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동 걸린 편의점 돌파구는 ‘특화매장’…주목받는 이마트24 ‘명동 K-푸드랩’

유통·생활경제 / 한시은 기자 / 2026-03-19 07:00:53
이마트24 ‘K-푸드랩 명동점’ 오픈…포화 편의점 시장 돌파구 모색
봉지라면 70% 확대·조리 체험까지…한국식 라면 문화 구현
뷰티·K-POP 결합한 체험형 매장…방문객·매출 동반 상승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회색빛 건물 사이로 강렬한 오렌지색 외관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건물 상단에서 곡선 형태로 내려오는 라면 면발은 한눈에 봐도 일반 편의점이 아닌 ‘라면’과 관련된 공간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치 라면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마트24는 최근 서울 명동 상권에 라면을 전면에 내세운 특화 점포 ‘K-푸드랩 명동점’을 오픈했다. 한국 편의점 문화와 K-콘텐츠를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특화매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다. 점포 수 증가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매출 성장세도 둔화되면서 고객 발길을 끌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24 역시 두번째 특화매장 ‘K-푸드랩’을 통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 18일 서울 명동 이마트24 ‘K-푸드랩 명동점’ 현장 모습/사진=한시은 기자

 

18일 오픈 첫날 찾은 현장에는 업계 최대 수준의 라면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삼양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비롯해 농심 ‘신라면’, 팔도 ‘왕뚜껑’ 봉지라면 등 국내 대표 제품은 물론 일반 매장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라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없는 게 없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한국 라면은 외국인 사이에서 대표적인 ‘K-푸드’로 자리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약 9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편의점 관련 SNS 게시물 중 음식 비중이 40%를 차지한 가운데, 라면은 14.1%로 주요 키워드 1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K-푸드랩 명동점’ 프리오픈 기간(3월 16~17일) 동안 방문객 수는 일반 점포 대비 2.8배, 매출은 2.5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가운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고객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 18일 서울 명동 이마트24 ‘K-푸드랩 명동점’ 현장 모습/사진=한시은 기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입구 양옆에는 환전기와 택스프리 키오스크가 배치됐고, 매장 전반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언어 안내 사인이 설치됐다.

또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해 오리온 ‘비쵸비’, 삼양 ‘불닭볶음면’ 등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상품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들 상품을 묶은 전용 선물세트도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K-POP 아이돌 굿즈와 인기 색조 화장품까지 더해지며 매장 전반이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로 가득했다.

현장 관계자는 “외국인 이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를 입구에 배치하고, 인기 상품을 전면 매대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며 “외국인 고객의 소비 패턴과 불편 요소를 반영해 점포 콘셉트부터 공간 구성, 상품 진열까지 전반적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명동 이마트24 ‘K-푸드랩 명동점’ 현장 모습/사진=한시은 기자

 

2층으로 올라가자 라면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약 2.8m 높이의 대형 진열대에는 170여 종의 라면이 배치됐다. 일반 편의점과 달리 봉지라면 비중을 약 70%까지 확대했다. 외국인들이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한 ‘한국식 라면 조리 방식’을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라면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김치, 김밥, 떡볶이 등 분식류도 한 공간에 배치했다.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곁들임 메뉴를 선택한 뒤 결제와 조리까지 이어지는 ‘원웨이(one-way)’ 동선을 적용해 체험 편의성을 높였다. 2층에는 8개의 조리대와 취식 공간이 별도 마련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곁들임 메뉴를 담은 뒤 결제와 조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구현했다”며 “일반 편의점처럼 1층 창가에서 라면을 먹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 고객 의견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 특화매장 속도전 나선 이마트24…디저트·트렌드로 차별화

이마트24는 특화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이와 다른 콘셉트의 특화매장 2개를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트렌드랩 성수점’은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수 3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3월 기준 일평균 매출도 일반 점포 대비 1.6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초에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아뜰리에길에 디저트 특화매장 ‘디저트랩 서울숲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차별화된 디저트와 베이커리 상품, 디저트와 어울리는 와인 등을 함께 선보이는 매장으로, 인기 디저트 상품을 교체해 선보이는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디저트 쇼룸’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디저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편의점 업계에서 디저트는 대표적인 성장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CU의 디저트 매출은 전년 대비 62.3% 증가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28.2%, 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24 역시 같은 기간 디저트 매출이 20% 늘었다. 최근에는 메가히트 상품 ‘두바이쫀득쿠키’에 이어 ‘버터떡’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이동하는 등 디저트 소비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근거리 쇼핑 채널인 편의점이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포화된 편의점 시장…돌파구로 떠오른 ‘특화매장’ 경쟁

특화매장은 특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점포 형태로, 상품 구색을 대폭 확대하거나 전용 상품을 운영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CU의 라면 특화 매장 ‘라면라이브러리’는 국내외 인기 봉지라면 100여 종을 갖추며 일반 점포 대비 3배 이상의 구색을 확보했다.

업계 전반에서도 특화매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CU는 2023년 업계 최초로 특화매장 모델을 도입한 이후 라면라이브러리, 뷰티 특화점, 건강식품 특화점 등 13개 콘셉트로 약 2만3000개의 특화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장보기 특화점’은 현재 110여개에서 올해 5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25 역시 신선식품 특화매장 803개, 주류 특화매장 770여 개, 스포츠 특화매장 5개 등 1500여개 특화매장을 운영 중으로, 신선식품 특화매장은 연내 110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가 특화매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둔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2022년 10.8%에서 2023년 8.0%, 2024년 3.9%로 하락했고, 2025년에는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 1월 기준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4사의 점포 수는 5만3262개에 달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고객 경험 중심 소비가 확대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는 특화매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화매장은 집객 효과는 물론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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