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해하는 것들에 대하여

<연연> 저자 오아연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17 22:42:19


책 소개


[연연]은 오아연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작가가 '연연해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나열한다.


평소 작가가 써 내려갔던 메모들을 모으고, 글을 덧붙여 책이 되었다.


작가이기 이전에 배우인 오아연 작가는, 그녀만의 깊은 고찰과 성찰로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것이다.


[출처: 다시서점]

저자 소개


저자: 오아연


목차


총 132페이지


본문


어지럽게


가끔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글씨로


휘갈겨 쓴 문장들을 쫓아서


모으고 모아서, 글을 덧대어 엮었다.


어느 곳에 이 글을 넣어야하나


다른 이에게 보여줘도 되는 글인가


혹 누군가 내 글에 상처받진 않을까


이토록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괜찮을까


누가 보기도 전에 수없이 스스로


글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그런 피로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써내려가고 삶을 이어간다.


- 본문 중에서 -


"뭐하는 분이세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다.


겉으로 본 모습을 통해 유추하곤 자신의 결론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과의 공통점, 관계성을 찾아 친밀감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이유도 있을 테다. 간단하고 편한 질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 질문을 싫어하는 이유는 어쩌면 가장 실례가 될 수 있는, 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나는 질문에 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직업에 대해 스스로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대답하기 시작한게 얼마 되지 않았다. '배우'라는 직업에 갇혀진 편견들.


부끄럽지만 "어쩐지 그런 일을 할것 같이 생겼다"는 말이 너무나 싫었다. 누군가에게 외적인 것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냥 연극 관련된 일을 한다고 둘러대거나 침묵해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불편해 하면서도 나는 배우란 끊임없이 선택받는 직업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뒤로 나는 외적인 것들에 집착하게 되었다.


살이 빠진 후부터 작품 활동이 늘어나서 그런 생각이 더 단단히 굳혀진 것 같기도 하다. 배우에게 아니,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씌우는 외적인 굴레를 증오하면서도 선택받기 위해서 비겁하게 타인이 바라는 모습에 나를 맞췄다. 나는 그걸 무시할 수 있는 비범함은 가지지 못했고 결국 타협했다.


지금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가짐은 조금 달라졌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꾸미지 않아도, 자유롭게 다녀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다른 것을 더 들여다보고 배우며, 건강하고 단단하게 내실을 쌓는데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직업이 배우라고 쉽게 얘기하지 못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내가 아직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알 법한 작품에 출연하지 못해서, 그게 부끄러워서 말 못했던 어린 나의 자격지심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때문에 작아지거나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꺼려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내가 어느 정도 내가 하는 일 자체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 라는 직업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해왔다. 실은 직업일 뿐인데, 나는 연기로 돈을 버는 사람, 그래서 배우인데 말이다.


- '배우라고 말하기까지' 중에서 -


밤이 온다 까마득한 아득한


검고도 푸른


밤을 마주하면 내 온 마음은 바스러진다


가까스로 세상을 향해 내딛고 있던


다리가 꺾이고 쓰러지듯이 누워


마주한 하얀 천장



반복 또 반복



그러나 늘 다르다


같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몸을 간신히 일으켜 보려고도 해보았지만


내가 절절하게 후회하는 모든 것들의 무게


밤의 무게를 견뎌내는 건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쉽지가 않다


- 하얀 천장, 47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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