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포틀랜드와 시애틀을 방문하다.
저자 온공간연구소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20-03-21 21:40:00
책 소개
[우리가 슬쩍 본 도시 포틀랜드 시애틀]은 온공간연구소의 여행 에세이다.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시리즈는 도시를 공부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여행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둘러보고 느낀 단편적 인상에 대한 기록이다.
온공간연구소는, 2018년에는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표현되는 포틀랜드와 시애틀을 방문했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20대에서 40대까지 여러모로 다른 7명의 시선이 한꺼번에 담겨있다.
온공간연구소의 여행 에세이 [우리가 슬쩍 본 도시 포틀랜드 시애틀]은 독자들에게 생생한 포틀랜드와 시애틀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온공간연구소
온공간연구소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도시 가꾸기에 관심과 이해를 함께하는 젊은 연구자 집단으로, 역사와 시간의 켜를 존중하는 공간계획을 지향합니다.
목차
프롤로그
포틀랜드의 10가지 인상
1. 로컬리티에 대한 존중 / 2. 스트리트 문화 / 3. 디테일은 상품에 / 4. 꽃피는 가로수 / 5. 주거지의 여유와 아름다운 가로 / 6. 그래도 시간 / 7. 다양한 마켓 / 8. 재활용, 재사용, 빈티지 / 9. 보행자 먼저 / 10. 자연과 도시의 조화
시애틀의 10가지 인상
1. 훌륭한 공공공간 / 2. 구릉지 경관 / 3. 다양한 워터프런트 / 4. 소소한 역사보존 / 5. 스트리트 문화 / 6. 언더그라운드 투어 / 7. 거대 자본의 개발 스케일 : 아마존 / 8. 스타벅스, 지역 기업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 9. 자유로움과 관용 / 10. 주요먹거리 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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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vintage. 굽은 산책로를 따라 가스웍스파크 언덕에 올랐다. 막힌 곳 없이 멀리 펼쳐진 360도 파노라마 경관은 나를 시애틀에 반하게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언덕을 내려와 가스저장시설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옛 화물철도가 지나간 듯한 서너 개의 라인이 보인다. 의도적으로 남겨놓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없앴다. 역시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산업시설의 재활용은 오래된 건물의 재활용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가스웍스파크는 공원으로 조성되기 이전 시애틀 사람들이 기피하는 산업시설이었을 것이다. 공원으로 조성하게 된 것도 오랜 기간 가스를 마셔 고생한 토지에 대한 친환경적 보상일 것이다. 비슷한 개념의 공원들로 서울의 선유도공원과 뚝섬정수장, 마포석유비축기지, 서울로7017 그리고 강원도 정신의 삼탄아트마인 등이 떠오른다. 항상 급하게 무엇인가를 추진해야만 하는 우리의 상황과 결국 자산가치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채 개방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오히려 '전략적 방치'가 앞으로의 쓰임새를 생각하며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deep. 가스웍스 공원은 우리가 더 흔하게 접해 왔을지도 모르는 테마파크식 공원과는 확연하게 비교된다. 누가 봐도 주인공인 듯 힘이 단단히 들어간 '가스웍스공장'이 서 있는 공원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장소를 포함한 대부분의 것들은 힘을 조금 뺐을 때 더 멋있어지는 것 같다.
alyssa. 가스웍스공원은 산업유산을 시민의 품으로, 이 넓은 공간 곳곳에 상업시설이 있을 법도 한데,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개방한 공원으로만 조성했다는 것 자체가 배울 점인 곳이었다.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공간을 경험한 이후 형성되는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는 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지 않을까. 나에게는 엄청난 긍정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킨 곳.
eureka. 시애틀에 와서, '아 여기가 미국이구나!'라고 처음 느낀 곳이 Gas Works Park이다. 기능을 다 한 가스 공장의 녹슨 모습과 시야가 탁 트이는 언덕에서 보이는 유니온 호수, 그리고 저 멀리 스페이스 니들까지… 영화 '트루먼 쇼' 세트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평일 오후 4시쯤 그곳에 모여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자저거를 타는, 책을 읽는, 선탠을 하는 사람들까지 더없이 여유로워 보여 참 부러웠다.
vintge. 올림픽 조각공원은 완전한 시민들의 공간이었다. 조성된 공간을 100%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는지 궁금했다.
가만히 보니 공원 아래로 도로와 철도가 지나간다. 도로나 철도의 상부를 덮어 떨어진 공간을 연결해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도로를 지하화하여 보행자 중심의 공간을 연결하는 슈퍼뱅크(SuperBank)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차가 아닌 사람이 위로 올라가야 하는 브릿지나 보행교(육교)와는 차이가 있다.
공원의 끝은 워터프런트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주 영리했다. 수변공간이 발달한 시애틀은 도시가 가진 강점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었다. 도심과 수변을 연결해 다양한 활동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장애가 되는 도로와 철도를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ilmare. 예쁜 색감의 테이블과 의자, 탁구대와 농구대, 보드게임, 어린이를 위한 책과 장난감 등 다양하게 즐길게 많았던 Occidental Square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의 놀이터가 되는 공공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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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상품 중 포틀랜드 대학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별 기대는 없었다. 유럽의 광장에서 열리는 너무 예쁜(?) 마켓 정도일까.. 그러나 이 마켓은 사람들 간의 교류이며, 휴식이며, 여가 공간이었다. 물론 우리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이 가장 훌륭했다.
soom. 파머스 마켓은 방문객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 등을 판매하는 진짜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로컬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해서인지 지역민들에게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작은 로컬브랜드의 쇼룸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어 시장에 입점하는 경쟁이 치열하고 품질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들이 마트에 품질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느 지점을 '재생'해야 하는 걸까? 다양한 분야의 로컬브랜드, 마을기업, 협동조합들이 재래시장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ilmare. 매주 토요일 오전에 포틀랜드 주립대학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외국 대학들은 우리나라처럼 담장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캠퍼스가 아니긴 하지만, 마켓을 통해 캠퍼스 내에서 지역민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와 마치 공원처럼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상인들도 매우 친절하고 내놓은 상품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초콜릿을 사려고 구경하는데 브랜드의 역사부터 상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셔서 안 사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 사고 보니 유명한 ALMA 초콜릿이었지만 추천해주신 일본 곡물이 들어간 초콜릿도 맛있었다. 이후에 노스이스트에서 들른 ALMA 매장 직원분이 친절하지 않아 이곳에서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deep. 여행을 돌이켜 볼 때, 좋은 느낌을 받았던 장소들을 생각하면 함께 있었던 사람이나 마주친 사람이 좋아서일 때가 많다. 나에게 파머스마켓은 그런 좋은 느낌을 주었던 곳인데, 먼저는 상인들의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다. 판매자들은 본인들이 직접 지배하거나 만든 상품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상품을 파는 시장과는 다른 유대관계 형성이 가능한 듯 보였다. 둘째는, 이게 어쩌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르는데, 말하자면 김치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둘러앉아 그 자리에서 김치 한 통을 다 비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alyssa. 가장 기억에 남는 파커스마켓.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서 학교시설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이런 곳에서 질 높은 지역 상품을 소개하며 먹고, 즐기고, 쉬는 곳.
vintage. 파머스마켓으로 향하는 길.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모두 손에는 장바구니와 손수레가 있다. 우리만 빈손이다. 저녁거리르 사 갈 생각도 못 한 채 빈손으로 온 게 후회된다. 아쉬운 마음에 음식 몇 가지를 맛보고, 김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다 같이 먹을 김치 한 병을 샀다. 맛도 썩 괜찮았다.
eureka. 포틀랜드는 1년 중 우기가 매우 길어, 해가 쨍한 4월부터 8월까지 다양한 축제와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마구 쏟아졌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맞이한 햇빛 비추는 주말이라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포틀랜드 사람들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한껏 차려입고, 곳곳에서 열린 마켓에 참여해 매우 행복해 보였다.
비록 '미세먼지'가 좋은 날씨의 지표가 된 한국이지만, 서울은 어쩌면 포틀랜드보다 더 풍부한 축제와 마켓이 가득한 것 같다. 그래도 포틀랜드의 마켓이 좀 특별하다고 느낀 건 대학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었다. 캠퍼스와 지역이 연계하여 마켓을 열어 경계 없는 캠퍼스를 만들고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같은 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참 특별하지 않은가?
- '포틀랜드의 10가지 인상, 7. 다양한 마켓' 중에서 -
joy. 정연하게 계획되지 않아 더 좋았던 공원과 광장, 그리고 다양한 공공공간들.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라고 강요당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해도 될 것 같은 자유로움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이 마치 계획된 듯 그 공간의 성격을 완성한다.
soom. 시애틀에는 만과 호수 주변에 계획된 대규모 공원과 경사지를 활용한 도심광장, 조망공원 등 크고 작은 공원이 정말 많았다. 우리가 방문했던 공원만 해도 가스웍스 공원(산업유산), 올림픽조각공원(공장부지 재개발), 스페이스니들공원(타워), 워터프런트공원(대관람차), 케리공원(야경), 레이크유니온공원(보트), 프리웨이공원(고속도로 상부) 등 저마다 특색 있는 계획요소가 있었고, 서로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었다.
- '시애틀의 10가지 인상, 1. 훌륭한 공공공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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