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문장을 쉼표로 이어 마침내 마침내 찍은 글을 너에게 줄 거야.

<회색의 체온> 저자 고지현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20-01-31 19:51:01



책 소개


[회색의 체온]은 고지현 작가의 시집이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소개 글이다.


「서론과 같은 이야기


마음속 말들을 풀어내 잔뜩 수식어를 붙이고


형용사로 풍성함을 만들고 여러 개의 문장을 쉼표로 이어


마침내 마침내 찍은 글을 너에게 줄 거야.


두서없는 단어의 연장 같아도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조화일지어도


나는 그런 말들을 모아 적어 한가득,


너에게 안겨줄 거야.


어쩌면 그게 완성되지 않은 모양일지라도.


너의 품에서 글자들이 떨어져 내려도 괜찮을 만큼


많은 말들을 너에게 전할 거야.


글자가 다 떨어질 때쯤 나도 존재하지 않을 만큼의


문장들을


나는 너에게 달려가 전할 거야.」


고지현 작가의 시집 [회색의 체온]은 그가 가진 고유의 시적 언어로 독자들의 감성에 문을 두드릴 것이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고지현


목차


서론과 같은 이야기


1부 방바닥을 데운다 9


기록 / 싱거운 순간1 / 바나나가 달다 / 푸른 방 / 셔틀콕 / 하얀 꽃 / 부직포가 머금은 습도 /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 오늘이 생일인 모든 이에게 / 나무는 그렇게 살고 있다 / 단편선 / 선의 선율 / 계절 사이 / 눈 내리던 사월 / 나무와 개와 사람 / 열매 / 이십 퍼센트 따뜻한 그레이 / 아직 봄이 오고 있나 봐요


2부 의자 끄는 소리만 들렸다 33


가장 현실적인 조언 / 꿈이라는 전제하에 / 엄마1 / 자기학대 / 파란 사과를 줄게 / 내가 차지한 낯선 모퉁이 / 암전 / 고백의 도피처 / 아슬아슬 몰락 / 블루베리가 죽어 버리는 것 / 잠수병 / 반고흐의 아를 / 너는 나는 검정 속이었다 / 흔한 크리스마스이브의 불안 / 웅덩이 / 소나기를 기다립니다 / 나비야 / 그리 우울하여, 꽃을 사러 갔다 / 건강보험료 / 인터미션


3부 시가 조금 그리웠다 63


열하나와 열아홉의 당신에게 / 너 / 1 (3):30 / 흔한 연애 / 이별 전 / 만추 / 점충적 사이 / 밀월 / 말하자면 레몬 같은 / 몽루아 / 이별 / 적당량 / 시월의 시간 / 우리 / 품 / 권태 / 혀


4부 느려지는 리듬 85


그 집엔 못이 걸려 있었다 / 동검도 / 내가 죽인 도마뱀 / 일월 일일, 죽어 있는 고라니를 지났다 / 실체 / 처연하다 / 너구리 / 잉태 / 오십 / 이방인의 재 / 폐가 / 중년의 남자가 뛰어내렸다 / 동그라미 / 추모의 방식 / 마침표


본문


시월의 낮의 해는 더욱 뚜렷하게 시를 그립게 만들었다


만지고 싶었다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시월의 저녁에는 핏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시가 그리웠다 만지고 싶기도 했다


가끔은 차라리


시월의 밤에는 구름에 가려진 달을 찾으려 애썼다


구름이 거두어지고 어룽한 달은 애석하게도


다시 구름 한 겹에 감추고를 반복했고


조금만 더 있으면 달이 훤히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가 조금 그리웠다



시월의 새벽에는 짙은 어둠이 감쌌다


웅크린 이불 속은 멈춰버린 세계 시게 초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멎어 버리길 바랐다



시가 아닌 내가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네가 아닌 내가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시가 조금 부족했다


시월의 아침은 여전했다


시월의 아침은 달갑지 않았다


안녕,하는 시월의 아침아


- '시월의 시간' 중에서 -


느린 춤을 추자


먼저 간 이들을 위해


느린 춤을 추자


가능한 만큼 느린 춤을 추자


아름다운 이들을 위해


- '추모의 방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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