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사의 가슴 따뜻한 에세이

<작업의 고수> 저자 소나무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27 18:21:37


책 소개


[작업의 고수]는 현직 작업치료사인 소나무 작가가 쓴 에세이다.


작업치료사로서 바라보는 세상, 고난과 극복, 작업(occupation)의 균형으로 얻은 행복감, 모든 직업(사람)이 갖는 가치를 책에 담았다.


소나무 작가의 에세이 [작업의 고수]는 작업치료사, 새로운 직업세계가 궁금한 사람, 열심히 살아도 고달픈 사람,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가치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소나무


2015.02~작업치료사


사계절 변함없이 푸른 소나무를 닮고 싶다


목차


프롤로그 4


작업치료사가 누구야 8 / 이게 치료냐 14 / 당신은 나의 선생님 18 / 여자 아니고 치료사 24 / 장애人도 사람이야 31 / 나도 언젠가 37 / 1등 하지마 42 / 이직했어, 도망치려고 48 / 열쇠는 내 손 안에 57 / 나를 작업치료하다 63 / 운동이 주는 선물 72 / 작업치료사라서 다행이야 76


에필로그 81


본문


9:00 am


60대 초반 여성. 세상 예민하고 세상 까다롭다. 병원이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나는 애써 웃으며 편을 든다. 이게 치료냐.


10:40 am


50대 초반 남성. 고집불통 제멋대로다. 치료 시간에 무단결석한다. 병실에 가니 잠을 자야겠다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기껏 하는 말. 오른팔이나 대충 주무르고 가. 나는 속으로 온갖 쌍욕을 한다. 이게 치료냐.


11:00 am


70대 후반 여성. 연하치료를 받는다. 나는 죽을 떠서 할머니 입가로 드린다. 먹기 싫다고 발길질한다. 이게 치료냐.


15:15 pm


40대 초반 남성. 딱 두 가지만 한다. 눈 감고 졸기. 눈 뜨면 가래 뱉기. 나도 딱 두 가지만 한다. 잠 깨우기. 휴지로 가래 치우기. 이게 치료냐.


16:20 pm


60대 후반 남성. 고집불통 제멋대로 2. 과자랑 주스를 가져오란다. 나는 치료에 집중해야 드린다고 말한다. 나를 무시하고 가져와 명령한다. 친절히 대령한다. 이게 치료냐. 돈 들여 시간 들여 배운 지식은 언제 활용하는 거냐.


16:55 pm


70대 후반 남성. 언어장애가 있다. 표정과 손짓으로 의사소통한다. 나는 반가워서 손을 흔든다. 할아버지가 손을 내민다. 맞잡고 악수한다. 할아버지가 묻는다. 손이 차다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통한다. 괜스레 시큰하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치료는 못 하고 치료받는 치료사. 이게 치료사냐. 이게 치료사다.


- '이게 치료냐' 중에서 -


1.


"그렇게 치료하면 안 돼요. 부모님 아프시면 절대 선생님께 안 맡길 거예요." 신입 작업치료사는 맨날 혼났다. 일한지 6개월째 작업치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 '장'을 치료했다. '장'은 NG tube를 끼고 있었다. "연하치료 받으면 금방 좋아져요. 힘내서 열심히 치료받으세요." 나는 영혼 없이 말했다. 얼마 후, '장'은 상태가 호전돼 NG tube를 제거했다.


장: 선생님 덕분입니다.


나: 연하치료는 다른 선생님이 해주셨잖아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장: 아닙니다. 제가 우울했는데 진심으로 응원해주셔서 힘껏 치료받았어요. 선생님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요.


누가 뒤통수를 때린 듯 크게 울렸다. 사고의 흐름이 180도 회전했다.


나는 작업치료사를 해야 하는구나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필요하니까


2.


'박'은 편마비 환자다. '박'은 자택에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재입원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결혼하고 8년이 지나 생긴 첫 아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전 한 가지를 약속했다. 첫 아이를 배면 출산할 때까지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자고, 부부는 매일 새벽마다 병원 근처 교회에 다녀왔다. '박'은 약속 앞에서 건강을 핑계 대지 않았다. 자신의 몸보다 새 생명을 더 소중히 여겼다. '박'은 멋진 아빠다.


3.


'유'는 척수손상 환자다. '유'는 4년간 병원에서 생활했다. 새로운 병원에서 2년 차 작업치료사를 만났다. 어찌 보면 '유'는 2년 차 작업치료사보다 아는 것이 많았다. 작업치료사는 알음알음 공부한 내용으로 '유'를 치료했다. '유'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유'는 퇴원 후 취업했다. 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척수손상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유'는 멋진 사회인이다.


- '당신은 나의 선생님'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