙농 현장의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는 빠르게 늘었지만 데이터는 장비마다 흩어져 있다. 낙농가는 착유량이 왜 떨어졌는지, 사료를 바꾼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여러 화면을 오가며 숫자를 직접 맞춰봐야 한다.

 

이제 스마트 낙농의 과제는 장비를 들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를 연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 보급률 1위 낙농, 데이터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

 

축산 가운데 낙농은 스마트화가 가장 앞선 축종이다. 2024년까지 스마트축산을 도입한 농가는 8674곳으로 전업농 기준 보급률이 27.9%이며, 축종별로는 낙농이 47.5%로 양돈(41.5%), 양계(34.0%), 한우(22.9%)보다 높다. 로봇착유기도 2021년 120여대(1.8%)에서 2024년 7월 249대(4.4%)로 늘었다.

 

하지만 장비가 늘어난 만큼 데이터가 쓰이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도 기존 축사 자동화 장비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2세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장비 보급 중심이던 정책이 데이터 활용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와이즈빅은 통합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과 연계한 지능형·자율형 운영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사진=와이즈빅 제공
 

◇ “제조사마다 규격 달라”...표준화가 숙제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호환성이다. 학계에서는 1세대 낙농 스마트팜에서 여러 제조사 장비가 데이터 규격과 종류, 수집 주기를 각자 달리 써 장비 간 상호 운영이 제한됐다고 진단한다. 데이터는 많이 쌓이지만 표준이 없어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장비별로만 제공된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표준 자체도 흩어져 있다. 국가표준과 단체표준, 서비스 기준을 합쳐 12개에 이르는 축산 데이터 표준을 하나로 통합·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국립축산과학원이 ICT 장비 데이터의 안정적 수집과 통합관리를 위해 스마트축산 국가표준(KS)을 제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데이터 주권 문제도 있다. 외국산 로봇착유기에서 나오는 젖소 생체 정보는 해외 개발사로 그대로 전송돼 국내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산 로봇착유기는 2026년 1월 기준 국내 15농가 17대가 보급돼 점유율이 6.8%에 그친다. 수입 장비 비중이 큰 현실에서 장비 국산화만으로는 데이터 문제를 풀기 어렵고, 서로 다른 장비를 묶어내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 흩어진 데이터 묶는 3세대 낙농 플랫폼

 

이런 흐름 속에서 ㈜와이즈빅이 3세대 낙농농장관리 플랫폼 ‘와이즈 데어리(WiseDairy)’를 내놨다. 핵심은 이기종 장비 연계다. 착유기와 발정탐지기 등 낙농 ICT 장비와 연동해 착유량, 온도, 번식·사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개체별 생산정보와 농장 환경정보를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장비별로 데이터를 조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성과 환경 변화의 관계까지 볼 수 있다. 농장·시설정보, 생산기초정보, 보유시설과 차량 현황도 함께 관리한다.

 

개체 관리는 젖소의 생애주기를 축으로 짜여 있다. 발정 대기, 발정, 수정, 임신, 유산, 분만까지 번식 단계별 정보를 관리하고, 발정탐지기 데이터로 개체별 번식 상태를 파악한다.

 

여기에 BCS(신체충실지수), 질병, 건유, 착유, 급이 정보를 더했다. 질병이 생기면 수의사의 진단·처방 정보와 질병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생산정보와 건강정보가 개체 단위로 이어진다.

 

◇ 숫자 확인을 넘어 ‘왜’를 묻는 분석으로

 

분석 기능은 경영 지표까지 다룬다. 1일 착유량과 우군 평균 산유량(RHA)은 물론 농가 소득률, 우유 kg당 생산비 같은 주요 지표를 분석한다.

 

사료배합과 영양공급에 따라 착유량과 유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고, 산차별 사료 종류와 급이 패턴, 착유일수, 착유량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착유량과 환경 요인의 상관분석으로 생산량 변화의 배경을 짚어볼 수도 있다.

 

생산비 부담이 커진 낙농 현장에서 이런 기능이 갖는 의미는 크다. 사료를 바꾼 효과나 고온기 산유량 감소 폭을 장부와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관분석은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결과를 현장 조건과 함께 읽어내는 농가와 컨설턴트의 판단이 여전히 중요하다.

 

◇ 조회에서 판단, 제어로...낙농 AX 로드맵

 

와이즈빅은 통합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과 연계한 지능형·자율형 운영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개발 방향은 ‘데이터 수집·통합 → 상태 분석 → 운영 판단 → ICT 장비 제어’로 이어지는 통합 운영 체계다.

 

데이터를 조회하고 사후에 분석하는 관리에서 나아가, AI 분석 결과를 농장 운영에 바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AI 기반 자율 운영·제어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연구개발과 현장 검증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 국가 연구개발사업 기반 통합 운영플랫폼 개발

 

이번 플랫폼 개발은 농림축산식품부 및 재단법인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사업인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혁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추진됐다.

 

해당 과제인 ‘축종별 지능형 및 자율형 스마트축사 기자재 통합 운영플랫폼 개발’은 국립순천대학교가 주관연구기관을 맡고 있으며, 연구책임자는 이명훈 교수다.

 

와이즈빅은 와이즈 데어리를 통해 낙농 현장의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생산·번식·건강·경영 정보를 연결하는 통합 관리에서 AI 기반 의사결정과 현장 제어로 이어지는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

 

◇ 과제는 ‘현장 검증’과 ‘표준 연동’

 

통합 플랫폼이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얼마나 많은 제조사 장비와 실제로 연동되는지가 관건이다.

 

수입 장비 비중이 큰 낙농 현장에서 해외 제조사가 데이터를 얼마나 개방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폭이 달라진다.

 

새로 제정된 스마트축산 국가표준과 어떻게 연계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AI가 장비 제어까지 맡는 단계에서는 오작동 책임과 농가 수용성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낙농은 스마트 장비 보급률이 가장 높은 축종인 만큼, 데이터 통합과 AI 전환의 효과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장비를 갖추는 경쟁에서 데이터를 연결하고 활용하는 경쟁으로, 스마트 낙농의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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