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만들다가 쓰레기 주으러 다니는 쓰레기 언니들 이야기
쓰레기 언니들의 업사이클링 작업 일지
허상범 기자
qjadl0150@naver.com | 2021-08-20 17:34:02
<쓰레기 작업일지>는 업사이클링 디자인팀 피스모아의 1년간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디자이너(노동자), 생산자로서의 환경에 대한 생각, 업사이클링 작업과정(헌 옷 분해 > 세척 > 봉제 > 실크스크린 인쇄), 업사이클링 결과물 : 패브릭 포스터, 의자, 에코백 등, 사소하지만 유용한 친환경라이프 실천방법이 담겨있다.
저자 소개
피스모아
버려진 피스(piece)를 모아(moa) 가치있는 물건을 만들어나가는 업사이클링 디자인팀 '피스모아'입니다. 각기 다른 필드에서 일하는 3명의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루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추종하고 열심히 사모으던 미대언니들이 이제는 매일 '쓰레기의 쓸모'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쓰레기로 작업하게 되기까지
• 쓰레기 언니들 & 작업 동기
• 파산 직전의 풍요로운 삶
• 옷 한 벌의 나비효과
• 77억개의 트루먼쇼
• 쓰레기로 만들지라도 아름다울 것
2. 쓰레기 작업 이야기
• 첫 번째 프로토타입
• 쓰레기 사러가던 날
• 패치워크
• 그래픽 & 실크스크린
• 전시 100개의 셔츠
• 아름다운 쓰레기 컬렉션
3. 바꿔가요
•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방법
• 입을 것
• 먹을 것
• 살아가는 것
4. 함께해요
• 그래픽으로 전하는 작은 팁
• 마치면서
• 함께 보고 싶은 콘텐츠
책 속으로
이미 지구에 많은 상품이 차고 넘치는데 또 다른 과잉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을 쓰고 있음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돈을 벌지 않는 시간에는 친환경을 지향해 왔음에도 돈을 버는 시간에는 환경을 파괴하는 조력자가 되어버린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불편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자 밥벌이는 당장 그만두지 못하더라도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덜 사기, 소비 줄이기, 쓰는 물건의 품목을 줄이기 등 생각해보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았다. <4p>
또 선의에만 의지해서 판매되는 제품과 브랜드는 금방 한계에 부딪히게 되어있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윤리적인 공정을 거쳐 만들었을지라도 과정보다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물건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멋진 디자인을 환경을 덜 해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도 힘들다. 버려진 재료를 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일이 표준화하기 쉽지 않아 수작업 공정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로 근사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고, 생산방식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며 경제적으로까지 효용이 있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35p>
셔츠를 분해하면서 셔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역으로 되짚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박음질이 필요하구나”, “소매는 해지지 않도록 더 신경 써서 만들었구나”, “주머니의 귀퉁이가 닳지 않도록 여러 번 박았구나” 등등 분해하면서 옷을 거쳐 간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버려진 옷을 분해하면서 옷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는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사용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52p>
실크스크린을 하면 실크 틀의 잉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되고, 잉크로 오염된 물은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돼요. 어느 날 실크 틀을 세척한 후 오염된 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내면서 나의 작업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들었어요.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까지도 친환경적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고민을 피스모아 팀원들과 나누었고, 작년에 했던 전시 방문객들과도 공유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실크 스크린 작업을 거치니 새 제품보다 개성 있고 예쁘다고 말해 주셨어요. 버려진 소재에 약간의 터치를 통해서 새롭게 쓰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69p>
쓰레기 작업일지 | 피스모아 지음 | 구르북스 발행 |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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