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에 앞장서는 오덕렬 수필가
- 현대수필의 뿌리는 고전수필이다
- 우리 고전문학에서 서구의 에세이(essay)에 해당하는 글은 한 편도 없다
- 사실적 토의의 문학인 에세이와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양식의 문학인 창작수필은 구별돼야 한다
- ‘붓 가는 대로’ 쓴 ‘잡문’을 가지고 수필이라 우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도현
qjadl0150@naver.com | 2021-05-21 14:10:41
1. 창작수필 평론집 <창작수필을 평하다>(2020. 12. 풍백미디어)에 이어 우리 고전수필에 주목한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2021. 3. 풍백미디어)을 출간하였습니다. 두 책을 연이어 출간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수필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창작수필>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수필(에세이)과 창작수필이 어떻게 다른지 좀 알리고 싶었습니다. 창작수필을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실제 작품을 예를 들어 창작수필의 개념, 방법론 등을 자세히 설명한 <창작수필을 평하다>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은 현대수필의 뿌리는 고전수필에 있음을 명확히 한 책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씀을 서구의 문예사조가 들어온 갑오경장(1894) 이후 100여 년이 넘도록 누가 짚어낸 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작품들을 텍스트로 삼아 창작론에서 ‘고전’과 ‘현대’가 만나고 있음을 말씀드린 책입니다.
2.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을 보면 머리말에서 “우리 고전문학에서 서구의 에세이(essay)에 해당하는 글은 한 편도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우리 수필은 어떤 것입니까?
제일 연대가 늦은 「규중칠우 쟁공론」의 연대가 서구 문예사조가 들어온 갑오경장(1894)이전이니 서구의 에세이(essay)에 해당하는 작품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고전문학은 한문수필과 한글수필이 있습니다. 욕심 같지만 한글 수필인 내간체 작품에서 찾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명일기」를 꼽고 싶습니다. 한문수필로는 「일야구도하기」를 아낍니다.
고전 수필의 맥을 잇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우리 고전수필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탓입니다. 윤오영 선생의 작품에서 우리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작품을 어렴풋이나마 발견하게 됩니다.
3. 수필이라는 명칭 보다는 에세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요즘 통칭 에세이라 칭하는 장르와 수필은 그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시대 흐름의 결과입니다. 에세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갑오개혁(1894) 무렵입니다. 몽테뉴의 에세이는 이 땅에 들어온 후 한국적 양식의 <현대에세이>로 변하여 왔습니다. 에세이는 사실 자체(소재)에 관한 논의를 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사실에 대한 사실적 토의의 문학입니다.
수필은 찰스 램의 창작·창작적인 에세이가 우리 땅에 들어온 후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 양식의 문학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창작수필은 소재를 상상적·허구적 존재로 변화시키는 창작문학입니다. 두 문학에 우열은 없습니다. 직능이 다를 뿐입니다. 에세이가 빵 냄새를 풍긴다면 수필은 쌀밥 냄새라 하겠습니다.
4. 마지막으로 수필가와 수필을 쓰고자 하는 지망생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수필을 하는 분들은 일반산문인 에세이를 쓸 것인가, 창작수필을 쓸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 글을 써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섞어 쓰면 그게 바로 ‘잡문’인 것입니다. 수필을 쓰고자 하는 분들은 에세이와 창작수필이 어떻게 다른가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붓 가는 대로’ 쓴 ‘잡문’을 가지고 수필이라고 우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오덕렬(吳德烈)
교육자이자 수필가로, ‘방송문학상’(1983) 당선과 한국수필(1990)으로 등단하였고, 계간 散文의詩를 통해 ‘산문의 시 평론’ 신인상 당선(2014)과 ‘산문의 시(창작수필)’ 신인상 당선(2015)으로 창작수필 평론가와 창작수필가로 재등단하였다.
저서로는 수필집 <항꾸네 갑시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수필선집 <무등산 복수초> <간고등어>, 평론집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창작수필을 평하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등이 있다.
현재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 편찬 중이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으로 수필의 문학성 회복과 창작수필(散文의詩)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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