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하고 가장 사소했던 일상들을 빛내줄 가장 소소한 이야기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저자 이초형

허상범 기자

qjadl0150@naver.com | 2020-03-10 09:36:59

책 소개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은 이초형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사소했던 작가의 일상들을 빛내줄 가장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맑은 날,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순간이 지날수록 잊고 있었던 것들. 이미 언제였는지도 모를 숫자를 기억하느라 지나쳐버린 당신이라는 존재, 그리고 '나'. 기억에서 없어지고 영영 사라진 줄 알았지만 항상 나의 곁을 맴돌고 있었던 것들. 죽을 때까지 품고 갈 그리움, 따뜻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았다.


이초형 작가의 에세이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은 독자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줄 것이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이초형



이초형. 저는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나보다 작았지만 어느 순간 나보다 커져버린, 내가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간 순간들에 대하여, 그리고 또 그런 순간들을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갈 나에 대하여 기록합니다.





목차



책을 열며 / 소주 / 이름 / 작가 / 글 / 주사 / 내가 좋아하는 것 / 나를 하게 하는 것 / 우리는 빨래집게와 같이 세상의 지독함을 막아줄 / 어떤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 고추 다진 반찬 / 아빠의 웃음 / 엄마 1 / 엄마 2 / 내가 사랑하는 작은 것들 / 그 '때' / 엄마 3 / 오지랖 / 구급차 / 로맨틱이라는 것 / 악몽 / 이상형 1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 이상형 2 / 보고싶다 / 좋아 / 음주 / 함께 하고 싶은 사람 / 어쩌면 나보다 더 /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더해지고 삭제되는 일 / 용서하는 일 / 당신의 이름 / 이별 / 곧 나의 사람이 될 사람에게 / 빨간코트 / 나이 1 / 범퍼카 / 나의 백이 아닌 앞에 있는 것들에게 / 나의 글 / 상 / 나이 2 / 유서 / 책을 닫으며





본문



나는 세상에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몇 가지 방식 중 가장 좋아하는 하나였다.


언제부터였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면 어릴 적 길가를 떠돌아다니는 진돗개에게 진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을 때, 여섯 살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은 달마시안 강아지 인형에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을 때, 처음으로 키워 본 고추 묘목에 초록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을 때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름을 붙여주면 그것은 내게 의미가 되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 나이엔 몰랐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것들만 허공에 외치며 달려오다 보니 이제는 그런 이름을 언제 붙여줬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내가 많이 커버렸나 보다. 아니,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를 잊고 있었나 보다. 내가 이렇게 외로운 것을 보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에, 추운 겨울 만원 버스 안 텁텁한 공기에, 선술집 들큼한 술 냄새에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을 좋아했었지 나는.


그 순간에 사람이 있었고 계절이 있었고 시절이 있었지. 나를 스쳐가는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입으로, 손으로 기억하려 한다.



내 마음에 영원히 살 수 있기를.


이 책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 '책을 열며' 중에서 -




난 운명을 믿지 않지만 내가 태어나고 초형이라는


이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몹시 운명이라 생각한다.


풀이 빛나는 삶이란 무엇일까.


별도, 달도 아닌 풀이 빛나는 삶이라는 것이.



- 본문 중에서 -




어쩌면 진작에 내게 부쳤어야 할 편지를 지금에서야 띄우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름들. 이 이름들 속에 내가 녹아있는 것에, 이 이름들이 내게 녹아있는 것에 무척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을 이름 모를 당신을 매일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가장 좋은 때에 제가 당신께, 당신이 저에게 소중한 이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부디 저, 이 순간 당신에게 예쁜 이름을 가진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 뒤돌아 보았을 때에도 다시 당신의 품으로 스며드는. 그런 기분 좋은 바람.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한다면.



- '책을 닫으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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