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시절 독일 생활 팁을 담은 편지
<선생님, 저는 독일이 괜찮더라고요> 저자 효경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20-01-27 15:42:19
책 소개
[선생님, 저는 독일이 괜찮더라고요]는 효경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작가가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전 직장동료'에게 교환학생 시절 독일 생활 팁을 담은 편지를 엮었다.
입사 동기에서 퇴사 동기가 되어버린 선생님(회사에서 직원들끼리 부르는 호칭)께 함께 일하며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자 엮은 편지글에는 1년간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겪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한 소소한 생활 팁이 담겨있다.
효경 작가의 에세이 [선생님, 저는 독일이 괜찮더라고요]는 독일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하거나, 독일로 유학 가려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효경
목차
Teil 1. 떠나기 전 / Vorbereitung
첫번째 편지 : 우산 / 두번째 편지 : 샤프심 / 세번째 편지 : 온돌최고 / 네번째 편지 : 숫자쓰기
Teil 2. 독일에서 / Leben
다섯번째 편지 : 너의 이름은 / 여섯번째 편지 : 뭐든 커요. / 일곱번째 편지 : 도시괴담1 / 여덟번째 편지 : 아이스커피는 없지만, 아이스커피는 있다. / 아홉번째 편지 : ... 하세요. / 열번째 편지 : ... 마세요. / 열한번째 편지 : 감기약 대신 감기 차 / 열두번째 편지 : 도시괴담2 / 열세번째 편지 : 맛있는 맥주 고르는 법 / 열네번째 편지 : 병원이용기 / 열다섯번째 편지 : 신은 죽었다. / 열여섯번째 편지 : 장보기 / 열일곱번째 편지 : 칭찬인가요?! / 열여덟번째 편지 : 크리스마스 명절나기 / 열아홉번째 편지 : Bisou [bizu] / 스무번째 편지 : 독일어 공부
Teil 3. 다시, 한국 /Sehnsucht
스물한번째 편지 : 감자튀김 / 스물두번째 편지 : 저상버스 / 스물세번째 편지 : 복지 때문에, 복지덕분에 / 스물네번째 편지 : Schones Wochenende
본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조카를 만났어요. 이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둘째가 자기 이름을 쓸 줄 안다고 낙서하라고 꺼내 놓은 달력 뒤편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기이름을 한가득 쓰더라고요. 벌써 이름도 쓸 수 있는 게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 제 이름도 써 달라고 하니 아직 그건 어려운 듯 했어요. 제 이름이 어려운 건 조카만은 아니었어요. 제 이름은 독일생활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부터 걸림돌이었어요.
독일에서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인사의 의미로 손을 내밀며 "미하엘", "안드레아" 등 이름을 말하더라고요. 저도 그에 맞춰서 손을 잡고 흔들며 제 이름을 얘기하면 다들 되묻더라고요. 처음에 단박에 제 이름을 캐치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어쩔 수 없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발음의 프랑스 친구 이름, 길어서 기억해내기 어려웠던 칠레 친구 이름 등 한 번에 외우기 힘들거나 발음하기 어려운 친구들 이름이 많았어요.
유럽친구들에게 제 이름도 그랬겠죠. 특히 라틴계 친구들은 심했어요. 라틴계 애들은 꼭 제가 제 이름을 처음 알려주면 "요강?"이라고 되 묻더라구요. 그럼 한국 친구들이 옆에서 듣고 죽을 듯이 웃더라구요. (남의 불행을 즐기는 나쁜 것들) 아마도 스페인어에 h발음이 o발음으로 나서 저렇게 들렸나 혼자 추측을 해봅니다.
한국에서는 첫 만남에 나이를 물어보면서 상대와 관계를 결정짓는 반면, 유럽은 서로의 이름을 인식하면서 사람들을 알아가더라고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문화는 아니라 좋았지만, 이름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해 어울리기 힘들어지는 건 서러운 일이었어요. 금방 친구를 사귀는 데 걸림돌이 되곤 했거든요. 제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하던 친구들은 이내 새로운 친구를 찾아 떠나갔어요. 그럴 때는 좀 씁쓸하더라고요.
그래도 함께 공부했던 교환학생 친구들은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연습하고 기억해서 저를 불러주었어요.
- '너의 이름은 ; 다섯번째 편지' 중에서 -
선생님 독일의 도시괴담을 들어본 적 있나요?
독일은 수돗물을 식수로 마실 수 있단 걸 알게 돼서 물값을 절약할 팁이라는 생각에 한국 친구에게 알려 줬더니 친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며 도시괴담을 알려줬어요.
유럽은 지질이 석회암으로 구성돼서 수돗물에 칼크(석회, der Kalk)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수돗물을 계속해서 마시면 석회가 몸에 쌓이고 쌓여 빠지지 못하고 결국 발목에 쌓이게 되고 코끼리 다리가 된다는 도시괴담 말이에요!
너무 무섭지 않나요?
길을 걷다가 할머니 중에 발목이 진짜 엄청 두꺼운 사람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물값을 아낄 수 있어서 잘 됐다고 생각하며 수돗물을 마셨던 저는 도시괴담을 듣고 겁에 질려서 바로 생수를 사러 갔어요.
- '도시괴담1 ; 일곱번째 편지' 중에서 -
2007년 여름을 강타한 [커피프린스 1호점]을 기억하십니까? 설레는 것도 사치였던 고3 저희들이었지만, 월, 화 밤 10시면 독서실 휴게실에 둘러앉아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본방 사수했었죠.
네가 외계인이든 남자든 상관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제 (마음속) 남친이었던 최한결(크아~ 이름도 어쩜 최한결이라니)로 인해 커피에 입문하게 됐죠.
그렇게 시작된 커피사랑은 독일이라고 변하지 않았어요.
9월에 도착한 독일은 완연한 가을이었지만 낮은 여전히 햇살이 쨍하니 조금 더운 날씨였어요.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는 한낮에 아무리 찾아봐도 메뉴판에서 아이스커피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이스커피가 있냐고 물어보고 주문을 했더니 따뜻한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을 넣어준 커피를 주는 거거예요. 예상치 못한 아이스커피를 받아 들고 어리둥절해서 한참 뚫어져라 봤어요.
선생님, 독일어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Eis)잖아요. 카페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달라고 하면... 아포카토를 줘요.
커피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니 달달하고 시원해 물론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아이스커피가 아니잖아요. 자고로 아이스커피란 각 얼음 여럿이 서로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컵 바깥은 온도 차이로 이슬이 총총 맺혀 흐르는 시~원한 커피란 말이죠.
우리가 떠올리는 아이스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스타벅스에 가야지만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쉽지 않았죠. 제가 살았던 곳에서 스타벅스를 가기 위해선 지하철을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했거든요.
캠퍼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아이스커피.
- '아이스커피는 없지만, 아이스커피는 있다. ; 여덟번째 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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