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는 '택배기사'로 22년을 보낸 이야기

정치 / 허상범 기자 / 2020-04-05 10:35:14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저자 기사님

책 소개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기사님 작가의 에세이다.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영화의 원제는 'Sorry We Missed You'이다. 직역하자면 '미안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 의미를 덧붙이자면 '죄송합니다만, 안 계시네요.' 정도. 영화 속 택배기사인 주인공이 고객 부재 중일 때 붙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택배기사'란, 가장 많이 기다리지만 막상 마주치게 되면 그들에 대한 별 관심이 없는 존재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미안함을 전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


기사님 작가의 에세이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가 기다리는 '택배기사'로 22년을 보낸 이야기, 가장 가까이에 있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지만 따뜻한 이야기이다.



출처: 페브레로
출처: 페브레로


저자 소개



저자: 기사님





목차



총 151페이지





본문



W 빌라에 사시는 할머니는


2달 혹은 3달에 한 번 정도 물건을 보냈다.


아들에게 보내시는 거다.


요금은 착불로 보내신다.


그러면서 1000원을 따로 내 주머니에 넣어주셨다.



회사 규정상 안된다고 말씀드려도 회사 규정이고 뭐고


노인네는 모른다라고 하신다.


자식같은 이가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일하는 것 같아


식사하라고 주는거야 하시는데 안 받을 재간이 없다.


다시 건네 드리면 노인네가 주는거라 안 받는거냐고


화를 내시기 때문이다.



천국에서 먹는 김밥도


요즘엔 천원에 살 수 없지만


먹지 않아도 괜찮다. 배부르다.



하루에 300개의 물건을 배달하여도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못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천원이라니. 밥을 먹으라고 천원이라니.


건네는 것이 작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다.



- '천 원의 행복' 중에서 -




피곤합니다.


그렇지만 보람도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책으로 엮어 낼 생각을 시작한 것도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님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나의 일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고


옆에 있는 누구든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알아 차리는 건 쉬울 것입니다.


나도 아끼지 않는 나를 그들이 업신여기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나를 아끼는 나는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타인이 하기 싫은 일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유일하게 전하는


프로입니다.



그러니 안쓰럽다는 생각 대신


물 한잔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쪽 눈에 방울이 맺혔어도


물 한잔을 요구하며


당신이 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지 생각합시다.



그리고 계속 해봅시다.



-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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