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포근했던 지난겨울 봄처럼 설레는 짝사랑이 찾아오다.

정치 / 김미진 기자 / 2020-04-14 18:10:08
[짝사랑 그리고 혼잣말] 저자 감밤

책 소개



<짝사랑 그리고 혼잣말>은 감밤 작가의 에세이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소개 글이다.


「꽤나 포근했던 지난겨울 봄처럼 설레는 짝사랑이 찾아왔습니다. 혼자 하는 사랑이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해서 이번만큼은 시간에 녹슬어 사라져 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첫 장을 쓰고 있을 때만 해도 12월의 겨울 한복판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적고 있을 때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었어요. 짧다고도 혹은 길다고도 할 수 있는 그 한 계절 동안 그 사람을 향한 전하지 않은 혼잣말들을 하루하루 모아 자그마한 그림과 함께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짝사랑을 하고 있거나 따뜻한 햇살에 문득 옛 짝사랑이 떠오른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기분 좋은 기억들을 다시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밤 작가의 에세이 <짝사랑 그리고 혼잣말>은 독자들에게 봄처럼 설레던 달콤하고도 풋풋했던 짝사랑의 기분 좋은 기억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출처: 인디펍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감밤



<서양화 속 드레스>, <서양화 속 소품집>을 독립출판했고 꾸준히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목표인 작가입니다.





목차



01. 날씨가 흐려서 / 02. 우연한 만남 / 03. 하루의 시작 / 04. 좋은 향기 / 05. 하소연 / 06. 너와 나의 2호선 / 07. 구두 / 08. 비 오는 날 / 09. 똑... 똑... / 10. 아침 방송 / 11. 너의 발소리 / 12. 사실은... / 13. 석양 / 14. 1월 1일 / 15. 눈 내리는 날 / 16. 달 / 17. 도장처럼 / 18. 티가 날까? / 19. 친절한 사람 / 20. 사랑은 죄수처럼 / 21. 주말 아침 / 22. 옥상 / 23. 왜 하필 너인지 / 24. 보름달 / 25. 찬 바람이 불어오면 / 26. 6층과 7층 사이 / 27. 빗속에서 춤을 / 28. 나의 하루 / 29. 신기루 / 30. 운동화 / 31. 짙은 그림자 / 32. 신호등 / 33. 내리는 눈처럼 / 34. 첫 마침표 / 35. 시든 사랑에도 예의를 / 36. 마지막 혼잣말





본문



내가 하는 업무는 종이 서류 더미들이랑 씨름을 해야 해.


그래서 종이에 자꾸 손이 베여서 아파.


근데 왜 니 생각이 날까?


너한테 하소연하고 싶었나 봐.



- '# 혼잣말 5 - 하소연' 중에서 -




너의 출근길은 시계 방향, 나의 출근길은 반시계 방향


너의 퇴근길은 반시계 방향, 나의 퇴근길은 시계 방향.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걸 아는 데도


나는 매일 두리번 거려.



- '# 혼잣말 6 - 너와 나의 2호선' 중에서 -




나는 한 주에 한 번은 꼭 출장을 나가는데 그게 오늘이야.


많이 걷게 될 날인 걸 아는데도 불편한 구두를 신었어.


왜냐면 그 구두가 제일 예쁘거든!


그래서 부탁인데


오늘은 좀 자주 왔다갔다하고 그래주면 안 될까?


보고 싶어.



- '# 혼잣말 7 - 구두' 중에서 -




오늘은 비가 내리네.


너도 이 비를 맞으며 집에 돌아갔겠지?


가랑비라 어두운 곳에 가면 빗줄기가 보이지 않아서


마치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만


비가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너를 못 본 지 오래인데 요즘엔 그렇게 슬프지가 않아.


너의 얼굴도, 목소리도 희미해지니까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 '# 혼잣말 8 - 비 오는 날' 중에서 -




새로운 팀은 어때?


네가 6층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제 꽤 지난 일이다.


그동안 나는 널 혹시나 한번 볼까


일부러 짝수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유 없이 계단 층계참을 쭈볏거리며 서성거렸어.



너와 나의 결코 메워지지 않을 틈이


너의 천장과 나의 바닥처럼 이제야 선명하게 와닿는다.


짝사랑하면서 너를 매일 마주치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동안 내가 나를 속이고 있었나 봐.



- '# 혼잣말 26 - 6층과 7층 사이' 중에서 -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기보다는


빗속에서 춤을 추래.


짝사랑이 서서히 마음을 지치게 하는데


난 이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춤추듯이 즐길 수 있을까?



- '# 혼잣말 27 - 빗 속에서 춤을' 중에서 -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 앞에서 어떤 신발을 신을까 생각하며 서성이다


운동화를 고른 순간 깨달았어.


아, 이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구나.


비가 오니까.. 미끄러우니까... 머릿속은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나는 너를 좋아하고부터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일까,


뒤꿈치에 물집이 잡히면서도 쭉 구두만 신었던 것 같아.


그렇게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하루 종일 걸으면서


이제는 곧 추억이 될 너와


내 마음에 대해 생각했던 슬픈 날이었어.



- '# 혼잣말 30 - 운동화' 중에서 -




해가 기울면 그림자가 짙어지잖아.


짝사랑을 접으려 마음먹자 이 사랑의 단점,


그리고 너의 단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내가 보이는 거야.


너한텐 고마운 게 참 많은데


그런 너를 미워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슬프다.



- '# 혼잣말 31 - 짙은 그림자' 중에서 -




내 일상에 너의 잔상이 머무르지 않아도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어.


근데 나는 네가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꽤 많이 웃고 있더라고.



거창한 마침표는 아니지만


이렇게 너 없이도 괜찮은 내 모습을 확인한 이 순간을


내 짝사랑의 첫 마침표로 삼으려고 해.


하지만 아직도 네 생각을 하면 마음 한 켠이 쓰린 것 같아.



아마 겨울 한 계절 하루 종일


너만 생각하면서 보냈기 때문일 거야.


마침표 하나로 그 시간들을 허물기엔 부족하겠지만


사랑을 할 때도 이별을 할 때도


모든 감정엔 시작이란 게 있기 마련이니까.



- '# 혼잣말 34 - 첫 마침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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