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갑 내기 친구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만난 네 번의 런던

정치 / 김미진 기자 / 2019-10-30 23:06:01
<너의 런던, 나의 런던>



책 소개


[너의 런던, 나의 런던]은 두 명의 동갑내기 친구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한 네 번의 런던을 담은 에세이다.


책은 아빠 따라 영국으로 갔던 13살의 일기와 올림픽 취재로 다시 런던을 찾은 25살의 기억, 어학연수로 넓은 세상을 마주했던 21살의 설렘과 추억과 꿈을 찾아 다시 런던으로 떠난 30살의 여행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기억하는 런던은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오늘도 두 사람 다 런던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목차


총 290페이지


본문


에든버러에 도착하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에든버러성에 갔다. 왕의 아파트와 개의 무덤, 공주를 가두어 놓던 방등이 있었고 방마다 그 방의 역사가 적혀 있었다. 영어를 잘 읽지 못하고 영국 왕들의 이름도 몰라서 어려웠지만 엄마랑 아빠가 해석해주는 것을 듣고 대충 이해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왕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칼을 아들에게 물려주었으며 왕이 죽으면 왕자나 공주가 왕, 여왕이 되었다. 왕은 의자 밑에 돌을 가지고 있어야 왕의 자격이 있다고 했다. 전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에 와서 류시원 집에 온 것을 TV로 보았던 게 생각이 났다. 에든버러성을 다 보고, 다른 성에 가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했는데 그 성을 찾으려고 많은 시간을 물어보고 찾아 헤맸다. 결국 성을 찾았지만 너무 늦어서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어렵게 찾았는데 내일은 꼭 봐야지.


- 'Edinburgh에 가다' 중에서 -


택시를 타고 아빠가 밀레니엄 휠(Millennium Wheel)에 가자고 하니 기사 아저씨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는 다시 한번 밀레니엄 휠로 가자고 말하면서 동그라미를 그렸다. 기사 아저씨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Oh, LONDON EYE'라고 말하면서 데려다줬다. 아래에서 보니 너무 높아서 전체가 다 보이지도 않았다.


올라가니 빅 벤과 웨스트민스터가 내려다보였다. 빅 벤은 영국 국회의사당에 있는 시계인데 아직도 톱니바퀴로 돌아간다고 했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껴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영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런던에 가면 LONDON EYE' 중에서 -


2012 올림픽 때에는 런던에 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나는 지금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쉴 틈이 없어요. 도대체 이걸 8일이라는 시간 안에 해보겠다고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내어 준비한 나를 원망하며 기획안을 봤다. 사실 영국에 간다는 생각에 설레서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도 않았다. 허리와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하는 좁디좁은 공간에서의 12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히스로 공항에 내렸다. 공항 안내 방송에서 들리는 섹시한 영국 발음과 그리웠던 영국 공기를 맡으며 마침내 영국에 도착했음을 만끽해야 하는데 현실은 가혹했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고 해야 할 일은 많다.


- '런던에 간다' 중에서 -


생각보다 이른 아침인데 저절로 눈이 떠졌다. 보통 같았으면 시간 한번 보고, 휴대폰 좀 보다가 이내 잠이 들었겠지만 왜인지 오늘은 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다시 잠들기 싫었던 것 같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8월인데도 영국 날씨답게 꽤나 찬 공기가 방으로 불어 들어왔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턱 밑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얼굴에는 시원한 바람, 이불 안은 따뜻한 이 기분이 좋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서 특유의 런던 냄새가 났다. 런던의 공기를 맡으며 여기 와서 보냈던 정신없던 며칠간을 떠올렸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이미 오래전 일 같다. 너무 정신없이 다니느라 오랜만에 온 런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왠지 씁쓸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며칠 안 남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늦었다.


- '런던의 이른 아침' 중에서 -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시작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행진하는 화려한 퍼레이드 행렬. 흥이 가득한 사람들의 몸짓. 8월 마지막 주 일, 월요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노팅힐 카니발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정신을 빼놓는 시끌벅적함에 얼른 그곳에서 벗어나 평소 보고 싶었던 포토벨로 거리로 향했는데 세상에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적막함이 가득했다. 축제 기간이면 문을 활짝 열고 더 많은 손님을 맞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를 선택한 영국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짧은 노팅힐 나들이는 쓸쓸히 마무리되었다. 낭만적인 노팅힐의 풍경은 영화로 감상해야겠다.


- '두 얼굴의 Notting Hill'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미진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