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흑기사’로 변한 백기사?…신동국 회장 행보에 끊이지 않는 논란

제약 / 소민영 기자 / 2026-03-17 06:59:41
황상연 대표 내정설에 임직원 반발…배당 최대 수혜자 프레임도 겹쳐
기타비상무이사 역할 논란 재점화…로수젯 원료·윤리 이슈까지 번져
경영진 교체 넘어 품질·R&D·내부통제 ‘불가침 원칙’ 세워야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한미약품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주총 안건에 신임 이사 선임이 포함되면서 경영진 거취와 이사회 재편이 사실상 ‘표 대결’ 양상으로 번졌고, 그 중심에는 한미약품의 ‘백기사’로 불렸던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서 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 전경/사진=각각 한양정밀,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의 정기 주총은 오는 31일 오전 11시로,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2층 파크홀에서 열린다.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정통 한미맨’으로 평가 받는 박재현 대표가 물러나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 부문 대표가 대표이사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 교체에 적극 찬성하는 만큼 "최대주주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한미약품이 지켜온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신론이 번지고 있다.

◇ ‘백기사’로 올라섰지만…왜 분쟁은 끝나지 않나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백기사’로 등장했지만, 처음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측에 서 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임종윤·임종훈 전 대표와 노선을 함께 하다가 이후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손잡고 4자 연합을 구성했고,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신 회장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선택과 연합이 가능했지만, 그의 이후 행보가 한미약품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비치고 있어 경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4자 연합이 승기를 잡은 후, 한미약품의 안정적인 경영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은 바로 사라졌다. 당시 신 회장은 한미약품 사옥 17층에 임종윤 전 대표이사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집무실로 활용해 주 2회 가량 출근하면서 임직원들로부터 경영 전반 보고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최대주주의 경영 간섭’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 기타비상무이사의 '선 넘기' 논란…전문경영인 체제 흔들리나

신 회장은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모두의 등기이사이며, 비상근 성격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한미약품에서는 지난해 6월 임시주총을 통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편’에서 ‘모녀 편’으로 이동하면서 두 회사 이사회 핵심에 들어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원칙적으로 상근 임원이 아닌 만큼, 회사 현안은 이사회와 공식 보고 체계를 통해 공유받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다. 그런데 비상근 이사가 빈번히 출근해 임원진에게 개별적으로 경영 현안 보고를 받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논란이 누적되면서, 결국 다시 ‘경영권 분쟁’이라는 뼈아픈 과거를 끄집어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 성추행·원료전환·배당…불신 키우는 3가지

최근 신회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잇달아 공개됐다. 먼저, 팔탄공장 임원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 회장이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태도를 보였다는 논란이다. 다음으로 한미약품 핵심 품목인 로수젯 원료의약품을 저가 중국산으로 교체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제품 품질과 환자 신뢰가 직결되는 영역에서 '원가 절감'이 최우선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여기에 배당 이슈가 기름을 부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가 10년 만에 최대 수준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신 회장이 약 80억원 규모 배당금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실적이 좋다면 배당은 가능하다. 다만 지배구조 갈등이 커진 시점에 ‘배당 최대 수혜자’ 프레임이 겹치면, 시장은 ‘결국 대주주의 목표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경영서 손 떼라…임직원 피켓이 보여준 내부 균열

지난 12일 한미약품 이사회가 열린 현장에는 임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나와 신 회장의 경영 간섭 중단과 사과를 촉구했다.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경영에서 당장 손 떼라” 같은 문구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조직 내부의 신뢰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한미맨’으로 대표 자리까지 올라 최대 실적을 올린 박재현 대표를 내치고 외부 인사를 대표로 앉히는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 어떤 한미약품의 미래를 그리려는지 불투명하다는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명확한 청사진 없이 사람만 바꾸는 방식은 혁신이 아니라 ‘간섭’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 주총 이후가 더 중요…원칙·장치 없으면 신뢰 회복 어려워

오는 31일 주총은 한미약품의 향후 방향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회사가 ‘더 나은 한미’로 가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독립성 보장, 품질 우선 원칙, 윤리·인권·컴플라이언스 강화, R&D 장기 전략의 흔들림 없는 실행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안팎의 의견이다.

 

특히 새로 꾸려질 경영진은 그동안의 혼돈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미약품의 사업·품질·조직 문화를 더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인의 입김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한미약품의 명성과 원칙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만, 신동국 회장의 선택에도 신뢰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한미약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명성 유지와 더 나은 한미의 미래를 위한 원칙과 장치라는 설명이다. 책임 있는 선택을 통해 책임 있는 경영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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