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체하지 않으려 토해냈던 사사로운 일상들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저자 이한나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19-10-29 23:17:03
책 소개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는 이하나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는 가족, 사람, 사랑 그리고 미운 나 자신이 어렵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행복을 주기도 했지만 슬픔을 주기도 했기에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고, 하필 어른이 된 자신은 이것들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알 수 없는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였다.
구겨진 종잇장으로 채워진 책의 표지는, 그동안 작가가 써온 일기장을 뜻한다. 지난날의 일기장은 찢어 없애고 싶은 부분도 있고, 눈물 자국이 선명한 부분도 있고, 구겨져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러한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내지의 중간중간 쉬어가는 타임인 도비라 페이지 또한 점점 구겨져가는데 이는 작가의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감정에 체하지 않으려 토해냈던 사사로운 일상들을 일기로 기록한 이한나 작가의 에세이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는 독자들에게 낯선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그러나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로 찾아갈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한나
안녕하세요. 늘 블로그에 일기처럼 적던 글들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책으로 출간해달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응원에 힘입어 독립출판으로 첫 책을 출간한 이한나입니다.
그분들에게, 더 많은 독자분들에게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목차
총 140페이지
본문
누군가를 내 사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힘들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온전히 마음을 다할 수 있던 시절. 혹시나 잘 안됐을 때의 나의 힘든 모습을 잘 알기에 지금은 그때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해도 열정을 쏟기가 힘든 것 같다. 상대방도 나도 실패를 경험했기에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 확실하게 잡아주거나 끌어주지 않으면 만남의 관계까지가 참 힘들어진 것 같다. 닳고 닳은 마음에 더 이상 순수한 열정 같은 건 없어진 걸까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한 감정만 오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마저도 귀찮은 때가 온 걸까. 우리는 약을만큼 약았고 닳은 걸까. 이쪽에서 적당한 신호를 보내고 저쪽에서 그에 적합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날로도 바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만남과 관계, 사랑과 사람이 참 어렵다.
- '불안에 서툰, 나', 6페이지 중에서 -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분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물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별 후,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 나는 25년간 내가 겪었던 이별, 그리고 내가 그동안에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30분 동안 늘어놨다. 왜인진 모르겠다. 그냥 말해주고 싶었다.
나의 첫사랑은, 사랑을 주는 방법도 서툴렀고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덕분에 첫 이별은 지독하게도 아팠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사랑은,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았던 사람이었다. 당신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첫사랑을 실패하고 두 번째 사랑에선 '꼭 성공할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그때의 나는 사랑을 받는 방법을 몰랐다.
이럴 수가, 사랑을 주는 것도 어려운데 받는 것도 배워야 한다니.
- 슬픔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 7페이지 중에서 -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너를 만났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했던 시절에 너를 만났더라면 달랐을까. 어느 정도 경험을 하고 알 거 다 알아버린 어른이 되어서 서로의 마음을 재고 따지고를 반복하고 다치지 않으려 시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일인 것 같다. 나를 지켜야 하고 나를 챙겨야 하니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현실적이고 계산적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우선이니까 말이다.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너와 이별했는가.
나를 챙기려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며 애써 쿨한 척 돌아섰다. 진정한 어른의 이별이라 생각했다. 사실은 애고 어른이고를 떠나서 사랑 앞에선 똑같은데 이것이 맞는 거라고 착각했다.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너를 만났고 이별했는가. 내가 조금만 덜 성숙했더라면 미련도 안 남을 정도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울고불고 매달렸을까. 그게 정답인 걸까, 이게 정답인 걸까, 정담은 없는 걸까. 이별조차도 계산적으로 변해버린 나는 왜 하필 어른이 되어서 잘 지내냐는 안부 정도도 묻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나를 챙겨야 하는가.
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나를 챙겨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었을까.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손 내밀지 못하고 도와달라고 말도 못하게 되었는가. 어른이 되었기에 나를 위해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이런 시련과 역경과 고통에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 것일까. 소리 내서 울고 싶고, 울 법도 한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화도 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여유를 찾고 싶은 게 꿈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닥쳐오는 시련에 이제는 체념하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었을까. 왜 하필.
- 왜 하필 나는 어른이 되어서, 89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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