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모임] '죽음'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소재는 죽음

권호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22 20:31:27

[뮤즈: 심규락 작가]


[참척(慘慽): 유클리드 기하학의 5번째 공리를 부정하는 이유] ?

여보, 차라리 천붕(天崩)이었다면
만약 그랬다면 둘보단 하나만 울면 되겠지요?

그 국화 한 송이만 한 손으로
첫 잡음을 만들어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무 조랑말 등에 업혀 가 더 나이다

여보, 되려 저 우에랑 가까워졌다 믿으면
그리 헤아리면 우리의 분신은 아직 있는 거겠지요?

이제서야 두 발 든 해시계가 되었는데
요 앞 풀 무더기 고작 몇 뼘엔
따스한 광원마저 가려져 그림자 따위도 들지 않으니
차라리 순진무구한 빛줄기마저 어여쁘게 투과했을 겁니다

여보, 수학자인 나지만
하늘의 확률 재간마저 헤아리기엔
야박히도 조촐한 것 같군요
대신 저 잔인한 날벼락의 실수라 여기고 싶을 뿐

서슬 퍼런 발 도장의 시공간을 애써 출발점 삼아
이 텅 빈 대가리 위쪽
저기 저쪽까지 쌍곡 무지갤 따라 무한히 이어 볼테요

팔자처럼 꼬여버린 남은 이들의 위치가 무색해질 만큼요
그러면 꼬까신의 아장아장 신기루를 기점으로
부모로서 평행한 직선들을 빚어낼 수 있으니

여보, 여보, 만일 그리된다면
홀로 울어대는 삼도천(三途川)의 천(川) 한 자 정도는
우리 셋이서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똑같은 너비로 퍽이나 길고 길게
그러다 언젠가는 삶의 한 켠 정도쯤에선 만날 수도

이 몹쓸 두 망부석들을 끝까지 울린
병원 안 네모 속 일자 직선은 곧 잊힐 거예요
1,200Hz의 굉음도
눈을 감은 심전도의 마지막 사자후도 말이에요

허, 물기 서린 세상과 직교하는 수직선이 내려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 병아리 대신 쑥쑥 자라주길 바라는 맘에
진달래에게 건네던 물뿌리갤 구름밭 위서 들고 있는 걸지도

그래요, 여보
차라리 천붕(天崩)이었다면
정말이지 그랬다면 하나 말고 셋 모두 울었으리라
그리 믿고 이리 삼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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