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에 대하여.
[이명 귀에 고이는 울림] 저자 엄선
김미진 기자
rlaalwls@naver.com | 2020-03-31 10:46:01
책 소개
<이명 귀에 고이는 울림> 엄선 작가의 시집이다.
책은 살아가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를 보낸 후, 남겨진 소리에 대한 독백. 글과 그림의 묘연한 관계 속에, 헤매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산문시집이다.
엄선 작가의 시집 <이명 귀에 고이는 울림>은, 그가 떠나보내야 했던 존재는 무엇인지를 말하고 보여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쓸쓸함을 전한다.
저자 소개
저자: 엄선
목차
총 44페이지
본문
창이 있고 밖을 보지 않는다. 하늘이 있고 하늘을 보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대수롭지 않는다. 목소리에 소리를 싣지 않는다. 어떤 진실은 귀에 전혀 들리지 않는다. 침을 삼켜야 할지 뱉어야 할지 고민했던 때가 있다. 내 몸의 것이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밖의 이야기가 진실처럼 들리던 때가 있다.
- 본문 중에서 -
바람에 나뒹구는 길 위의 무언의 덩어리 처럼 무한대의 시간에 방치 되었다고 느껴지면, 첫걸음도 없었고 마지막 걸음도 기약 없이 이어지는 진자의 소리. 진자의 소리. 진자의 소리. 진자의 소리. 탁. 부딪히는 순간, 울림. 귀를 때리고 멍한 기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진자의 소리. 탁.
마침 누군가의 걸음에 누군가가 겹치고 바람이 치고 간 선을 따라 공명이 남는다. 그리고 빈 공간을 따라 날아간 검은색 비닐봉다리가 마치 검은새 인양 자유로워 보이면 갑자기 미친 사람들은 침을 뱉어댄다.
- 본문 중에서 -
그리고는
오래된 탯줄을 끊고 천천히 걷는다.
발바닥으로 얇은 냉기 아래의 자양분을
끌어 올린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멀리,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어머니는 말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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