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주식 4.98% EB에 활용…140억원대 차입금 상환 목적
자사주 소각 대신 채무상환 재원으로…주주환원 취지 의문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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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근당 본사 전경/사진=종근당 제공 |
종근당홀딩스가 자기주식 관련 보고서를 누락한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직접적인 주주환원 대신 보유 주식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당초 자사주 취득 목적과 다르게 처리됐다.
◇ 자기주식보고서 누락에 반기보고서 정정…"시행령 개정 반영 못 해"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홀딩스는 지난 12일 2026년 반기보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8월 14일 최초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자기주식보고서를 첨부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종근당홀딩스는 정정신고서에서 정정 사유를 '자기주식보고서 미첨부'와 '주식의 총수 등 관련 내용 변경'으로 명시했다.
특히 두 항목 모두 '정정요구·명령 관련 여부'에 '여'라고 기재했다. 해당 정정사항이 금융당국의 정정요구·명령과 관련된 것이다.
이번 정정의 핵심은 기존 반기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던 자기주식 취득·처분 세부 내역과 신탁계약 이행 현황 등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종근당홀딩스는 최초 반기보고서에서도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주식 24만9303주를 기재했다. 전체 발행주식 500만9861주의 4.98%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해당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지난해 10월 교환사채(EB)를 발행했으며, 관련 주식이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그러나 자기주식 취득·처분 현황에서는 모든 항목을 0주로 표시했다. 종근당홀딩스는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채를 발행하면 해당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자기주식 보유비율 역시 표에는 4.98%로 기재하면서 주석에는 법령상 처분 간주 규정에 따른 비율이 0%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종근당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6월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채를 발행할 경우 해당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간주하던 규정이 삭제됐다"며 "이 같은 변경 사항이 반기보고서부터 반영됐어야 했지만 이를 놓친 부분이 있어 정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3일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6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는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자기주식 보유현황과 처리계획의 공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으며, 자기주식 활용과 처분 과정에 대한 공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 정정 전 '0주' 표시 자사주…정정 후 24만9303주 취득
이번 정정에서는 자기주식 취득·처분 현황의 기재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에 0주로 표시했던 항목에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한 보통주 24만9276주와 기타 취득한 27주를 구분해 기재했다. 기초수량과 기말수량에도 해당 물량을 반영했다.
신탁계약으로 확보한 24만9276주는 과거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의 만기 또는 중도 해지에 따라 회사 증권계좌로 입고된 물량이다. 나머지 27주는 과거 주식병합 과정에서 발생한 단주다.
정정 전에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시했던 자기주식 신탁계약 체결·해지 이행현황도 새롭게 공개했다. 2020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자기주식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해지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 10월 체결한 5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에서는 최종 약 49억4800만원의 자기주식을 취득했다. 2021년 10월 체결한 5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에서는 약 49억4000만원을 집행했다. 2022년 8월 체결한 10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은 이후 연장됐다가 2024년 2월 중도 해지됐으며, 마지막 해지 내역에 기재된 취득금액은 약 30억2700만원이다.
정정된 보고서에는 이 같은 계약별 취득금액뿐 아니라 계약기간과 이행률, 해지 결과 등도 추가됐다.
결국 최초 보고서에서도 자기주식 총수와 EB 발행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정정을 통해 자사주 취득 경위와 구체적인 보유 내역을 보다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주가 안정·주주가치 제고' 위해 취득…140억원대 EB 발행에 활용
주목할 부분은 종근당홀딩스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내세운 목적과 이후 활용 방식이다. 종근당홀딩스는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기주식 24만9276주의 취득 목적을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로 명시했다.
그러나 종근당홀딩스는 지난해 10월 23일 해당 자기주식에 단주 27주를 더한 총 24만9303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제3회 무기명식 이권부 사모 EB를 발행했다. 교환청구기간은 2025년 10월 24일부터 2030년 9월 23일까지다. 해당 자기주식은 EB 발행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있다.
특히 EB 발행 목적은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이었다. 지난해 10월 15일 공시한 '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따르면 발행금액 약 140억8600만원 전액이 채무상환자금으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 자기주식이 회사의 차입금 상환 재원을 확보하는 데 활용된 것이다.
종근당홀딩스 측은 당시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당시 재원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EB를 발행한 것"이라며 "공시된 대로 기존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었으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바이오산업은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경영 전반과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투자를 지속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B는 투자자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기업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교환권이 행사되면 그동안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던 자기주식이 투자자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과는 성격이 다르다.
◇ 자사주 소각 대신 채무상환…회사 측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위한 결정"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자기주식을 EB 발행에 활용하는 방식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종근당홀딩스 역시 이번 정정 보고서에서 자기주식 소각현황을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했다. 2026년 단기 자기주식 취득·처분·소각 계획에서도 별도의 소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EB의 교환대상인 자기주식 24만9303주를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근당홀딩스는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조달이 단기적인 주주환원보다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고려한 경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종근당홀딩스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경영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 성과가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B 발행 자체를 주주가치 훼손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차입금 상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금융비용을 줄인다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확보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만큼, 그 결정이 기존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환권 행사에 따라 자기주식이 투자자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식 유통 물량과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도 들여다 봐야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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