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의 이창훈 작가와 인터뷰
이창훈 작가와의 인터뷰
임강유
pmaaa777@naver.com | 2020-04-16 12:00:00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절없이 흩날리는 벚꽃 잎들. 봄은 왔건만 다들 마스크를 쓰고 온전히 봄의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봄. 그럼에도 봄은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만끽한 한 경기도의 고등학교에, ‘너’의 부재를 말하며 그럼에도 영원한 꽃으로 피고 싶다는 ‘사랑’을 말하는 한 시인이 있다. 그가 새로 펴낸 세 번째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를 두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1. 먼저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양주시에 있는 심석고등학교에서 어린 벗들(학생들을 시인은 이렇게 부름)과 함께 문학 공부를 하고 있고요. 열심히 시를 썼고, 쓰고 있는 이창훈입니다. 월간 문학바탕, 계간 시인정신 등의 문학잡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요. 지금까지 <문 앞에서>,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 있다>라는 두 권의 개인시집과 <세계적 한국 시선>이라는 스페인어 번역 공동 시집을 펴냈습니다.
2. 현재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신데, 학교에 계시면서 어떻게 시를 쓰게 되셨고, 쓰려는 마음을 먹게 되셨는지요?
저는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던 시절부터 시 창작 학회에서 활동하며 시를 가슴속 깊이 품고 있었고, 좋은 시를 언젠가는 꼭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물론 몰래 끄적이는 오랜 습작의 시간을 거쳐 지금 일하고 있는 심석고등학교로 오게 되었고요. 학교에서 외롭고 쓸쓸하고 상처받은 많은 어린 벗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입시와 성과 중심의 학교에서 어딘가에서 숨구멍을 찾고 싶은 어린 벗들에게 진정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구요. 그런 흔적들을 시로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3. 이번 시집의 소개 글에 보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그 감동과 전율 때문에 무작정 국어국문학과로 갔다.’는 말이 있던데... 그 스토리 좀 말씀해 주실까요?
저는 정말 먼 섬이죠. 끊임없이 바람 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에 바다를 보면, 다른 분들은 낭만적이고 동경의 이미지로 생각하겠지만, 제게는 마치 저를 옥죄고 가두는 것처럼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면서 홀로 있는 시간에 책에 몰입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고2 때. 조세희 선생님이 쓰신 책이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연작소설집을 읽고 충격을 받았고요. 그때 아~ 문학을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세희 선생님이 나오신 대학의 국문과로 무작정 돌진했지요.
4. 그렇게 국문과에 들어간 이후 후회하신 적은 없는지요?
제가 국문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시 고3 담임선생님께서 제게 ‘왜 굶는 과 가려고?’라고 말했었어요. 그러면서 입시 배치표를 보여주시며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의 법학과를 권유하시더군요. 그 악조건을 뚫고 국문과에 진학했었지요. 그리고 지금껏 문학을 향유하며 쓸쓸함과 외로움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라는 감정이 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5. 이번에 새로 내신 세 번째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는 기존에 내신 시집과 결부시켰을 때 어떤 시집인지 말씀해 주세요.
2011년에 <문 앞에서>, 2013년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 있다>라는 시집 두 권을 펴냈었구요. 그리고 2020년 올해 세 번째 시집인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를 묶게 되었습니다. 결국 진부할 수도 있지만, 문학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 라틴어로 ‘아모르(Amor)’. 그 ‘사랑’의 테마가 아마 세 권의 시집의 공통적인 주제이자 흐름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시집 역시 어쩌면 인간의 가장 보편적 화두라 할 수 있는 ‘사랑(Amor)’. 그 사랑의 본질에 대해 탐색하고, 사랑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와 자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6. 새로운 시집 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빠르게 발전하는 스마트한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우리의 내면을 채워 주지는 못합니다. 점점 세상은 많은 걸 가져야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만, 많은 걸 주어야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사랑’은 침묵으로 속삭인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행복은 다양한 조건의 충족이 아니라, 소박한 만족일 수 있거든요. 그런 사랑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지금 여기의 우리는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사랑함’이란 진정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데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사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값싼 위로가 아닌... 조용히 손 내밀어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7. 사랑에 대해 말씀하셨고, 시인께서 쓰신 시들이 ‘사랑의 시’라고 하셨는데... 사랑의 시란 도대체 어떤 건가요?
사랑의 시는 결국 이별의 시거든요. 온전히 지금 누군가와 좋고, 연애를 하고 있고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막 들떠 있는 순간에 시는 결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든 사랑의 시는 이별의 시라고 할 수 있고요. 결국 사랑의 모든 문제는 이별을 맞이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그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의 이 별에서의 이별이 어떤 것인가. 그런 것들을 시집에서 얘기하고 싶었고, 자세한 내용들은 시집을 읽으면서 한 번 느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8. 이번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지극히 쓰고 낳은 작품들이라 딱 한 편을 고르라면 망설여지는데요... ‘고슴도치’와 ‘신발’이라는 두 편의 시가 많이 애착이 갑니다. 그중에서 고슴도치라는 작품을 읊어드리겠습니다.
누군가 박은 못처럼
밖에서 들어와 박힌 것이 아니다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 ‘고슴도치’ 전문 -
고슴도치는 굉장히 짧은 시지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가 읽어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눈치챌 수 있는 시구요. 저는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 안에서 가시로 돋아나고 있는 욕망이나 미움의 문제를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나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제 안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의 심연, 그 가시 돋친 아픔에 대해 마주 보아야 한다는 거지요. 그 마주 봄이 그 어둠을 걷어낼 수 있는 시작일 겁니다. 두렵지만 그런 마주 봄에 대해 이 시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9. 시를 쓰게 되는 계기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가 매일 만나는 일상의 공간, 그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세계가 바로 제 시의 소재라면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 그 공간에서 만나고 얘기하고 느끼는 사물과 어린 벗들이 제 작품의 주요 소재라고 할 수 있겠죠.
10. 어린 벗(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요. 이창훈 시인에게 어린 벗이라 말하는 그 친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사회가 경쟁과 성과 중심이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역시 경쟁에서 이기고 성과(성적)를 많이 낸 사람이 존중받고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학교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학생은 소수지요. 그렇기에 학교는 많은 어린 벗들에게 소외와 외로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한다고 최선 다해도 쉽게 오르지 않는 성적, 교실 안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로 앓는 상처, 가정의 부모님과의 불화로 인한 학교 부적응.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어린 벗들은 지금도 가슴 앓이하고 그 아픔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는 그런 어린 벗들이 문학을 통해 제 아픔의 결을 살피고, 결국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그 상처를 걷어내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1. 앞으로 어떤 시와 글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문학과를 나오고 그 문학의 문학다움을 어린 벗들과 소통하고자 학교로 왔습니다. 오랜 시간 어린 벗들과 함께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고요. 결국 그 모든 시간들은 모나고 예민한 제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걸 쓸 수밖에 없겠지요. 제가 마주치고 힘껏 만나는 제 일상의 얘기와 그 일상에서 나누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계속 쓸 겁니다. 연인의 사랑이든 가족 간의 사랑이든 공동체의 구성원과의 사랑이든 결국 ‘사랑’의 본질은 동일하니까요. 사랑은 분명 어떤 순간에 ‘빠질 수’도 있지만, 분명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요. 외롭고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그리워할 수 밖ᅌᅦ 없는 인간의 ‘사랑함’에 대해 쉽지만 만만치 않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2. 우리 삶에 있어 ‘시(詩)’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시는 어쩌면 행복의 장르가 아니라 불행의 장르이지요. 충만하고 행복한 상태에서 시를 쓰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결핍이나 비애가 통과한 영혼만이 시를 씁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불행하고 슬픔에 잠겨 고통받던 시인이 쓴 시들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습니다. 제가 국문학과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의 위기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되어 왔지만, 시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요. 늘 위기였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불려가 그의 가슴속에서 꽃 피곤 했으니까요. 어렵든 쉽든... 그 모든 시가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시를 쓴 자의 자세와 태도가 진실되었느냐 아니냐 이겠지요. 자신이 반드시 발설할 수밖에 없는 아픔이나 진실이 있으면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움과 결핍이 어느 순간 당신의 가슴을 서늘하게 스치듯 관통한다면 바로 그때가 시집을 들어 시를 읽을 때지요.
‘부디 사랑이 부르면 따라가시기를~!’
이렇게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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