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티테이블 위로 세계지도를 펼쳤습니다.

[고양이와 함게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저자 길정현

오도현

qjadl0150@naver.com | 2020-05-31 20:09:00

책 소개



다른 어떤 여행보다 맛있는 티테이블 위 세계여행의 시작 - “집사는 고양이와 함께라서 더 행복해!”


마음만 먹는다면 출근길에도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지만, 수십 번도 더 머뭇거리다가 결국 책상 앞으로 돌아와 앉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재택근무도 정착시킨 이 시국에 여행은 무슨 여행일까요. 그저 영혼이라도 쿠바의 낡은 거리, 발리의 파란 바다, 파타고니아의 압도적 풍광 속으로 보내볼 수밖에요.


그럼에도 마음의 들썩임을 참을 수 없었던 작가는 마침내 티테이블 위로 세계지도를 펼쳤습니다. 네 살짜리 고양이 ‘감자’의 집사가 늘 꿈꿔왔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소중한 존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맛있는 방식으로요.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길정현



길정현 - 라미감자카페의 라미. 조만간 근속 10년을 바라보는 30대 직장인. 《이탈리아 고작 5일》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을 지었습니다. 홈카페에서 Me Time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진심으로 오롯이 혼자인 것은 무서워합니다. 감자와 요롱이(닥스훈트, 8세)와 함께 서울에 삽니다.



고양이 감자 - 페르시안 종의 중성화한 수컷. 2020년 3월 기준으로 나이는 네 살. 다니는 동물병원에서도 톱클래스에 들 정도의 사나운 성격. 할퀴는 일은 거의 없으나 무는 일은 아주 많습니다. 관종끼가 있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항상 앵글 안에 들어와 있으며 그래도 관심을 안 주면 달려와서 뭅니다.





목차



프롤로그 고양이와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의 시작



적당히의 미학, 모카포트(이탈리아, 로마) / 멘보샤와 새우 토스트(중국, 북경) / 즐거움을 위한 커피, 카페 쓰어다(베트남, 다낭) / 홍콩식 밀크티와 토스트(홍콩) / 낯선 사람이 건네는 차이(터키, 이스탄불) / 여름밤의 맛, 바나나 로띠와 수박주스(태국, 치앙마이) / 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관계(호주, 시드니) / 마음을 다해, 터키쉬 커피(터키, 이스탄불) / 한여름의 크림 빠진 크림티(마카오) / 네덜란드의 진짜 마약, 스트룹와플(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생햄의 시대, 프로슈토와 하몽(이탈리아, 피렌체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 다람쥐 커피의 귀여운 진실(베트남, 하노이) / 마카롱은 왜 비싼가(프랑스, 파리) / 와플의 세계(벨기에, 안트베르펜) / 빠지다, 아포가또(이탈리아, 베네치아) / 에그타르트 한 알의 힘(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포르투갈, 리스본) / 바나나의 의미(일본, 도쿄) / 보헤미안의 단맛, 말렌카(체코, 프라하) / 누군가의 삶을 바꾼 커피(태국, 치앙마이) / 먹기 전쟁, 월병과 에그롤(중국, 북경) / 초승달처럼, 크루아상(프랑스, 니스) / 도미는 어떻게 붕어가 되었나(일본, 구라요시 그리고 한국, 서울) / 슈크림을 잔뜩 먹는다는 것(미국, 라스베이거스) / 번영이 도래하다, 펑리수(대만, 타이베이) / 우유를 튀긴다굽쇼?(스페인, 마드리드) / 당신의 인생 커피(미국, 샌프란시스코) / 세상의 모든 웰컴, 웰컴 드링크(태국, 방콕) / 겨울의 문을 여는 3가지 간식(한국, 서울) / 생일 케이크의 맛(내가 아는 세상)



에필로그 고양이와 산다는 것





본문



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보통 롱블랙은 아메리카노보다 진하다. 하나의 샷을 기준으로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물보다 롱블랙에 들어가는 물이 더 적기 때문. 하지만 이 설명에도 의문은 있다. 롱블랙이 너무 진하다 싶어 물을 더 타게 되면 ‘짠’ 하며 그때부터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것일까? 커피의 농도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 아니었던가.


역시 세상에는 명확히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차라리 두 단어의 관계를 ‘지역 방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더 속 편할 수도 있겠다.


- '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관계', 67페이지 중에서 -




크림 빠진 크림티는 소스 없는 돈가스, 식초 없는 냉면에 비유되고는 하지만 본래 홈카페란 그런 것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대체품을 사용하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그저 없는 대로 꾸린다. 그렇게 상을 차린다고 해서 감자가 이게 뭐냐며 이의를 제기할 것도 아니고 이 짓도 못해먹겠다고 스콘을 집어던질 것도 아니니 아무 상관없다. 내 입에 충분히 맛있고 이 시간이 행복하면 됐지, 대충 사는 게 뭐 어때서!


- '한여름의 크림 빠진 크림티', 83페이지 중에서 -




이 모든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 오븐까지 갔다고 해도 굽다가 깨지거나 들러붙거나… 정말이지 너무 예민해서 “이렇게 정신력을 소모하느니 그냥 몇천 원 주고 사먹는 게 낫겠다” 소리가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보통의 세상일은 한 가지가 잘못되어도 만회할 만한 다른 수가 생기거나 혹은 아예 다른 길이 생기는 등 약간의 여지라는 게 주어지지만 마카롱은 그렇게 양해해주는 법이 없다. 그냥 안 된다. 만약 마카롱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응, 안 돼, 돌아가, 이렇게 세 마디만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를 일. 너무 단호해서 야속할 지경.


- '마카롱은 왜 비싼가', 120페이지 중에서 -




아포가또에 ‘끼얹다’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왜 굳이 ‘빠지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빠지다’ 쪽이 훨씬 정감 있게 다가온다. ‘끼얹다’의 활용이 한정적인 데 반해 ‘빠지다’라는 말은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니까.


우리는 곤경에 빠지는 일이 연속되는 매일을 살며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를 간신히 누이면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무언가의 매력에 빠져 한숨을 돌리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정신 빠진 인생을 산다. 삶이 우리에게 한결같은 고난을 줄지라도 우리들 대부분은 순해 빠진 인간이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또 한 번 삶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빠졌든 아이스크림 위에 커피를 끼얹었든은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 일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 '빠지다, 아포가또', 136페이지 중에서 -




누군가는 아무 때나 실컷 연어 초밥을 먹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짜증나는 일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연어로 배를 채우고 나면 모두 잊게 된다고. 나에게는 슈크림이 그런 존재이건만 마음만 그러할 뿐 한 번도 왕창 먹어본 적이 없다. ‘살 좀 찌면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걸 빼는 과정은 너무 괴롭기 때문에 애당초 먹는 일을 포기하는 편이 더 쉽다.


아무튼 살찔 걱정에 슈크림을 양껏 먹을 수 없다는 건 몹시 아쉬운 일이다.


- '슈크림을 잔득 먹는다는 것', 209페이지 중에서 -



[소셜밸류 = 오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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