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직도, 계약직]은 이정 작가의 에세이다.
16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서 이정. 책은 그의 다섯 번의 퇴사와 여섯 번의 입사 그리고 그 과정에 있었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정 작가의 에세이 [아직도, 계약직]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계약직을 하면서도 정직원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과 사회생활에 대한 툴툴거림을 풀어낸 글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눈물 찔끔 흘려본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정
1만 시간의 법칙을 빗겨 나간 '16년 차 계약직 사서'.
정직원이 되어 다양한 업무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인, 16년째 초보 사서이다.
목차
총 122페이지
본문
못되거나 착하거나 눈에 딱 보였으면 좋겠다. 아님 내가 그걸 딱 알아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나는 둘 다 아니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교장이 불렀다. 교장은 자신은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이사장이 계약직 물갈이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갈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교육기관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내년에 도서관에서 할 것들을 아이들과 계획했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눈물이 줄줄. 또 눈물샘이 고장났다. 그렇게 무슨 말을 했었는지 모르게 자리를 떠서는 교장실 맞은편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내 소식을 들은 친한 동료들이 와 있었고 그들을 보니 더 눈물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창피하지만 그때는 눈물이... 눈물이...
(그날 교장은 해고된 계약직들에게 쇼핑백 하나씩을 줬다. 열어보니 ㄱ중학교 이름이 새겨진 수건이었다. 고마워요. 지금도 발수건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한참을 울고 나서 짐정리를 시작했다. 내년에 도서관과 교무실이 이사를 가고 교과실에서 가져가야 할 것도 있었고 마지막날까지 이사준비를 해줘야 했다. 짐을 싸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와준 샘들이 아니라,(물론 고맙지만^^) 짐정리 때 와서 자기 교과실에 가져갈 거 챙기는 교사에게
"내년에 저 없어요" 했더니
"그건 제가 알아야 하는 건 아니고요" 했던 매정한 교사다.
와씨, 애들 가르치는 교사가 그렇게나 매정하다니.
나도 정이 확 떨어지는구나.
- 착한 척하는 사람도 싫어, 51페이지 중에서 -
나의 계약만료는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을까?
짐을 싸는데 부장님이 도서관 문을 열더니 내년 도서관 계획 얘기를 했다. 읭? 싶었다.
"부장님 저 내년에는 없는데요?" 했더니 무슨 말이냐고 한다. 교감이 계약만료 통보서 주고 갔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후 돌아와서는 아쉽다고 회의 때는 그런 얘기 없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한다. 후에 들어보니 계약직들 거취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사서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다가 교감과 교장이 이를 뒤엎고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이사장은 핑계) 학교의 인사권은 교감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니 지난번 생각하는 의자에서 내가 했던 말들이 고까웠나?
아쉬운 건 이 학교가 아니라 내년에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할 행사들을 계획했었는데 재료들만 덩그러니 놓고 나오려니 미안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에게 이러이러해서 학교에서 짤렸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그렇게 계획에 없는 이별을 해야 했다.
그래! 나도 싫다. 다시는 볼 일 없다 안녕!
+ 아이들은 헤어짐에 익숙해서 잘 잊는다고 한다. 근데 난 항상 그게 잘 안 된다. 지금도 애들 얼굴이 생각나네. 툴툴거려도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던 아이들, 두툼한 손으로 십자수를 놔서 핸드폰 줄을 만들어준 아이.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도 있겠고 고등학생들이 되었겠구나. 어디서나 잘 지내렴. 갓 블레스 유
- 모르는 일, 5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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