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조 집사들의 애환을 다룬 에세이

[참새 침공] 저자 유준재, 이한나

김미진 기자

qjadl0150@naver.com | 2020-01-13 07:42:00

책 소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의 초대형 셀럽 ‘천덕이’


하루아침에 부모형제를 잃은 천덕꾸러기 천덕이는어떻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셀럽 참새가 되었을까?


세상에는 치명적인 반려동물들이 너무 많다. 덕분에 멍뭉미 터지는 강아지와 새침도도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물 에세이도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세상 천지에 반려견과 반려묘를 모시는 집사들만 있을까?


이른바 해로운 새-참새가 주인공인 《참새 침공》은 반려조 집사들의 애환을 다룬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는 어떻게 귀엽고 깜찍한 동물들의 전유물이었던 동물 에세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시작은 온전히 우연이었다.


어느 날, 출판사 관계자는 다른 책의 작가와 한담을 나누던 중 천덕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게 된다. “스누라이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뭔 줄 아세요? ‘천덕이’라는 참새 이야기랍니다.”


“참새 이야기요?”


“네. 천덕이 아빠라는 사람이 참새를 키우는데, 그분이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베스트 게시물로 올라가요.”


“엄청 재밌는 글인가 보네요. 저도 관심이 가는데요.”


이렇게 단순히 잡담으로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귀신에 홀린 듯 책으로까지 나왔다. 한 남자의 삶을 침공하고, 국내 최고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마음까지 침공한 것도 모자라 출판사까지 점령하고 이제는 독자의 삶까지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유준재, 이한나



천덕이 아빠 유준재 -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스타트업 창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살던 중, 우연히 줍게 된 참새 천덕이에게 일상을 지배당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이 황당한 이야기를 하소연하듯 올렸는데,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천덕이가 귀엽다는 반응이 빗발치는 바람에 출판사에서까지 연락이 왔고 얼떨결에 이 책을 썼다. 여전히 천덕이가 도대체 왜 귀엽냐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천덕이 엄마 이한나 - 1986년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후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천덕이 아빠와는 캠퍼스 커플로 5년간 연애했다. 천덕이 아빠가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밥벌이를 못 할 것 같아서 “내가 먹여 살릴 테니 결혼하자”며 먼저 청혼했고, 최근 남편을 꼭 닮은 딸을 출산하였다. 남편도 데리고 사는데 참새는 별거냐 싶어서 천덕이를 데리고 오는 데 찬성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목차



prologue 참새의 침공



1 침공의 시작


침공 1일차 / 식량의 침탈 / 일터로의 습격 / 약탈자의 주머니 / 심리전에 당한 아군들 / PUZZLE / 방해받은 통행로 / 잃어버린 제공권



2 영토 확장의 시대


엄마 품이 그리운 침략자 / 까다로운 입맛 / 잃어버린 명분 / PUZZLE / 사냥의 시작 / 찢어진 살점 / 초토화된 정원 / 잠깐의 휴전 / 침략자의 하루 / 내 손 위의 생화학테러 / 천덕이 똥도감 / 원정길에 오른 침략자 / 침략자의 원수 / 바깥 영토를 시찰하는 침략자 / 먹이의 습격 / 밀웜 vs 참새 / 밀웜 반란군 / 천덕이를 그려라!



3 번영하는 제국


흙을 파헤치는 침략자 / 청소기의 반격 / 침략자의 추석 / 천덕이를 또 그려라! / PUZZLE / 천덕이 약탈물 도감 / 탈모의 습격 / 옷 위의 테러 / 약탈당한 식량 / 굿바이 라푼젤… / 스포트라이트 / 쫀득해진 생체병기 / 침략자의 사진 찍기 / 침략자와의소풍 / 침략자의 페티시(fetish) / 천덕이 주사위 만들기



4 제국의 위기


병원에 간 침략자 / 조용해진 침략자 / 추격전 / 침략자와의 휴일 / 바스락거리는 소리 / 안전띠를 한 침략자 / 여자친구가 생긴 침략자 / 눈을 쪼는 침략자 / 침략자의 목욕타월 / 이불 위를 여행하는 침략자를 위한 안내서 / 성체를 올린 침략자 / 침략자의 셀프 소개팅



5 정체를 드러낸 침략자


천덕이 신체도감 / 침략자 잠재우기 / 요망한 엉덩이 / 침략자의 속눈썹 / 자라나라 부리부리 / 침략자의 겨울나기 / 침략자의 Q&A / 적군과의 교신 / 천덕이 깃털도감 / 성별을 알 수 없는 침략자



6 침략자의 속사정


무한이 오르는 계단 / 침공당한 동병상련 / 침략자의 사색 / 침략자의 역지사지 / 노트북의 탈취 / 거꾸로 뒤집기 / 침략자를 부르는 이름 / 과거의 침략자 / 침략자를 문 안에 들인 이유 / 처가댁을 침공 중인 또 다른 침략자 / 침략자의 이모저모 / 왕좌에 앉은 적 / 완전한 함락



7 침공의 대단원


새줍 매뉴얼 / 그 이후의 이야기 / 인스타그램 때문에 맺어진 부자관계 / 천덕이 부적



epilogue 침략자 대신 감사의 말씀





본문



이유식을 주는 방법도 참 가관입니다. 2시간에 한 번씩 쉬지 않고 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세상에나 맙소사. 2시간에 한 번이라니요! 그것도 바늘을 제거한 주사기로, 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토해 주듯이 한 방울 한 방울씩 정성스럽게 부리 속으로 넣어줘야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쌀알을 주면 알아서 먹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요…. 인터넷에서는 분명 2시간에 한 번씩이라고 했지만, 녀석은 배부름이란 걸 느끼지 못하는 건지 먹이를 준 지 10분만 지나도 짹짹거리면서 저를 찾습니다.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짹짹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주사기를 갖다 대는데, 마치 3일을 굶은 거지 모양으로 전투적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흡입을 하고 맙니다.


- '식량의 침탈' 중에서 -




제 밥에서 좁쌀과 기장을 일일이 골라서 녀석에게 대령했는데 정작 천덕이는 관심도 안 보이네요. 이유식도 안 먹고 알곡도 안 먹고, 심지어 이렇게 제 밥맛까지 희생해가며 내놓은 것도 안 먹으니 짜증이 확 솟구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시간째 녀석이 굶고 있으니 괜히 신경이 쓰이네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녀석이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더군요. 설마 하고 녀석을 손에 올려 입으로 좁쌀을 발라내어 녀석에게 들이대니까 그제서야 그걸 먹는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녀석이 원했던 것은 어미가 입으로 먹이를 주듯이 내가 그렇게 주길 원했던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 '까다로운 입맛' 중에서 -




“유 서방! 이거 봐봐 이놈이 벌레를 먹어!”


“네? 입으로 줘야 먹는데요. 아버님?”


이게 대체 무슨 말씀인가 싶어 아버님께 가보았습니다. 설마 벌레를 입으로 줬다는 건 아니시겠죠. 가보니, 아버님은 천덕이를 손에 높이 올려 천장에 가까이 대고 있었습니다. 천장에는 작은 날파리나 모기 같은 것이 종종 앉아있었는데, 녀석은 정확하고 빠른 입질로 근처의 벌레들을 콕콕 쪼아 먹고 있었던 겁니다.


근데, 저는 그걸 본 순간 사실 새로운 걱정거리가 문득 생겨버렸습니다. 벌레를 먹은 저 부리에 제 입술을 허락해야 한다니…. 아… 절대 그것만은 안 됩니다.


- '사냥의 시작' 중에서 -




빵빵하게 배가 부풀고 심지어 항문까지 퉁퉁 부어올랐는데 이러다가 심각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 녀석 우리 집에 와서 의료보험도 안 되는 생돈까지 들여가며 동물병원까지 다니는데, 이렇게 죽으면 내 노력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건가요. 그럴 거면 우리 집에 아예 오질 말든가 할 것이지….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결국은 자정이 다 되어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마음이 심란해지고 표정도 굳은 상태로 정말 심각해져서 심야택시를 타고 동물병원에 도착했는데… 엥? 새장 바닥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역대급 빅똥이 놓여있고, 천덕이 녀석의 배는 홀쭉해져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항문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고, 상태도 다시 멀쩡해졌네요. 어디가 아파서 이렇게 밤에 찾아왔는지, 퇴근했다가 다급한 연락을 받고 응급진료를 봐주시러 오신 의사 선생님께 드릴 말이 없더군요.


아… 이 녀석, 나한테 이렇게 빅똥을 먹이다니….


- '조용해진 침략자' 중에서 -



[소셜밸류 =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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