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잖은 시

문학 / 허상범 기자 / 2019-08-09 08:40:00
저자 허상범

[아이스크림 추억] - 허상범


후딱 발가벗겨 입으로 가져간 아이스크림.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스르르 입에서 코로 달달한 메론향 퍼져가고
그 목 넘김에 달콤한 추억 스르르 새어 나온다.
눈이 올 리 없는 마을의 하얀 겨울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어린 시절의 함박웃음들과도 같은 함박눈이 내렸더랬다.
누구보다 잘 만들겠다며 그 함박웃음으로 밤새 공들여 만든 눈사람
다음날 슬프게 녹아내린 그 모습에 펑펑 흘리던 눈물
그 하얀 눈과도 같아서 아무 맛도 안 나던 그 눈물.
이제 흘리는 눈물은 짜다 못해 쓰기만 한데,
앞으로 흘릴 눈물의 맛은 어찌 감당할 수 있을런지.
어느새 시원한 속살은 어디 가고 앙상하게 남은 뼈대만이 입안에서 놀아난다.
눈치 없는 혀는 벌써부터 단맛이 그립단다.
결국 아직 남아있는 단물이 아쉬워,
그날은 하루 종일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입에 물고 다녔더랬다.


Snow in Argenteuil, 클로드 모네 1875. [출처: Google Arts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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