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착해서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 저자 이보끔
김미진 기자
rlaalwls@naver.com | 2020-04-04 12:56:27
책 소개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는 이보끔 작가의 에세이다.
자신이 대체로 착하다는 평을 듣는다는 작가는, 그렇다고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들이 이해되는 것도 아닌 어설프게 착한 자신이 회사에서,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직접 말로 하자니 좀 치사하고, 그렇다고 속에만 담아두자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상황들을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배려 없는 누군가에게, 무례한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그렇지만 그 누군가를 미워하기만 하는 것도 힘든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과 같이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습니다."
으보끔 작가의 에세이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는 어설프게 착해서 상처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보끔
볶음밥과 튤립을 좋아하는 어설프게 착한 직장인입니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괜찮지 않은 순간들
배려 13 / 꼰대와 선배의 구분법 14 / 인간관계 15 / 기억의 왜곡 17 / 여우짓 18 / 꼰대의 정의 19 / 깨달음 20 / 착각1 21 / 착각2 22 / 성별 23 / 다짐 24 / 내가 제일 힘들어 25 / 이상과 현실의 괴리 26 / 말의 힘 27 / 뭐가 그리 힘든지 28 / 충고 29 / 호의 30 / 존재감에 대하여 31 / 타이밍 36 / 패딩 조끼 37 / 싫은 사람 38 / 오빠 병 39 / 장난 41 / 호구 42 / 예민한 사람 43 / 결혼은 44 / 무책인함 말 46 / 진국 47 / 관계 정리 48 / 내 사진도 좀 찍어줄래 49 / 진심을 경제적으로 쓰는 법 50 / 책임감 51
제2장 위로가 되는 순간들
엄마의 고구마 55 / 좋은노래 56 / 변한것, 변하지 않은것 57 / 필기 왕 58 / 친구와의 관계가 오래가는 법 61 / 친구가 유명인이 되었을 때 62 / 손잡이 63 / 특별한 날 64 / 인사 두번 65 /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66 / 위로하는 방법 67 / 내 사람들 68 / 돈 69 / 내가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 70 / 내 삶이 괜찮은 이유 75 / 글을 쓰다보면 76 / 순돌이 77 / 자랑1 84 / 자랑2 85 / 자랑3 86 / 엄마에게 물려받아 좋은 점 87 / 시골 쥐와 시골 쥐 88 / 아빠를 닮아 좋은 것 90 / 듣고 싶었던 말 91 / 새해에는 92 / 하루의 끝 93 / 선물 94
본문
여러 명이 함께 밥 먹을 때
너가 가운데 앉도록
자리를 양보해준 건
내가 주인공이 아니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구석에서 밥만 먹고 섶어서가 아니라
너에 대한 배려였단다
기껏 생각해서 배려했더니
나한테 등지고 옆 사람과 수다만 떠는
이 이기적인 새키야
- '배려' 중에서 -
본인이 나보다
먼저 태어난 것이
마치
나보다 본인이
잘나서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
- '꼰대의 정의' 중에서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해보고자
너무 공감 가는 책을 샀었다.
진짜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얻은 큰 깨달음은
무례한 사람에겐
웃으며 대처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런 노력을 하는 것조차
너무나 아깝다는 것이다.
무례한 사람에겐
개무시가 답이지
웃음이 답이 아니다.
- '깨달음' 중에서 -
널 무서워하는 줄 알았지?
사실 넌 더러운 똥이었어
- '착각1' 중에서 -
학생이든 직장이든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 처음 소속되었을 때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하다. 직장인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어려운 건 마찬가지. 어쩌면 이리저리 재면서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나중에 환갑 소모임을 해도 같을 것 같다.
나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으로서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겪은 경험으로 인해 나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
최근 회사의 국 전체 회식에서 옆 부서 부장님이 내게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래서 내 이름을 말하고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이 씨인 나에게 김 대리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진짜 김 대리가 "이 대리예요, 부장님" 이라며 농담조로 부장님을 나무랐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나로서는 으레 겪어본 일이므로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으나 다음 부장님의 답변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건 이대리 잘못이야"
두 번이나 이름을 외우지 못한 부장님의 민망함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었을 수도 있고, 성마저 평범한 나의 탓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회사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내 일을 하는 거 말고 또 무엇이 필요했던 것일까 궁금했다.
단체로 술자리를 하다 보면 처음은 같을지라도 술자리 중간쯤 되면 테이블마다 술자리 파가 생긴다. 어디는 조용히 두세 명이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디서는 술주정을 하고 또 어떤 테이블은 쉼 테이블이 된다.
나는 경우마다 다르지만, 회사에서는 주로 쉼 테이블 담당이 되는 것 같다. 술주정 테이블에 있다가 겨우겨우 화장실 가는 척 도망 나와 '아휴 겨우 빠져나왔다' 고 말하며 앉는 테이블.
그날도 어느 차장님이 나의 쉼 테이블에 오셔서 나를 보며 이 대리는 참 묵묵히 일하는 것 같아 라고 하셨다. 칭찬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 의미 없는 인사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아예 내 존재감 드러나게 일을 확 망쳐버려 봐. 그래야 이 대리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거 아나" 라고 하신다.
존재감을 드러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외적인 부분이 많다. 아주 예쁘거나 아주 잘생기거나 키가 크거나 아주 말랐거나. 생각해보면 착하게 생겼다거나 책임감 있어 보인다거나 등의 성격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누군가를 기억하는 경우는 적은 거 같다. 그만큼 외적인 첫인상이 주는 느낌이 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저 예쁘지도 모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나에 대해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 으로 평해주셨다면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관찰하고 느낀 바를 말씀해주신 것일 것이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그 차장님은 업무상 직원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분이신데, 윗선이나 지인을 통해 업무적인 청탁이 들어오면 무조건 뒷선으로 미뤄놓으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묵묵히 일하는 직원' 들 때문이라고 하신다. 분명 모두 본인에게 잘 보여서 혜택을 받고 싶을텐데 부탁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직원에게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혜택을 주기 위해서란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멋진 마인드.
그리고 왠지 나에게 '잘하고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의 존재감은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할 때 내 존재감을 드러낸다. 심지어 재봉틀 공장에서 '참 재봉 잘하게 생겼다' 라는 희한한 칭찬도 들었다.
물론 회사라는 공간과 취미활동을 하는 공방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 그러니 아무리 공방에서 칭찬을 받는다 한들 회사에서 욕 한번 먹으면 와르르 멘탈이 무너질 터. 그렇다고 회사가 뭐 그리 대수인가.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간에서 이름 석 자를 뽐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존재감이 없어 좋은 점 하나. 처음부터 낮았던 기대치에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여도 마치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음. 난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어도 말이다.
- '존재감에 대하여' 중에서 -
엄마가 내 결혼 일주일 전
심은 고구마를 같이 수확했다.
엄마는 고구마 줄기 하나하나마다
예쁘다고
줄기 하나에 고구마 몇 개씩 품느라
고생했다 한다.
엄마가 나를, 우리 가족을
어떻게 보살폈는지
너무 잘 알겠다.
- '엄마의 고구마' 중에서 -
위태로운 만원 버스에서
손잡이의 반을
내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예쁘다
- '손잡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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