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같이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을 시로 노래하다
<참치의 노래 ver. 바람> 저자 임참치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1-28 16:22:16
책 소개
[참치의 노래 ver. 바람]은 임참치 시인의 바람같이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을 노래하는 직관적이고도 위트 있는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총 35편의 바람 같은 시들은 슬픔과 재미를 선사한다.
[참치의 노래]는 시리즈 시집 독립 출판물로, 네 가지 주제인 바람, 어둠, 빛, 사랑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첫 시리즈인 [참치의 노래 ver. 바람]은 휴대 가능한 귀여운 크기와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임참치 시인의 시집 [참치의 노래 ver. 바람]은, 참치의 삶을 지나쳐간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임참치
책을 만들고 시를 씁니다.
추리닝처럼 편하고 아름다운 글을 지향합니다.
목차
1부 - ?
우유부단한 너에게 6 / 인스타그램에 올린 지 1분 만에 삭제한 시 7 / 더움을 시로 표현해보자 8 / 손톱의 고백 9 / 모기 10 / 사랑둥이 12 / 생일 축하합니다 14 / 낡은 단어 16 / 나그네의 노래 17 / 밤 1 18 / 밤 2 19 / 밤 3 20 / 정음 21 / 밤 하늘 봄 22 / 커피 24 / 본질을 잃은 관계 속 오가는 대화 26 / 마른 안개꽃 27 / 오징어가 들어간 라면 28 / 눈 30 / 옳고 옳음 32 / 의도, 변명 33 / 싫고 같고 다르고 좋은 34 / 혼자인 게 편해의 진실 36 /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는 그대에게 38
2부 - ?
어항 42 / 알 수 없어요 43 / 미세먼지 44 / 보습 45 / ; 46 / 초록빛 47 / 풋사과의 시간 48 / 오두막 49 / 생업 50 /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 52 / 겨울꽃 54
본문
카레와도 같은 날이었어
햇볕은 진한 누런색이었고
아무리 퐁퐁처럼 상쾌한 것으로 씻쳐봐도
누런 자국이 주욱 남아있는 낮이었어
내 몸은 어찌나 진득했는지
후라이팬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소스 자국 같았고
초원에는 숯이 된 검은 사자가
달팽이 등딱지를 뺏어다 홀랑 뒤집어써버렸지
카레와도 같은 날이었어
해가 져도, 내 머리 위 하늘은
노란 옥수수색이었어.
- 더움을 시로 표현해보자, 8페이지 중에서 -
너의 것을 허락 없이 훔치고, 빼앗은 틈을 타
너를 병들게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나는
죽임당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죽임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다
나의 살아감 또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을
나는 눈물겹게
나의 존재를 응원한다
죽느냐 사느냐가 아닌
'죽느냐 죽임당하느냐'를 매일매일
물어가며.
불이 꺼지면,
네 뒷목을 물거야
앙
- 모기, 10페이지 중에서 -
본연의 빛과 내음을 잃고
인공의 색과 향을 띄어라
가판대 위에 죽 드러누워
오매불망 팔리기만을 기다려라
스스로 피고 지는 하찮은 들꽃 하나
알아 봐줄 이, 어디에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순백의 안개꽃
잘 팔리어 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오직 그것만이 너의 가치인 양
짐짓 예쁜 표정만을 한껏 지어 보여라
- 마른 안개꽃, 27페이지 중에서 -
땀이 흐른다
날은 더운데
마음은 녹질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딱딱한 내가
싫다
나는
딱딱함과 딱딱할 수밖에 없음 사이
딱 그 중간에
서 있다
적어보기만 하는 변명이지만,
이것도 많이 말랑해진 거랍니다.
딱딱함을 벗어난 다른 길을 걸어본다
역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도 땀을 흘린다
- ;, 46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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