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모임] '거울'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소재는 거울

권호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0-05 19:49:35

[뮤즈: 심규락 작가]

[부전승]

“아무것도 해주지 않음에 감사해”

드디어 가위바위보를 이겨내었구나
항상 유리했던 나로부터
불리했던 내가

가장 정직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유일한 승리 방법은 비열한 포기뿐
그래야 한 명의 나라도 승리를 잔여 할 수 있기에

“이기려 하지 않아 줌에 감사해”

세로 선 나는 광학적 정직함에 철저히 입각해
그저 무승부만 평면에 그려놓았지

이제는 땅 위 더 가벼워진 그 신발들
나만은 혹은 너만은 아니, 나만은
기꺼이 신어주었음에
지상이 올려준 동아줄을 더욱 지그시 밟아본다네

“다음 토너먼트에 올라가 줘서 감사해”

둘 다 올라간다는 것엔 변함없이
마지막 날숨은 구기(球技)고 던져
그 끝마저도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을 거야
심지어 모두가 Bye라는 것도

“똑같이 측은하게 울어줘서 참말로 감사해”

그리고 정말 충실히 따라줘서 감사한 마음
자칫 자연적일 수도 있는 목주름에 한 줄 더

‘나는 거울을 사랑한다.
내가 울 때, 거울만은 날 비웃지 않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


[뮤즈: 휘게 작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언제부터였을까.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었고, 내 행동이 지나치다 생각하지 않았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거울을 닦았고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닦았을까. 변하지 않는 모습에 조금씩 지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치거나 의심하면 안 된다.

정말 닦는다고 얼굴이 바뀔까...

순간이라도 의심을 하는 순간 거울은 다시 원래의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아름다워진 후의 내 모습만 생각하며 열심히 닦았다.
팔이 빠질 정도로 힘들고 이젠 오른팔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감각 없는 팔로 끝이 없는 거울 닦기를 계속하고 있다.
하루쯤 시간이 흘렀을까. 끝없는 거울 닦기의 굴레 속에 지쳐 잠들었던 난 간신히 잠에서 깨어났다.
젠장, 이 와중에 모기에 물렸는지 다리가 가렵다.
어..? 팔이 왜 이러지... 가려운 다리를 긁으려 무심결에 오른손을 움직였는데 반응이 없다.
안 그래도 무리해서 거울을 닦다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는데 진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도대체 아름다움이 뭔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지.
또다시 생각이 깊어지고 자괴감에 빠지고 있었다.

그냥 다 포기할까...
너 참 나약하구나...
누.. 누구세요?
나? 하하하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것보다 자! 거울을 봐, 벌써 못 알아보게 이뻐졌네~ 이렇게 아름다운데 포기할 거야?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내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해봐! 이 거울을 닦다 보면 넌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 될 거야. 가장 아름다운 배우.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모든 사람들이 다 너만 쳐다볼 거야.
정말 그렇게 될까...?
물론이지! 뭐 해? 얼른 다시 잡아.... 걸레..
응? 으.. 응..

그때부터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지치고 힘들어할 때마다 끝없이 날 독려했고,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생각하지도 않게 되었다.

어?! 어?!
봐봐! 내 모습이 변했어!!!!
거 봐 내 말이 맞지? 예전 모습보다 훨씬 이쁘잖아. 근데... 여기는 좀 더 닦는 게 어때? 여긴 이렇게 하고. 저긴 저렇게
으.. 응 알았어!

‘똑똑, 똑똑똑’
누구세요?
약 드실 시간이에요. 이런, 어제 드린 약은 또 안 드셨네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 맞다. 근데.... 무슨 약이요?
하..... 매번 왜 이러세요. 오늘은 저녁 먹고 꼭 약 드세요.
그.. 그보다 저 어떤가요, 더 아름다워진 것 같지 않나요?
네~ 더 아름다우세요. 자기 전에 약 드시면 내일은 더 아름다울 겁니다. 탁자 위에 둘 테니 잊지 말고 드세요.
‘드르륵 탁.’

어때? 그 환자, 여전히 닦아?
똑같지 뭐, 주목받던 연예인이 어쩌다 성형중독에 빠져서... 성형을 10번 넘게 했다지? 성형중독에 마약까지 끝장을 본 거지..
가족도 다 포기해서 정신병원까지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벽에 걸레질하고 있으니.
거울이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불쌍하지 옛날이 더 이뻤는데 말이야...
야! 너 옛날에 저 배우 인 스타에 얼굴 못 생겼으니 나오지 말라 고 악플 달았잖아 ㅋㅋㅋㅋ
에이~ 뭐 나만 그랬니~ 악플이 수~천 개는 되었을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뮤즈: 장윤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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