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추억] - 허상범
후딱 발가벗겨 입으로 가져간 아이스크림.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스르르 입에서 코로 달달한 메론향 퍼져가고
그 목 넘김에 달콤한 추억 스르르 새어 나온다.
눈이 올 리 없는 마을의 하얀 겨울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어린 시절의 함박웃음들과도 같은 함박눈이 내렸더랬다.
누구보다 잘 만들겠다며 그 함박웃음으로 밤새 공들여 만든 눈사람
다음날 슬프게 녹아내린 그 모습에 펑펑 흘리던 눈물
그 하얀 눈과도 같아서 아무 맛도 안 나던 그 눈물.
이제 흘리는 눈물은 짜다 못해 쓰기만 한데,
앞으로 흘릴 눈물의 맛은 어찌 감당할 수 있을런지.
어느새 시원한 속살은 어디 가고 앙상하게 남은 뼈대만이 입안에서 놀아난다.
눈치 없는 혀는 벌써부터 단맛이 그립단다.
결국 아직 남아있는 단물이 아쉬워,
그날은 하루 종일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입에 물고 다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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