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문학1호점 2019 소설집
<넷플릭스처럼> 저자 인디문학1호점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19-11-27 16:59:27
책 소개
[넷플릭스처럼]은 인디문학1호점에서 출간한 소설집이다.
책은 5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라진 동생을 대신해 책방을 떠맡아 임시로 운영하게 된 IT 개발자의 이야기를 그린 [책방 어디], 사랑에 실패하고 일에 실패한 두 청춘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담은 [빛나라 청춘], 친구 같은 애인과 애인 같은 친구 사이의 삼각 로맨스를 그린 [넷플릭스처럼], 조선 최초의 속성음식센터를 창립한 박막두와 조날도의 인생 역전 성공기 [막두&날도], 문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전국 글쟁이들의 피 튀기는 작문 전쟁! 해학과 풍자, 패러디가 난무하는 문학판 이야기 [쇼미더머니:문장전], 각양각색의 개성 뚜렷한 다섯 편의 소설이 당신을 기다린다.
저자 소개
저자: 인디문학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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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며 5
책방 어디 7
빛나라 청춘 31
넷플릭스처럼 61
막두&날도 83
쇼미더머니:문장전 99
마치며 120
본문
휴대폰이 또 울린다. 번호를 보니 요 며칠 계속해서 부재중을 찍어내는 낯선 번호다. 가뜩이나 요즘 회사일과 집안일이 엎친 데 덮친 격이라 신경이 바짝 곤두선 상태였다.
처음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받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니까. 두 번째도 받지 않았다. 그때는 회의실에서 마케팅팀장과 서로 멱살을 잡으며 다투던 중이었다.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해온 지 2년, 드디어 론칭 날을 잡고 막판 오픈 준비에 만전을 기하던 때다. 스무 명 남짓한 팀원과 함께 시간외수당도 없이 야근과 철야를 기본으로 땀과 눈물과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신규 스마트폰 게임이다. 우리 사무실에 불이 꺼지지 않아서 얻은 별명이 '판교의 등대'다. 장담컨대, 우리 사무실 형광등은 730일 연중무휴 불이 꺼진 적이 없다. 그렇게 애지중지 준비해온 우리 작품에 마케팅팀이 똥을 뿌렸다. 마케팅팀에서 말도 안 되는 오픈 이벤트 행사를 공지해버린 거다. 그들이 이벤트로 퍼주는 아이템과 재화는 게임 밸런스를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리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플레이 타임, 곧 게임 수명을 절반이나 깎아 먹을 수 있는 위험한 행위였다. 어떻게 PM인 나와 의논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 마케팅팀장과 대면을 했고, 그는 실실 웃으며 '이미 공지를 해버렸으니 개발팀에서 수정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똥 먹는 소리를 해댔다. 의논은 말싸움이 되었고 곧 감정싸움으로 번졌으며 서로 멱살을 잡고 회의실을 나뒹굴던 차에 다른 직원들이 나와 마케팅팀장을 떨어뜨렸다. 감정은 감정이고 일은 일이었으니, 나는 팀원과 함께 마케팅 팀에서 이벤트로 퍼주겠다 공지한 아이템을 더미로 만들어 성능을 반감시키는 방향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그래, 결국엔 유저를 볼모로 잡은 그들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화를 낼 시간도 없었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도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는 아내와 막 통화를 마친 직후에 걸려왔다. 일곱 살 된 딸아이가 저녁부터 열이 펄펄 끓길래 병원에 데려갔더니 폐렴이란다. 그래서 입원을 시켰는데 당장 자기는 내일 오전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서 계속 자리를 지킬 수가 없으니 나더러 병원에 와서 아이를 좀 보라고 했다. 앞서 우리 회사 마케팅팀장을 욕했지만, 아내 역시 다른 게임 회사의 마케팅팀장이다. 하, 개발자와 마케터는 역시 상극인가. 아내와 나는 의논과 말싸움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감정싸움이 출발선이었다. 시작부터 서로의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아내 말에 따르면, 나는 회사의 에이스 노예로 집안일엔 관심도 없고 아이가 아프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 냉혈한과 철면피에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무지막지한 연봉을 받아오는 것도 아닌 무능력자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말하는 아내의 모습과도 같았으니 '반사'하며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서로 헐뜯는 감정싸움에 지칠 때쯤 아내는 선수를 치고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몰라! 난 내일 오후까진 절대 안 돼! 슬이 혼자 여기 둘테니까 오든 말든 당신이 알아서 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곧 카톡으로 병원과 병실 호수가 날아왔다. 아내는 예전부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 덕분에 이쪽 업계에선 꽤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 업무 추진 능력을 결혼 생활에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내가 어리석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연봉이 높았으니 이 싸움 역시 나의 패배다.
- '책방 어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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