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색다르게 기억하는 방법

<그 겨울, 바르샤바> 저자 이지예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29 18:00:00


책 소개


'그 겨울, 바르샤바가 선물한 다섯 명의 감독, 여섯 편의 영화 그리고 8만여 자의 추억들'


[그 겨울, 바르샤바]는 이지예 작가의 에세이다.


여행의 기억은 강렬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래서 쉽게 퇴색하고, 우리는 그래서 또 한 번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기억하기로 했다. 영화가 좋은 마음에 글을 볼 수 있고 문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재주 하나 들고 외화 프레스키트 번역가로 영화의 언저리에서 4년을 버텨온 작가는, 자신의 성정처럼 무심하게 이어지는 깨알 같은 여행의 기억을 폴란드 영화 여섯 편을 빌어 [그 겨울, 바르샤바]에 사진과 문장으로 남겼다.


작가는 말한다.


"좋은 영화는 인생이 된다. 부디 이 책이 소개하는 여섯 편의 낯선 영화 목록이 이 책을 읽는, 바르샤바의 겨울이 조금은 궁금해진 당신이 될 수 있기를."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이지예


연세대학교에서 서양사와 국문학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영화가 좋은 마음에 글을 볼 수 있고 문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재주 하나 들고서 어떻게든 영화 언저리에라도 있어보려 했다. 그렇게 외화 프레스키트 번역을 시작했고 이제 횃수로 4년 차. 영화가 좋고 이야기가 좋으니 함께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목차


프롤로그



01. 영화 찬가


[포피에라비 마을의 영화관의 역사], 얀 야쿱 콜스키, 1998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 네 발자국과 함께 사는 이야기


02. 남겨진 사람들


[베네치아], 얀 야쿱 콜스키, 2010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폴린 폴란드 유대인 역사박물관


03. 낭만에 대하여


[이다],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2013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백만송이 장미'와 영겁의 만두


04. 편을 먹으면 비로소 편해지는 것들


['자유극장'으로부터의 도피], 보이체크 마르체브스키, 1990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폴란드 말을 몰라서 생긴 에피소드 셋


05.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


[안나와의 나흘 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2008


영화 없이 전하는 폴란드 이야기_무덤 파는 사람들


06. 당신의 얼굴은 내게


[옷장에서 나온 소녀], 보도 콕스, 2013


본문


고독과 애처로운 마음, 그 안에서 끝내 발현하는 인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색다른 매력의 도시. 이 책이 그 도시의 적절한 분위기 파악서가 되기를 바라며 내심 좋은 건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그 도시의 따뜻함과 인정을 직접 가서 겪어보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조금 더 좋겠다.


- 8페이지 중에서 -


인파를 거슬러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만치 앞에 큼지막한 덩치의 세인트버나드가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커다란 덩치 때문인지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다섯 살 남짓한 꼬마가 서서 만져봐도 되냐고 주인에게 묻고 있었다. 괜찮다며 주인이 웃고, 그런 주인을 따라 세인트버나드가 웃고, 그 뒤로 왕관을 쓴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바르샤바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저물어 막이 내렸다.


- 46페이지 중에서 -


마치 영겁의 세월을 건너 환생하기라도 한 사람마냥 수백 년의 시간과 그 시간이 누볐을 한국과 폴란드 사이의 평야와 대지가 그날, 엉뚱하게도 배춧잎으로 싼 고기를 앞에 두고 무겁게 내려왔다가 떠났지만 생각한다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나는 이내 잊었다.


- 115페이지 중에서 -


이 도시는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곳이니 나도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외로운 사람이 되지 말라며 영화는 그렇게 사랑해도 좋을 도시로 나의 등을 떠밀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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