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밤수성이 풍부해서요]는 고유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작가가 밤수성이 풍부해서, 깜깜하고 우울한 밤에 더 잘 써졌다고 생각하는 글들을 중점적으로 엮은 단상집이다.
앞으로도 낮에는 낮의 글을, 밤에는 밤의 글을, 즉, 모든 순간에 글을 쓰는 자신이 되길 염원하며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고유 작가의 에세이 [밤수성이 풍부해서요]는 독자들의 밤의 감수성을 그만의 언어로 깊이 적셔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고유
목차
총 212페이지
본문
평소 느리고 주변에 무관심한 내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말. 네가 예민해서 그래.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는 내게 누군가는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했지. 그럼 나는 그런가, 하고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어. 그런데 나 이제는 이해해. 그렇게 예민해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써. 무수한 감정들을 어떻게든 예민하게 쏟아 내려고 해.
또 다른 예민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 '네가 예민해서 그래' 중에서 -
이기적으로 사는 거, 그거 되게 힘든 일이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특히.
- '이기심' 중에서 -
잠이 오지 않을 땐, 잠 못 이루는 이들을 마음대로 떠올려 본다. 나와 같은 이들. 그들은 어떻게 정직하고도 성실하기만 한 시간의 힘을 버티고 있을까.
때로는 눈을 여러 번 뜨고 감아도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봐.
- '불면' 중에서 -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선택한 세상에서 가장 너저분한 말.
저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그저 힘들기만 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커다란 고통도 끝내 차고 넘치면 결국 다 어딘가로 흘러가 버리더라구요. 그렇다고 물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요. 이런 뻔한 이야기뿐이라 미안해요. 그렇지만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삶의 가치를 절대 의심하지 말아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됐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 '내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중에서 -
기술이 발달하면서 행복의 형태도 자꾸 변하는 것 같아.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로 한 시간을 떠들 수 있다는 게 행복이지, 뭐.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인가?
- '행복의 형태' 중에서 -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계속 걸을래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더라도요.
여기가 내 자리니까.
- '제자리걸음' 중에서 -
하나의 세계를 만난 것 같은 음악이 있어. 앨범 아트부터, 수록곡 하나하나가 모두 특유의 분위기를 듬뿍 풍긴 채 한 세계로 이어져 있는 거지. 그렇게 마주한 새로운 세계에 나는 기분 좋게 잠식돼. 그리고 또 다른 세계를 만날 때까지 헤어나지 못하는 거지.
지금이 그래.
- 'OurR [I]' 중에서 -
별 하나, 별 둘.
별생각을 다 하네.
- '별생각' 중에서 -
잠시 중단했던, 어쩌면 영원히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엔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글쎄. -그 이유가 어찌 됐든, 어쨌든 한 번은 포기했던 일이 되는 거니까- 겁이 나는 건 물론이고, 다시금 선택을 번복하는 자신이 비겁하고 하찮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결국 돌고 돌아서 또 이건가, 나는 이거 밖에 못하나, 아니지,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그만두려 한 거잖아, 이런 절망적인 마음을 도통 떨칠 수가 없는 거다. 무엇보다 결론이 이렇게 되면 난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 일에서 도망치려고 했나, 혼란스럽잖아. 그렇지만 나는 예전에 블로노트에서 이런 말을 봤지.
제자리걸음이 때론, 제 자리를 향한 걸음이라고.
살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일이 있을까. 모든 것은 계속 움직이고 변화한다.
거창해 보이지만, 꿈도 마찬가지야.
- '돌고 돌아서' 중에서 -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데
무언가 꼭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딱 하나만 해야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괴로우려나?
- '쓸데없는 고민' 중에서 -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 소중하게 추억하는 것.
- '평생소원' 중에서 -
술을 잘 마시지도, 그렇게 자주 마시지도 않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참 좋아하는 편이다. 편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자리라면 더욱. 밤 11시를 넘기지 않는다면 더더욱.
때로는 그 누구보다 시끄럽게,
때로는 그 누구보다 울적하게.
사실 술의 힘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도 퍽 이해하게 되는 것. 갑자기 말이 많아지거나, 도리어 말이 없어지거나, 웃음만 터지거나, 눈물만 떨구거나.
그럼에도 그냥 가만히 받아들여 주는 것.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게. 너도 힘들었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
- '술' 중에서 -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어. 아무것도. 그러니 절대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 응? 당연하게 상처받지도 말고. 차라리 그냥 작은 것 하나하나 전부 기적이라고 생각해.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그게 좋겠어.
라고 오늘도 나를 달랬다.
- '당연하게'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